시즌 초반부터 KBO에 불미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SK 와이번스 내야수 강승호가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강승호는 지난 22일 오전 2시30분경 경기도 광명시 광명IC부근에서 도로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서 혈중 알콜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 정지 수준인 0.089%가 나왔다. 그러나 강승호는 음주운전 사실을 곧바로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다음날인 23일 경북 경산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버젓이 출전했다.

강승호 리그 90경기 출전정지, 팀에서는 임의탈퇴
 
 SK 와이번스가 임의탈퇴하기로 한 강승호

SK 와이번스가 임의탈퇴하기로 한 강승호 ⓒ 연합뉴스

 
24일 SBS의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에야 SK와 KBO 측은 진상파악에 나설 수 있었다. KBO리그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승호에게 90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음주 접촉사고를 자진신고하지 않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한 점을 들어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지난 2월 LG 트윈스 내야수 윤대영 역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5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SK 염경엽 감독은 크게 분노했다. 염 감독이 단장으로 있던 시절 강승호 영입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경기 전 사실을 알게된 염 감독은 강승호를 숙소로 돌려보낸 뒤 구단 자체 징계를 요청했다.

SK는 강승호에 대한 임의탈퇴를 신청했으며 KBO리그에서도 바로 승인했다. 징계 및 임의탈퇴 기간 중 연봉 지급은 중지되기 때문에 잔여 연봉은 교통사고 피해 가족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는 인명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 기관의 협조를 통해 인천 지역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강승호의 향후 선수 진로는 알 수 없다. SK 투수 정영일의 동생 정형식은 2014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임의탈퇴 처리된 뒤 군 복무를 거쳐 일본 독립리그에 도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강승호 역시 선수로서 향후 진로는 불투명하다.

음주운전 사고 = 임의탈퇴 매뉴얼?

사실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하여 임의탈퇴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리그 공식 규정은 없다.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해서 리그 차원의 징계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고 수위에 따른 출전정지와 제재금 그리고 사회봉사다.

다만 최근 들어서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사회적 경각심이 커졌고, 팀의 이미지도 연결되어 있는 입장에서 구단 역시 행정적인 강경 조치를 취하는 경향이 커졌다. 올해 윤대영이 LG에서 임의탈퇴된 배경에는 LG가 그 직전 스프링 캠프에서 일부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과 관련되어 물의를 빚었기 때문에 쇄신 차원에서 강경 대처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음주운전 선수에 대하여 임의탈퇴 조치를 내리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팀 분위기가 흔들려 조직력과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며, 신뢰를 깨뜨린 선수에 대한 배신감에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리는 것이다. 최근 부정 방지 교육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 리그의 방향성에 편승하여 구단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더 강한 방법으로 일벌백계하고 있는 것이다.

LG는 올 시즌 시작부터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소식들로 삐걱대는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뼈를 깎았다. 선수단에 대한 철저한 교육 등으로 비교적 이미지가 깨끗했던 SK 역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자존심에 흠집을 내는 선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두 사건이 불과 2개월 사이에 일어났기 때문에 딱히 다른 사례를 비교할 필요 없이 강경한 징계를 취하게 된 것이다.

LG와 SK가 시즌 초반 음주운전 선수들에 대하여 임의탈퇴 조치를 취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서 음주운전은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음을 경계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향후 다른 팀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강력한 징계를 취할 수 있게끔 두 팀이 매뉴얼을 성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음주운전 3회 누적된 강정호, 향후 KBO리그에 돌아온다면?

이렇게 되면서 음주운전과 관련된 다른 현역 선수에 대한 관심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는 앞서 세 번의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강정호는 넥센 히어로즈 시절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냈지만 이를 밝히지 않았다. 2016년 12월 또 다시 음주운전을 저질러 조사 받는 과정에서 이력이 노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구단에서 음주운전 선수들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현재 강정호는 집행유예 기간이 모두 끝났다. 메이저리그에서 음주운전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현재 파이어리츠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강정호의 경우 가장 최근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2011년에는 물적 피해를 낸 적도 있었고, 과거 KBO리그 시절의 음주운전 이력까지 누적되어 알려졌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징계 조치를 취해야 할 중대사항이다.

보다 클린한 야구를 위해 KBO리그에서는 과거 눈감아줬던 부정사례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바로 잡아야 할 것이 있다면 늦게라도 바로잡고 가야 뒷말없이 깔끔한 리그를 만들 수 있다. 선수들의 예방 교육과 관련하여 보다 확실한 시스템을 만들고 잘못을 할 경우 확실한 처벌 매뉴얼을 보다 세밀하게 정립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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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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