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 쌓여 있는 폐기물의 산이라니. 관광지로도 유명한 필리핀 세부에는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폐기물들이 가득했다. 산처럼 쌓인 쓰레기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불법으로 수출된 것들이었다. 
 
 MBC <PD수첩>에서는 지난 3월 12일, 4월 23일 두 번의 방송을 통해 쓰레기 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MBC 에서는 지난 3월 12일, 4월 23일 두 번의 방송을 통해 쓰레기 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 MBC

 
MBC < PD수첩 >에서는 지난 3월 12일, 4월 23일 방송을 통해 '쓰레기 대란'을 다뤘다. 두 차례에 걸쳐 방송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인천의 항구 중 9공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알려지게 된 쓰레기 산의 정체는 무엇일까.

방송을 통해 공개된 폐기물 투기 실태는 쓰레기 산 자체보다 더욱 끔찍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째서 폐기물 수준의 쓰레기가 해외로 대량 수출되고 국내 어딘가에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일까.
 
재활용되지 못할 쓰레기, 왜 해외로 수출되는 걸까?

재활용도 되지 않는 폐기물 등이 가득 쌓인 인천의 9공구. 부지 관계자는 '해당 폐기물로 베트남의 공장에서 기름을 짜낼 수 있다'며, 쓰레기들이 자원화해 수출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가의 말은 다르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폐기물을 수출하는 행위는 범죄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전문가가 범죄라고 지적한 행위는 실제로 한국에 의해 계속 벌어지는 중이다. 최근 국내 항구에서 컨테이너 한가득 폐기물을 가득 채워 필리핀 세부로 수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필리핀에서는 '불법 쓰레기 수출국 한국'이라고 외치는 시위까지 진행이 됐다고 한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 MBC

 
한편 방송에서 필리핀까지 이를 운송한 업자는 본인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컨테이너 안에 담긴 게 재활용 플라스틱인 줄 알았으며, 통관 신고까지 다 돼 있어 문제없이 운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역하는 도중 화물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제야 폐기물이 정체를 드러냈다. 이것을 계기로 폐기물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고, 조사를 진행하자 한 마을에 폐기물을 높이 쌓아둔 사실도 밝혀졌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악취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한국은 어떻게 보일까. 결국 정체가 드러난 폐기물은 반송 명령을 받았고 운송업자는 다시 수출업자에게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해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법 폐기물이라 반송 명령이 떨어졌다고 하자 '그럴 리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 PD수첩 > 제작진이 폐기물의 경로를 추적한 결과 처음 나온 곳은 제주시였다. 방송에 등장한 인물이 폐기물을 보고 '고형연료'라고 주장했는데, 그 모습에 헛웃음마저 나왔다. 이날 방송에서는 폐기물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을 몰랐다는 폐기물 처리업자의 주장과 다르게 이미 서류상으로 수출 계획까지 있음이 확인됐다. 왜 해외까지 폐기물을 불법 수출해야 했던 것일까. 과연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국내외 떠도는 폐기물, 결국 '돈 문제'

지난 23일 방영된 내용에서는 폐기물 문제에 결국 돈이 얽혀 있음이 나왔다. 악취가 나고 재활용조차 불가능한 것을 돈으로 바꿔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쓰레기 사냥꾼들이었다. 가치 없는 쓰레기가 어떻게 돈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일까.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 MBC

 
방송에 따르면, 정식 절차를 밟아 폐기물을 배출하려면 중간 재활용 업체를 거쳐 소각장 등에 보내야 한다. 1톤에 최소 20만~26만 원 이상 비용이 드는 과정이다. 일부 기업들이 이 비용을 절감하고자 불법 폐기물 관리 업체에 더 적은 돈을 지불한 후 폐기물을 보내고, 폐기물 관리 업체는 브로커를 통해 장소를 물색한 다음 폐기물을 불법으로 투기한다.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방치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산과 들판, 도심 한복판까지 버려진 폐기물은 한반도 곳곳에 쌓여 있었다. 심지어 조직폭력배까지 합세하여 불법 폐기물 투기에 관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돈을 받은 뒤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폐기물을 쌓았고 어떤 곳은 컨테이너 등을 이용해 가리기도 했다. 현재 파악된 한국의 불법 폐기물 규모는 120만 톤 정도라고 한다. 경기, 강원, 전북, 전남, 경북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폐기물이 널리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각장으로 가야 할 폐기물들은 곳곳에서 악취를 풍기고 주민들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해외로 수출할 재활용 폐기물이라는 말들만 계속 나오는 상황이며 환경청 등도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폐기물 하치장 관리, 운반기사, 중개업자, 처리업체 등이 얽힌 불법 조직과 군청 관계자가 연루된 정황도 나왔다.
 
쓰레기 투기하는 사람들보다 더 화나는 부분은 바로...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 MBC

 
국내에는 폐기물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산신고 시스템 '올바로'가 존재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무자료'(전산 신고를 하지 않고 하는 폐기물 거래를 칭함) 처리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처벌할 체계가 없었고, 처리 도중에 폐기물이 사라진다고 해도 이를 추적할 시스템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업체들은 더 싼 값에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을 불법 처리업체에 보냈고, 폐기물 처리 업체는 이를 무단으로 쌓아두면서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로 120만 톤 이상의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투기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만큼 여러 곳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 PD수첩 > 제작진은 폐기물 투기를 추적하던 중 여러 번 이름이 거론된 공씨를 어렵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는 떳떳하다는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자신이 '영웅'이라고 말한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들고 돈으로 바꾼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신빙성이 없는 베트남 수입 허가증을 보여주며 정당함을 거론하고, 오히려 수많은 수출 건이 잘못됐던 것이냐며 제작진에 반문한다.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 MBC

 
방송을 보며 가장 황당하고 부끄러웠던 문제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렇게 폐기물 불법 수출이 발생하고 불법 거래가 버젓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째서 환경청과 지자체는 방관하고 있었냐는 점이다.
 
특히 한 눈에 보기에도 이물질이 잔뜩 섞여 있고 선별도 되지 않은 폐기물을 보고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환경청 폐기물관리 직원이나 관리소홀을 인정하고서도 '살살 해달라'고 부탁하는 지자체의 공무원들의 모습은 참담하다. 
 
계속되는 제작진의 물음에 이들로부터 나온 대답은 결국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이었다. 어째서 우리나라가 해외로부터 '폐기물 불법 수출 국가'로 낙인 찍히게 됐는지, 왜 국토의 곳곳에 폐기물들이 방치되고 환경이 병들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돈을 향한 욕심으로 불법을 자행하는 업자들도 잘못됐지만, 이를 무관심하게 방관하며 인력만 탓하는 공무원들의 모습 또한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23일 방영된 MBC < PD수첩 > '쓰레기 대란 2부, 돈을 갖고 튀어라'편 중 한 장면 ⓒ MBC

 
폐기물 불법수출 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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