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가 은둔형 외톨이로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그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를 찾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극단적인 폭력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끔찍한 범죄의 원인을 은둔형 외톨이로 돌린 바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집안에만 틀어박힌 채 외부와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히키코모리'라고도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핵가족화와 디지털 확산 등 사회 구조 및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이해된다. 그러다 보니 은둔형 외톨이들은 범죄와 쉽게 연관 지어지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갖고 있다며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야 그들이 좀 더 쉽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 SBS

 
지난 20일 방송한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은 국가 차원에서 아직 제대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뚜렷한 대책도 없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을 살펴보고,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 취재했다.

세상과의 소통 거부하고 방안에 갇힌 '은둔형 외톨이'

은둔형 외톨이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어딘가 음침한 분위기의 폭력성을 감춘 전형적인 범죄형의 사람들일까?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 SBS

 
10년 동안 직접 은둔생활을 했던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의 김재주 작가는 "그분들은 정말 소심하고 마음이 여리고 한두 번의 거절로 다시는 사람들을 안 볼만한, 나쁘게 말하면 '유리멘탈'을 가진 분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방안에 머물면 편하고 안락하다는 생각 때문에 방 안에 있는 걸 즐기게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괴로워지며, 그럴수록 밖으로 나갈 용기가 사라진다"고 말한다.

한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단체 생활공간에 머물고 있는 성오현씨는 "일을 하다가 그만두거나 아니면 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두게 되면 방에 틀어박힐 때가 많다. 자신도 마지막으로 직장에 다니다가 해고되었는데 굉장히 무기력해져서 집에 한 1년 정도 머물렀다"고 말하며, "아무것도 안 하면 기분이 다운되니까 뭔가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고 점점 더 침체되면 어떤 때는 막 죽고 싶다"며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 SBS

 
경기도의 한 쉼터에서 머물고 있는 청소년 김모군은 학급 반장을 맡고 있었는데, 기말고사를 준비하던 어느 날 갑자기 "시험을 잘 치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두려운 생각이 엄습해와 그날 이후로 학교를 나가지 않고 방안으로 숨어들어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사례다.

이렇듯 은둔형 외톨이들은 실직이나 진학 실패, 실연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기력증에 빠져 집안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고, 상처를 받기 쉬운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특별히 범죄와의 연관성이 더 많은 건 아니었다.

동남정신과 여인중 원장은 "내가 은둔형 외톨이를 300여 명 만나봤지만, 마음이 깨진 아이들이었다. 굉장히 순한 아이였고, 상처받은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반사회적인 외톨이'와 '은둔형 외톨이'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본다. 무슨 범죄만 일어나면 은둔형 외톨이다"라며 우리 사회의 편견을 꼬집었다.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 SBS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대책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일본 정부가 15세부터 39세 사이의 젊은 계층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54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조사 대상을 젊은 계층으로 한정한 탓에 중장년층에 대한 조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 은둔형 외톨이 역시 장기화 고령화되어가는 추세라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지난해 40세부터 64세까지의 중장년층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61만 명 이상이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일본 전체 인구의 1%가량인 115만여 명이 집안에만 틀어박혀 산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국가 차원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의 규모조차 확인할 수 있는 통계 등 자료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둔형 외톨이를 추산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지난 2005년 민간단체 한국청소년상담원과 동남정신과 여인중 원장이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가 약 30만∼50만 명가량 될 것으로 추산한 사례가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는 최대 100만 명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사회적 노력 절실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외부의 도움을 간절히 원했다. 경기도 쉼터에서 머무는 청소년 김모군은 "자기만의 의지로 그 생활을 벗어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큰 충격이나 자극, 그런 사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김군의 어머니 역시 "은둔형 외톨이는 집이라는 나태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부모가 하기에는 좀 어렵다. 직접 해보니 사회 밖으로 나가는 연습을 체계적으로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아이를 방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외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년간의 은둔형 외톨이를 직접 경험한 김재주 작가 역시 "은둔형 외톨이들을 밖으로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고 들었다. 그래서 정부나 민간업체의 많은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은둔형 외톨이들을 위한 숙소와 일터를 운영하는 한 사회적기업의 분주한 움직임은 관련 대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에게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해당 기업의 대표는 일본인이었다. 7년 전 한국에 법인을 설립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 SBS

 
K2 인터내셔널 코리아 코보리 대표는 "나도 중학교 시절 은둔생활을 했었다. 집에 있으면 부모와 싸우고 엄마는 늘 울었다"면서 "부모가 떠밀어 해외로 처음 나간 이후 현재 20년째 여러 나라에서 단체생활을 한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들이 집과 멀리 떨어진 낯선 환경 속에서 편견 없이 지내며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가 한국 등 해외에 지사를 둔 이유인데, 7년간 일본인 50명이 거쳐 갔고 지금도 2명이 생활하고 있단다. 한국인을 상대로도 사업을 전개해 지금까지 100명가량의 은둔형 외톨이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코보리 대표는 "단체생활로 생활의 리듬을 되찾고 일터에서 바쁘게 일하면서 남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은둔형 외톨이의 외출기' 편의 한 장면 ⓒ SBS

 
은둔형 외톨이를 10년간 방문 상담한 경험이 있는 광주광역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오상빈 전문 상담가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부모들이 가장 주의할 점은 "자녀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정해주는 것, 장점을 알려주는 것, '너 잘할 수 있을 거야' 격려해주고 지지해주고 그러한 작업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숙형 시설에서 살면서 다른 사람도 사귀어보고, 사회적으로 기술을 배우거나 학습도 하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기도 하고 직업훈련까지 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에서 빨리 개입하는 게 조금이라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방안에 혼자 갇혀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 우리는 그들에 대한 실태조차 잘 알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현재 방안에 홀로 갇힌 채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지 알 길이 전혀 없다. 이들을 향한 삐딱한 시선도 그로 인해 형성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올바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겠고, 이를 토대로 밝은 세상 밖으로 이들을 끌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사회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리 SBS 은둔형 외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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