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보고 기자회견

17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보고 기자회견 ⓒ 성하훈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오는 10월 26~27일 양일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다. 강제규, 이준익, 윤제균, 강형철 등 영화감독 100인은 100초짜리 단편으로 옴니버스 영화를 제작하고 100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진다. 국내외 특별상영과 국제 학술세미나 등도 준비됐다.
 
다만 '한국영화 100년'의 4분의 1이 일제 강점기 시대라는 점은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검열을 통해 영화산업을 통제했고, 다수의 감독들이 친일 행적을 저질러 현재까지 비판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한국영화 100주년'의 의미가 좌우될 전망이다.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장호 감독, 장미희 배우)는 17일 오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주요 행사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2017년 학계에서부터 100주년 기념사업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후 충무로 신구세대들이 모여 실무추진단을 구성한 후 지난해 10월 25일 공식 발족했다.
 
이장호 감독과 장미희 배우를 필두로 유인택 예술의 전당 대표와 오석근 영진위원장이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안성기 배우가 홍보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주진숙 영상자료원장과 이미연 영상물등급위원장, 김상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권영락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운영위원, 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과 민규동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등 주요 영화계 인사들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1919년 단성사 <의리적 구토> 상영이 기점
 
 17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보고 기자회견. 이장호 장미희 공동위원장과 안성기 홍보위원장.

17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보고 기자회견. 이장호 장미희 공동위원장과 안성기 홍보위원장. ⓒ 성하훈

   
'한국영화 100년'은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상영한 <의리적 구토>를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단성사 사장 박승필이 제작하고 신극좌를 이끌던 김도산의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은 최초의 연쇄극이다. 간악한 계모가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채고 가문을 욕되게 하려 하자 주인공이 의형제와 응보의 칼을 뽑아든다는 내용이다.
 
1962년 공보부는 한국영화의 기원을 찾던 과정에서 <의리적 구토> 상영일인 10월 27일을 한국영화의 기점으로 보고 '영화의 날'로 제정해 기념해 왔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도 1963년부터 영화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해오고 있으나, 충무로의 세대교체 이후 원로영화인들이 주로 기념하는 행사일 뿐 한국영화 전체가 특별하게 기념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100년을 맞이하면서 영화의 날 의미가 재조명되는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미희 공동위원장은 "올해는 '자주 독립'을 외치면서 일제에 저항한 3.1운동 100주년"이라며 "저항 정신과 자유, 자유에 대한 표현과 탐구는 한국영화의 심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의 정신적 지형은 1919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면서 "100년을 이어오며 자신의 삶을 헌신적으로 바친 영화인들과 함께 엄숙하고 진지하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축하의 장을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장미희 위원장은 "한국영화 100년 중 44년의 발걸음으로 그 분들의 뒤를 따라간다는 데 감사와 영광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장호 공동위원장은 최근 한국영화의 현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제작비가 높아지고 대기업이 투자하면서 나이 많은 세대가 소외되고 있다"며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뀐 제작 환경과 이전과는 다른 젊은 관객들, 다양성이 사라지고 획일화 되면서 할리우드를 닮아"가는 한국영화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할리우드 베끼기만 하다가 나중에) 뒷감당 어떻게 할 건지 걱정된다"며 "프랑스의 누벨바그처럼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독립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시점에서 대기업 자본으로 점철된 상업영화의 현실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친일영화인 미화 우려

 
 17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보고 기자회견에 참여한 추진위원들

17일 오전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보고 기자회견에 참여한 추진위원들 ⓒ 성하훈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자칫 친일 성향을 띤 감독들의 작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주목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영화계에선 일부 언론이 일제 강점기의 한 영화인을 조명하면서 친일영화인을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이와 관련해 이슈가 된 인물은 <임자없는 나룻배>(1932)를 만든 이규환 감독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는 '이규환 감독은 일본 영화 정책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그러나 광운대 교수인 강성률 평론가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료가 다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규환이 일제에 협조하지 않았던 민족영화인이라는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영화 100년이라고 여러 곳에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데, 우파 민족주의자들이 친일 영화인을 민족주의 영화인으로 포장했던 것을 제대로 확인 없이 함부로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형석 평론가 역시 "최초의 친일영화 <군용열차>의 시나리오를 쓴 게 이규환 감독이라는 사실을 (글쓴이가) 몰랐던 것 같다"며 친일 영화인을 민족주의 영화인으로 그린 것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내놨다.
 
이와 관련, 학술 출판 쪽을 담당하게 될 서곡숙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이사는 "100주년을 통해 이전 문제들을 활발하게 논의해 보려고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장호 위원장은 "<의리적 구토>의 경우는 친일영화가 아니기에 한국영화 시작으로 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100년이 3.1운동 100년과 나란히 한다는 점에서 일제 강점기 친일영화를 만들었던 인사들이 미화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영화계 일부의 우려기도 하다. 이에 대해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영화계 안팎의 우려를 잘 유념해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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