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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어질수록 형형색색 꽃의 유혹이 강렬하다. 지금 순천만국가정원에 가면 그 '봄꽃 향연'에 흠뻑 취한다. 여기에 아는 자만이 누리는, 매력적인 볼거리를 찾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지금 봄꽃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 중 28만 순천시민을 상징하여 28만 송이를 심은 튤립이 단연 돋보인다.
▲ 국가정원에 핀 튤립 순천만국가정원은 지금 봄꽃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 중 28만 순천시민을 상징하여 28만 송이를 심은 튤립이 단연 돋보인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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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부터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봄꽃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알알이 자그마한 꽃송이들로 이뤄진 탑 모양의 루피너스, 계란 프라이를 닮은 크리산세멈, 나르시스가 변했다는 수선화 등 다양한 외모와 향기를 지닌 꽃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중에 큰 군락을 이룬 튤립이 가장 돋보인다. 알록달록 옷차림의 두 할머니가 동문 출입구에서 난봉언덕으로 가는 가로수길 중앙에 위치한 튤립길을 걷다 한마디 내뱉는다. "오메, 징하게 이쁘네." 한 할머니가 살짝 구부정한 허리를 더 구부리고 향기를 맡더니 "나도 꽃이여?"라고 묻자, 다른 분이 활짝 웃으며 말하길, "뭐가 꽃인가 사람인가 구분도 못하겠어."
 
국가정원 내에 있는 실내정원 앞에서 단체관람을 온 여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단체사진 국가정원 내에 있는 실내정원 앞에서 단체관람을 온 여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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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품는 거대한 흑두루미가 있는 꾸루꾸미원, 튤립하면 떠오르는 네덜란드정원 등에는 이 물오른 튤립과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빨강, 주황, 노랑, 자주, 하양, 까망에 얼룩이 등 다양한 색깔을 지닌 튤립은 색마다 꽃말도 다르다.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 그런지 "사랑의 고백"이란 의미를 지닌 빨간 튤립이 유독 눈에 꽂힌다. 초록색 정원을 배경으로 더 강렬한 이 빨간색 튤립은 관광객을 향한 순천의 마음인 듯도 싶다.
  
그런데 이 만발한 튤립에는 비밀이 있다. 올해 국가정원에 심어진 튤립은 총 28만 송이이다. 28만이라... 순천시를 좀 아는 이들은 "아하!"라고 무릎을 칠 것이다. 그렇다. 28만은 순천시 인구이다. 올해 시 승격 70주년을 기념하여 순천 방문의 해를 선포했고, 순천하면 떠오르는 국가정원에 튤립으로 순천시민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그러니 이 튤립 한 송이 송이를 더 사랑스런 눈길로 봐주게 된다.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법이다.
 
국가정원에 있는 네덜란드정원에서 튤립과 동천의 벚꽃길을 배경으로 어느 관광객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의자에 앉아있다.
▲ 네덜란드정원 국가정원에 있는 네덜란드정원에서 튤립과 동천의 벚꽃길을 배경으로 어느 관광객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의자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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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가정원의 '봄꽃향연'은 비단 꽃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관람객이 판정단으로 참여하는 라이브 뮤직 대결과 저글링, 마임 등 길거리 공연에 행사 마지막인 5월 4일부터 6일까지는 콩순이와 하는 꼬꼬마 DJ파티도 열린다.

그런데 가장 큰 비밀은 이곳이 정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학이다"라는 오래 전 광고카피처럼. 국가정원은 철학이다. 순천만습지와 더불어 생태보전과 경제개발이라는 두 토끼를 잡고자 했던, '순천'이라는 지방 중소도시의 생각이 담겨있다.

<공무원 덕림씨>을 보면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다. 37년 공직 생활에서 무려 25년을 문화관광 분야에 있었던, 순천시 공무원 최덕림씨가 쓴 것이라 현장의 땀내가 진동한다.
 
국가정원 내에 있는 메타쉐쿼이아길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여러 조형물이 있다. 대형 하트를 배경으로 연인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메타쉐쿼이아길 국가정원 내에 있는 메타쉐쿼이아길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여러 조형물이 있다. 대형 하트를 배경으로 연인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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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취임한 노관규 순천시장이 시 살림을 윤택하기 위해 TF팀을 꾸려 6개월을 가동한 결과, 순천만의 가치에 눈을 뜬다. "순천만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지시에 따라 스무 명으로 이뤄진 관광진흥과가 신설, 갖은 진통 끝에 오늘날의 기적을 낳았다.

여기에 '꽃=순천만, 벌=관광객, 벌통=도심'이라는 '벌통형 관광'이 등장한다. 순천만과 도심의 경계인 에코벨트 국가정원은 무분별한 도심 팽창에서 환경을 지키고, 관광객이 도심에서 숙식하여 지역경제를 살리며, 그 돈으로 꽃밭인 순천만도 보호하려는 신의 한 수로 태어났다.

이에 순천만 입구를 현재 국가정원 서문 쪽인 순천만국제습지센터로 옮기고, 입구와 순천만을 연결하는 스카이큐브를 설치했다. '하늘택시'라 불리는 스카이큐브는 전기로 이동하는 친환경 이동수단이라 생태도시 이미지에도 걸맞다. 세상살이에 답답할 때, 스카이큐브를 타고 확 트인 정원과 습지를 내려다보며, "그래. 뭐 별거 있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며 씩 웃어본다.

지금 튤립을 한아름 품은 흑두루미 조형물 옆길로 가면 '참여정원'이 있다. 국내·외 도시, 기업, 작가들이 디자인한 공간으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정원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질적인 각각의 정원들이 모여서 퍼즐처럼 멋진 모습을 완성한 모습이, 각국의 정원과 테마별 정원으로 꾸려진 뷔페 스타일인 국가정원의 축소판이라 하겠다.
 
제주도에서 600년을 살다가 경남의 조경사업가 기증으로 국가정원에 온 팽나무이다. 척박한 환경의 생존전략으로 스스로 7개의 구멍을 내어 물주머니를 만든 지혜가 돋보인다.
▲ 할아버지 팽나무 제주도에서 600년을 살다가 경남의 조경사업가 기증으로 국가정원에 온 팽나무이다. 척박한 환경의 생존전략으로 스스로 7개의 구멍을 내어 물주머니를 만든 지혜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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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에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란 주제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이후 순천만정원으로 개장한 후에 2015년에 제1호 국가정원이 되었다. 국가정원에 숨은 또 다른 비밀은 바로 '참여'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88올림픽고속도로의 확장공사 당시에 마땅한 수요자가 없어 벌목 위기에 처할 30년 이상 수종의 가로수 등 나무가 있었고, 이 나무들이 정원에 터전을 잡았다.

그리고 순천과 목포 구간 고속도로 현장에 있던 돌들도 정원을 꾸미는데 사용되었다. 제주도에서 온 할아버지 팽나무는 물이 부족한 암반 지역에서 스스로 7개의 구멍을 만들어 물주머니를 차며 600년을 살다가, 경남의 조경사업가 박병화씨가 영호남의 우정을 기원하며 기증하여 이곳에 정착했다. 
 
2013년 정원박람회를 기념하여 가야시대의 각배와 순천시조인 흑두루미를 합성하여 만든 조형물 '축배'이다. 뒤로 빨간 튤립이 보인다.
▲ 축배 조형물 2013년 정원박람회를 기념하여 가야시대의 각배와 순천시조인 흑두루미를 합성하여 만든 조형물 "축배"이다. 뒤로 빨간 튤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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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원 건너편 메타세쿼이어길은 사랑을 주제로 한 소품들이 있어서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곤 한다. 이 주변에서 비오톱습지 방면을 보면 민트 색상의 독특한 조형물이 있다. 아래는 새의 머리에 몸은 나팔처럼 생긴, <축배(Rhyton of feast)>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념한 조형물이다.

가야시대의 각배(角杯)와 순천만의 상징이자 시조인 흑두루미를 결합하여, 풍요와 생태,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한편, 순천시는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를 15년 만에 중소도시 최초로 유치하여 '축배'를 들게 되었다.
 
국가정원에는 각기 다른 색을 지닌 딱정벌레 차가 소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 국가정원의 붕붕이 국가정원에는 각기 다른 색을 지닌 딱정벌레 차가 소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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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다른 축배도 있다. 순천만습지센터에서 동천변으로 가면 62종 천여 마리의 동물이 사는 야생동물원이 있는데, 지난 3월에 멸종위기 종인 5년생 사막여우가 첫 출산을 했다. 6월 초에는 관람객이 아기 사막여우를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퀴즈. 국가정원 곳곳에 불법주차(?)를 한 딱정벌레 차가 있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이 떠오르는, 이 차는 총 몇 대일까? 보닛에 예쁜 꽃장식을 한 핑크에 또 다른 색깔을 지닌 붕붕 씨들도 찾아주길. 이처럼 구석구석 다니며 각자만의 비밀스러운 추억과 재미를 챙기는 것이 가장 으뜸인 국가정원 활용법이다.

태그:#순천만국가정원, #봄꽃향연, #순천관광, #순천방문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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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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