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의 활동이 공익에 부합할 때, 사람들은 그 단체가 관련 일을 통해 수익을 가지게 되더라도 기꺼이 응원하고 후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실상이 다름이 밝혀지게 되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하는데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지난 2월 9일에 방영된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이하 여청단)에 대한 진실 추적이 그런 예였다.
 
여청단은 어떤 곳일까. 겉으로는 미투 집회에 참여하고 거리 정화 활동을 하면서 여성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곳으로 보인다. 주장하는 취지 역시 불법 성매매를 근절하는 것을 목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들은 '미투더넥스트'라는 이름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하여 운영했다. 피해 여성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고 홍보까지 했다. 심지어는 작년 11월 경기도청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까지 한 상태였다.
 
실상은 어땠을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먼저 방영했던 내용에 따르면 조직의 대표인 신씨는 단체원들을 시켜 불법 성매매 업소에 잠입, 신고를 일삼았고 지역 성매매 업소와 유흥업소를 관리하는 것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성매매를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협박을 통해 돈을 챙기는 식이었다. 말 그대로 업주들에게 그는 '밤의 황제'였다.
 
 
 신씨의 개인방송 장면

신씨의 개인방송 장면 ⓒ SBS

 
방송 이후, 신씨는 개인 방송을 통해 <그것이 알고싶다>의 방송이 허위라고 주장했고 녹음 원본을 받으러 왔다며 방송국에 들어오기도 했다. 자신을 수사하는 경찰서의 서장을 고소하는 모습을 올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권일용 전 프로파일러는 당당함을 보이며 자신의 행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에 메일을 보낸 신씨의 각별했던 지인 공씨를 통해 신씨에 목적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신씨의 이상한 행동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그는 여청단의 시작이 자신이었음을 밝혔다. 유흥업에 종사했던 공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경쟁 유흥업소를 제거하려고 신고, 협박했던 것이 작업조, 지금의 여청단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신씨는 작업조를 더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몇 개의 성매매 업소에게 돈을 지원받으며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돈을 받을 때에는 직접 받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은밀하게 받도록 지시하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특정 남성들이 신고를 자주 반복하자 경찰들은 의심을 하기 시작했고 매번 적절한 변명을 생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자 신씨는 합법적으로 잠입과 신고를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여성단체에게도 연락해 배우면서 합법화에 도전한다. 그렇게 경기도청을 통해 비영리단체인 여청단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방송을 보면 의아함이 들기 마련이다. 이름과는 다른 불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인데 어떻게 비영리단체로 등록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심지어 여청단이 등록된 11월에 신씨는 피의자로 긴급체포까지 됐는데 말이다.
 
 
 경기도청은 급하게 공익을 위배하는 여청단의 등록을 말소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그알의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한 달이 지난 지금에도 등록은 말소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경기도청은 급하게 공익을 위배하는 여청단의 등록을 말소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그알의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한 달이 지난 지금에도 등록은 말소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 SBS

 
경기도청에 확인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서류상의 요건만 제대로 갖춘다면 법적으로 등록이 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단체를 사용하는지는 물론, 서류상의 내용이 제대로 된 사실인지 실사조차 나가지 않았다. 지난 방송이 나간 이후 경기도청은 급하게 공익을 위배하는 여청단의 등록을 말소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그알의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한 달이 지난 지금에도 등록은 말소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뿐이다.
 
겉으로는 여성들을 위한다며 홍보하고 있는 단체가 오히려 이를 불법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단체라니... 경악만 나왔다. 게다가 취재팀이 추적하던 여청단의 간부 유씨의 경우에는 직접 성매매 업소를 운영 중이었다. 경찰에 의해 검거된 그에 따르면 오피스텔의 한 방당 하루 6명 이상의 손님을 받았고 예전과 다르게 낮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 일부는 신씨에게 갔고 여청단 간부와 성매매 업소 운영을 동시에 하는 이들이 꽤 많다고 한다. 신씨와 여청단 의해 경쟁업체를 제거하고 돈을 챙기는 거대한 성매매 카르텔이 운영되고 있었다.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단체가 성매매를 알선하고 보호하고 있는 모습. 성매매는 정말로 근절할 수 없는 것일까.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성매매 상담 업소의 경우 성매매가 불법적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자발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많으며 상담자의 70~80%는 성매매를 하지 않게 바뀐다는 성과도 있다고 한다.

성매매 상담 업소의 경우 성매매가 불법적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자발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많으며 상담자의 70~80%는 성매매를 하지 않게 바뀐다는 성과도 있다고 한다. ⓒ SBS

 
다행인 것은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제도들이 시행 중이라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처럼. 스웨덴에서는 성을 구매한 사람만을 처벌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또한 성매매 관련 상담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성매매 상담 업소의 경우 성매매가 불법적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자발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많으며 상담자의 70~80%는 성매매를 하지 않게 바뀐다는 성과도 있다고 한다.
 
이는 '노르딕 모델'이라고 칭해지는데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뻔 했다. 하지만, 의식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는 북미와 다르다는 이유로 도입되지 못했다. 대신 미국의 '존스쿨'이 도입되어 성매매 범죄자들이 교육을 받게 됐지만 그 성과는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좋은 제도만을 도입한다고 해서 성매매가 근절되는 변화가 바로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매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우리의 문화가 먼저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들도 많은 만큼 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성매매의 미수는 처벌하지 못하는 등의 법의 구멍과 '노르딕 모델' 등의 제대로 된 제도가 도입되는 등의 시도가 있다면 적어도 이전보다는 나을 것이다.
 
성매매는 분명히 틀렸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돈을 버는 행위는 더욱 잘못됐다. 허술한 조사로 여청단이라는 조직을 합법적으로 만들어주고 여러 명의 피해자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빠른 조치로 어서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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