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6일 오후 11시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우루과이의 디에고 고딘을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2018년 7월 6일 오후 11시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우루과이의 디에고 고딘을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해 6~7월에 러시아에서 열렸던 제21회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던 1998년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한 후 2002년에 조별리그 탈락의 끔찍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어 2006년엔 월드컵 준우승으로 반등했지만, 2010년엔 예선 탈락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4년에는 다시 8강 탈락이라는 어중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물론 2016 유로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대 교체에 따른 황금세대 출현을 예고한 바 있지만 말이다. 

프랑스는 월드컵 때마다 우승후보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퐁당퐁당'의 롤러코스터 같은 지난 네 번의 월드컵 성적을 돌이켜볼 때 2018년 월드컵은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일 차례 같았다. 덴마크, 페루, 호주와 한 조에 속해 비교적 수월한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라는 완벽하지만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토너먼트에 진출한 프랑스를 향한 언론과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오히려 낮아진 기대치와 의심의 시선들이 초반의 부담감을 낮춰준 걸까. 결코 쉽지 않았던, 아니 하나 같이 강국만 기다리던 16강부터 프랑스의 진정한 저력이 나왔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벨기에, 크로아티아를 꺾고 프랑스가 월드컵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1998년생의 무서운 10대 음바페는 포스트 메날두(메시+호날두) 급의 선수로 우뚝섰다. 하지만,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진정한 에이스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앙투안 그리즈만이 그 주인공이다. 

에이스에서 레전드로 나아가고 있는 그리즈만

최근 축구를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앙투안 그리에즈만을 모를 리 없다. 1991년생의 20대 후반으로, 축구인생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는 그는 이번 월드컵으로 반짝 뜬 스타가 아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절대 양대산맥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를 위협하는 유일한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절대적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 아는 건 사실 이 정도였다. 
  
 넷플릭스 다큐 <앙투안 그리에즈만: 진행형 레전드> 스틸컷

넷플릭스 다큐 <앙투안 그리에즈만: 진행형 레전드> 스틸컷 ⓒ 넷플릭스

 
그에 대해 조금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알 수 있게 해주는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앙투안 그리에즈만: 진행형 레전드>라는 다큐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친숙하지 않을 이름의 선수에게 어찌 '레전드'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을까마는, 그의 화려한 이력을 보자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라면 이렇게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가며 그를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단순히 축구 잘하는 에이스 선수가 아니다. 역경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축구를 시작한 점, 그럼에도 행복 바이러스를 장작한 명랑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는 점, 팀을 대표해 팬과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위기의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해결사 타입의 선수라는 점, 프랑스 선수 특유의 자만심 없이 겸손함을 잃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나간다는 점 등이 그를 주목할 이유로 작용한다. 

화려한 이력의 앙투안 그리에즈만

영화는 2018년 월드컵에서의 프랑스 대표팀 족적을 따라가며, 앙투안 그리즈만을 어린 시절부터 조명한다. 그리즈만은 여느 선수들과 다를 바 없이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시작하지만 작은 키와 왜소한 체구로 오랫동안 수많은 프랑스 팀에서 거절당한다. 결국 그를 알아준 스페인의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프로 데뷔에 성공하고, 지금까지 그는 10년 간 스페인에서 활약하고 있다. 

소시에다드에서의 5 시즌, 출중한 활약과 함께 팀을 챔피언스리그로까지 이끈 것도 모자라 세계적인 팀과 선수들 사이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은 끝에 2014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아틀레티코에서도 활약을 이어가는 그리즈만은 부상 없이 거의 매 경기를 뛰며 최전방과 최후방을 오가며 득점이면 득점, 도움이면 도움, 수비면 수비까지 현대 축구가 추구하는 팔방미인의 능력을 선보인다. 

그가 오기 직전인 2012~13 시즌부터 빅3을 형성했던 아틀레티코는 2013~14에는 우승을 차지했고 2014~17 시즌까지 3년 연속 3위를 차지했다. 와중에 2015~16 시즌에는 라리가 MVP를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2016 유로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참고로 당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2016 유로 우승도 호날두의 포르투갈이었다. 2017~18 시즌에는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고 현재도 준우승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그의 경력에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올라간 건 2017~18 시즌 유로파리그, 더불어 2017~18 유로파 리그 MVP의 타이틀도 획득한다. 사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팀으로서는 이 우승이 최초지만 개인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주지했다시피 2015~16 시즌 라리가 MVP와 2017~18 시즌 유로파 리그 MVP 이외에도, 2016 유로 MVP와 골든부츠도 수상했다. 물론 축구계 대표적 '콩라인'답게 2016년부터 수많은 2, 3등을 수집 중이다. 

메날두 시대 아닌 그리에즈만 시대

지난 10년간 세계 축구계를 양분해온 선수는 메시와 호날두였다. 비록 지난해 이례적으로 모드리치가 발롱도르를 차지했다곤 하나 저 둘보다 골을 많이 넣고 또 경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축구계는 '포스트 메날두'를 찾기에 혈안이다. 네이마르를 시작으로 음바페, 해리 케인, 디발라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현재로선 개인 경력으로 보나 팀 경력으로 보나 앙투안 그리즈만이 적자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 그는 모든 걸 이루었다는 메날두도 해보지 못한 월드컵 우승도 이력에 추가하지 않았는가. 아이러니하게 그에게 남은 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이왕이면 유로 우승도. 이 셋 모두 준우승은 달성해봤으니, 언젠가 우승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1시간 남짓의 짧은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다큐멘터리로 당대 최고의 축구선수를 자세히 조명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간략하게 훑기도 힘든 게 사실이니까. 이 영화는 프랑스 대표팀의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앙투안 그리즈만을 조명한다는 정도의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그가 축구 역사상에서 메날두에 버금가는 유명세를 얻기 위해선 2020 유로와 2022 월드컵에서 팀을 우승시켜 프랑스 황금세대의 완벽한 표본으로 자리매김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그때까지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개인적으로도 공격수인 만큼 몇 번 정도 득점왕에 올라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을 테니 꿈을 현실로 옮겨줄 팀으로 가야 할 텐데, 지난 2016년과 2018년 각각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로의 이적설이 강력하게 오르내릴 때도 그는 이적하지 않았다. 당시 언론플레이의 결과물이 바로 이 다큐멘터리라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그 이적설들 이후 그의 연봉은 2배 넘게 올랐고 바이아웃도 2억 유로에 육박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드리드 더비' 1-1 무승부  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이날 '마드리드 더비'는 레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아틀레티코의 그리즈만이 각각 1골씩 기록하면서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승점 1점 확보에 그친 레알은 19승 7무 5패(승점 64)를 기록하며 리그 4위로 내려앉았다. 아틀레티코는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 2018년 4월 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다큐가 그에게 '레전드' 아닌 '진행형 레전드'라는 칭호를 붙인 건, 지금 이 시점에서 적절하다고 본다. 그는 많은 걸 이뤄냈지만, 완벽한 최정점의 것들은 얼마 되지 않고 앞으로 최정점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린 지금 메날두 시대, 포스트 메날두 시대도 아닌 그리즈만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소한 조만간 그의 시대가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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