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더트> 포스터.

영화 <더 더트> 포스터. ⓒ 넷플릭스


2018년은 '퀸의 해'라고 지칭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퀸, 그중에서도 프레디 머큐리를 집중 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하며 '퀸'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프레디 머큐리로 분한 라미 말렉은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1973년에 데뷔해 올해 45주년을 맞이한 퀸이 영화계를 넘어 음악계, 나아가 문화계 전반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저 '퀸'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가장 맞을 듯하다.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은 그들의 화려한 무대를 현장감 있게 구현해낸 게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퀸 세대에게는 옛 생각을 되살리게 했고, 퀸을 모르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물론 <보헤미안 랩소디> 이전에도 거장 뮤지션을 조명한 영화들은 많았다.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나올 예정이다. 이후에 나올 영화들은 반드시 비교를 당할 터다. 그럼에도 2019년 상반기에만 두 편의 뮤지션 전기 영화가 준비되어 있다. 3월에 머틀리 크루 <더 더트>, 5월에 엘튼 존 <로켓맨>이 그 영화들이다. 이 중 <더 더트>에 흥미가 간다.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머틀리 크루이기 때문에. 

1980년대 미국의 문화사회적 현상, 머틀리 크루
 
 영화 <더 더트>의 한 장면.

영화 <더 더트>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머틀리 크루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LA 메탈(LA에서 시작했다)이라고 불리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팝 메탈이라고 부르는 헤비메탈 파생 장르의 대표주자이다. 1981년에 탄생해 19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가장 미국스러운 락밴드이다. 긴 머리, 짙은 화장, 섹슈얼한 차림 등의 락밴드를 상상한다면 그게 바로 머틀리 크루다. 일본의 X-JAPAN이나 초창기 본 조비와 결을 같이 한다. 

영화 <더 더트>는 머틀리 크루의 시작과 과정을 충실하게 따른다. 베이스의 니키 식스로부터 시작된 밴드는, 드럼의 토미 리가 먼저 접근해왔고 오디션으로 기타의 믹 막스를 영입했으며 토미 리의 고교시절 친구인 빈스 닐을 보컬로 들인다. 남다른 개성의 소유자들, 그들의 머틀리 크루는 역사상 다시 없을 최고의 인기를 끌었지만 그보다 더한 최악의 사고뭉치였다. 

제목 '더트(dirt)'는 당연히 '더티(dirty)'의 명사형으로, 온갖 더럽고 추잡하고 비열하고 불법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그에 걸맞게 영화는 머틀리 크루를 둘러싼 술, 여자, 마약, 사건과 사고를 온전히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다름 아닌 그것이 머틀리 크루를 설명하고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이들은 락스타로서 이러한 '일탈'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니키 식스의 경우, 불우한 어린 시절의 영향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1980년대 미국의 문화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

4명의 멤버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에 뒀듯이 <더 더트>는 니키 식스를 중심에 둔다. 하지만 4명의 멤버에게 카메라 앵글을 고루고루 분산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즉, 머틀리 크루 그 자체에 주안점을 둔 것이겠다. 많은 락밴드들이 보컬 또는 리더에 관심이 쏠리는 반면, 머틀리 크루는 멤버 4명 모두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동질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니키 식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찍 사회에 나와 이미 밴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욕망을 채워줄 멤버가 없었고 밴드를 탈퇴해 새로운 밴드를 만들고자 한다. 그런 닉키 식스를 알고 있던 토미 리가 함께 한다. 곧 기타리스트 오디션을 보면서 '시끌 방자 과격 기타리스트' 믹 막스를 찾아낸다. 

남은 건 락밴드의 꽃인 보컬. 토미 리의 소개로 어느 파티를 찾은 셋은 커버 밴드의 보컬에서 활약 중인 꽃미남 빈스 닐에 꽃힌다. 조그마한 무대이지만 섹슈얼한 외모와 목소리로 수많은 여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모습과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모습이 그들이 추구하는 락밴드의 보컬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들은 곧 머틀리 크루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곧 유수의 소속사와 계약하는 등 순탄한 과정을 밟았다. 1980년대 억압과 자유 박탈의 시대에 '일탈' 이미지를 내세운 이들의 인기는 LA에서 미국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물론 이들은 그보다 더한 사건사고를 몰고 다녔다.

이보다 더 많은 욕과 술과 마약은 없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다. 이보다 더 많은 욕과 술과 마약을 보여준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머틀리 크루의 폭발적인 무대보다 욕, 술, 마약이 더 많이 나오고 더 강력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이는 머틀리 크루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영화는 머틀리 크루의 전기 영화로서 굉장한 정확도와 재미를 선사한다.

감독은 다름 아닌 제프 트레마인이다. 희대의 '미친놈'들을 찍은 지상 최대의 엽기 다큐멘터리 <잭 애스> 시리즈의 감독 말이다. 그는 10년 넘게 이 시리즈를 끌고 오면서 7편이나 찍었는데, 'dirt'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영화들이다. 영화 <행오버> 시리즈와 결을 같이 하되 그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더 더트>도 비슷하다. 놀랍기 그지 없는 건 그 모든 '짓'들이 실화라는 사실이다. 보는 내내 몇 번을 멈추고 다시 보고 또 생각해봐도 믿기 힘든 짓거리들을 그들은 행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막장'까지 내려간다. 따로 드라마가 필요한가.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드라마다. 이들이 남긴 추잡하고 더럽고 불법적인 '실화'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훌륭하게 대신해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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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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