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를 떠나며>에 출연한 제임스 세이프척과 웨이드 롭슨은 미국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등장해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네버랜드를 떠나며>에 출연한 제임스 세이프척과 웨이드 롭슨은 미국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등장해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 OWN Network


다큐멘터리 <네버랜드를 떠나며(Leaving Neverland)>가 마이클 잭슨을 흔들고 있다.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어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HBO와 영국 채널4를 통해 안방으로도 생중계된 이 영화는 '팝의 황제'에게 집요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임스 세이프 척, 웨이드 롭슨의 증언을 담았다.

어린 시절 마이클을 만나 그의 대저택 '네버랜드 랜치'에 머물렀던 이들은 집요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진행된 성추행의 고통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마이클은 본인의 행동을 '사랑'이라 설명했고 아이들 역시 당시에는 그 일련의 행위를 사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세이프 척과 롭슨을 제외하고도 많은 15세 미만 백인 소년들이 마이클에 의해 길들여졌고(그루밍), 그들은 성추행이라는 행위를 인지하기도 전에 성추행 피해자가 됐다.

당연히 마이클의 유족들은 이 사실을 부인하며 HBO를 고소했고, 증언자 세이프 척과 롭슨을 향해서는 '고인에게 공적 린치를 가했다'며 비난했다. 전 세계 팬들 역시 마이클의 결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선한 의도와 범죄 사이
 
 다큐멘터리 <네버랜드를 떠나며> 속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 논란이 거세다.

다큐멘터리 <네버랜드를 떠나며> 속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 논란이 거세다. ⓒ Amos Pictures

 
특히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마이클 잭슨은 영웅이다. 1964년 형제들과 함께 잭슨 파이브의 9살짜리 리드 보컬로 데뷔한 그는 향후 30여 년 간 범접할 수 없는 업적을 쌓아 올렸다. 문워크 댄스, '스릴러'의 뮤직비디오, '힐 더 월드(Heal the world)'의 세계 평화, 아프로 아메리칸의 지위 상승 모두가 마이클 잭슨이라는 브랜드 아래 놓여 있다.

<네버랜드를 떠나며>는 이런 마이클의 유산을 폄하하지 않기에 잔인하다. 영화는 피해자들의 담담한 증언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고 또 믿어온 '팝의 전설'을 해체하고, 우리가 마주하지 않았던 이면을 자꾸만 끄집어낸다. 1993년 소년 조던 챈들러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을 때 그는 한화 3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합의를 봤고, 2003년 다큐멘터리 <마이클 잭슨과 살기(Living With Michael Jackson)>에서 "아이들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중은 천진한 마이클 잭슨을 '순수한 영혼의 천재'로 인식했다. 이미 우리는 그가 거대한 네버랜드 랜치에서 수많은 소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침대에서 밤을 보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위대한 마이클 잭슨이었기에 이런 행위는 '아이들의 동심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자신의 힘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도우려는' 선한 의도라고 믿었다. 영화는 우리의 믿음에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마이클 잭슨은 잭슨 가의 형제들로 구성된 5인조 그룹 잭슨 파이브(Jackson 5)의 막내 리드 보컬로 전설의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그 바탕에는 아버지 조 잭슨의 엄격한 학대가 존재했다.

마이클 잭슨은 잭슨 가의 형제들로 구성된 5인조 그룹 잭슨 파이브(Jackson 5)의 막내 리드 보컬로 전설의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그 바탕에는 아버지 조 잭슨의 엄격한 학대가 존재했다. ⓒ 유니버셜뮤직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이 없었다. 스타를 만들겠다는 아버지 조 잭슨의 '훈련'은 네 달째 마이클이 감내하기엔 너무도 고된 일이었다. 말이 좋아 훈련이지 사실상 아동학대였고 폭력이었다. 마이클은 단 한 번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벨트로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경험하지 못한 어린 시절에 집착했고 네버랜드 랜치를 거대한 어린이 테마 파크로 꾸민 다음 수많은 소년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금까지 이런 마이클 잭슨의 행동을 애정과 동심으로 이해해온 우리의 믿음에 균열을 가했다. 영국 맨체스터 축구 박물관은 마이클 잭슨 동상을 철거했고, 미 방송사 폭스(FOX)는 간판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마이클 잭슨 에피소드를 삭제했다.

영국 BBC 라디오 2 채널은 2월 23일 이후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송출하지 않고 있으며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 라디오 방송 역시 뒤를 따랐다. 인기 스타 드레이크도 마이클 잭슨의 보컬이 들어간 노래 'Don't matter to me'를 2019 공연 셋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은 마이클 잭슨에 영감을 받아 기획한 2019년 가을/ 겨울 콜렉션 남성복을 생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논란은 현재 진행형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 ⓒ AFP/연합뉴스

 
논란의 진위와 별개로 마이클 잭슨의 업적은 폄하될 수 없다. 아동 성추행 혐의가 사실이라 해도 그가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꿔놓은 위대한 음악가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를 혼탁한 인간 세계에 고통스러워하던 순수한 영혼, 평화와 아이들을 사랑하던 자상한 영웅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네버랜드를 떠나며> 이후의 세계는 결코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뮤지션 제이슨 데롤로와 유명 음반제작자인 제리 L. 그린버그 7SIX9 엔터테인먼트 회장은 마이클 잭슨 10주기 헌정 앨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엑소 레이, NCT127 등 한국 아이돌이 퓨처링으로 참여해 화제가 됐고, 지난 3일과 18일 제이슨 데롤로와 유명 제리 L. 그린버그이 한국을 찾아 기자 회견을 갖기도 했다. 

해외 팬들과 방송사들의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 7SIX9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에 "마이클 잭슨 재단에서도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HBO에) 강력 대응 방침을 정했고, 세계 여러 아티스트도 일종의 음모론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며 "헌정 앨범에 참여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이슈에 흔들림 없이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326)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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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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