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는 40대를 맞는 외국인 에이스 앤디 밴 헤켄과 이별했다. 대신 한화 이글스 시절이던 2015년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했다. 여기에 KBO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가 2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히어로즈로 복귀했다. 히어로즈는 마무리 조상우, 주전포수 박동원의 성폭행 혐의로 조기에 시즌아웃되는 악재에도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하며 두 시즌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가을에 보여준 히어로즈의 투혼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한 KIA 타이거즈를 난타전 끝에 10-6으로 꺾은 히어로즈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돌풍의 팀' 한화 이글스를 3승1패로 제압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타율 3위(.355) 이정후와 팀 내 최다승 투수(13승) 최원태 없이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를 탈락 직전까지 몰아 붙이며 엄청난 명승부를 연출했다.

지난해 시즌을 끝으로 넥센 타이어와의 스폰서십을 끝낸 히어로즈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새 메인스폰서 키움증권과 함께 할 예정이다. 김민성(LG트윈스)의 이적과 이택근의 문우람 폭행사건 같은 악재도 있었지만 키움은 올 시즌 많은 전문가들과 야구팬들로부터 SK, 두산 베어스와 함께 '3강'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과연 새 유니폼을 입은 영웅들은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투수] 브리검-요키시-최원태-안우진, 키움판 판타스틱4 완성?
 
 키움 히어로즈 2019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키움 히어로즈 2019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지난해 시즌 정규리그에서 199이닝을 던지며 11승7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한 제이크 브리검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였다. 비록 가을야구에서는 4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5.56으로 주춤했지만 키움에서 브리검과의 재계약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반면에 로저스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에릭 해커는 정규리그에서 5승3패5.20으로 주춤했다가 포스트시즌에서 1승1패3.38로 호투했지만 많은 나이(1983년생) 때문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12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시범경기. 넥센 선발 요키시가 역투하고 있다. 2019.3.12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시범경기. 넥센 선발 요키시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키움이 해커 대신 선택한 투수는 미국 출신의 좌완 에릭 요키시. 지난 2014년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4경기에 등판한 요키시는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한 것이 빅리그 생활의 전부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167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222경기에서 64승61패3.71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장정석 감독은 시범경기 두 번의 등판에서 9.2이닝1실점으로 호투한 요키시가 정규 리그에서도 브리검과 함께 키움의 선발진을 이끌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 13승을 거두고도 팔꿈치 통증으로 일찍 시즌을 접었던 최원태는 올 시즌 이닝관리를 받을 것이 유력하다. 따라서 야구팬들은 올 시즌 선발로 변신하는 '괴물 투수' 안우진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브리검과 요키시가 외국인 원투펀치, 최원태와 안우진이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해 준다면 신재영, 김선기, 이승호, 김동준 등이 경쟁하는 5선발 운영에도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성폭행 혐의로 시즌을 일찍 접었던 조상우가 무혐의 판결을 받고 FA투수 이보근과 3년 최대 19억 원에 계약하면서 키움의 불펜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조상우가 기대대로 마무리 역할을 해준다면 지난해 시즌 마무리였던 김상수는 다시 이보근과 함께 셋업맨으로 활약할 수 있다. 여기에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롱맨 역할을 해준다면 지난해처럼 히어로즈가 불펜 난조에 허덕일 일은 없을 것이다.

[타선] 서건창의 2루 복귀로 완성될 '넥벤저스' 두 번째 시즌

박병호는 시즌 초반 종아리 근육 파열로 31경기나 결장하고도 타율 .345 43홈런112타점을 폭발했다.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리기는커녕 골든글러브 외야수로 성장한 이정후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당한 부상을 괴물 같은 속도로 이겨내고 개막전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25경기 12홈런에 이어 가을야구 10경기에서도 3홈런11타점을 작렬한 제리 샌즈는 풀타임 시즌에 얼마나 많은 장타를 때려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지난해 시즌 '넥벤저스 부활'의 가능성을 보인 키움 타선은 올 시즌을 통해 '넥벤저스 시즌2'를 완성하겠다는 기세다. 박동원이 시즌 아웃되면서 팀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던 포수 자리도 이지영이 트레이드를 통해 가세했고 박동원이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서 오히려 더욱 탄탄해졌다.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더 많은 장타를 노리거나 노련한 투수리드가 필요할 때 두 포수를 번갈아 가며 활용할 수 있다.

3번의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서 교수' 서건창은 자넌햐 시즌 무릎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2루수로 단 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서건창은 올 시즌 '지명타자 외도'를 끝내고 풀타임 2루수 복귀를 노리고 있다. 서건창의 2루 복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 2루수의 자존심 회복은 물론이고 김민성이 빠져 히어로즈의 새로운 고민이 된 3루 경쟁과 지명타자 활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만약 서건창이 2루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송성문과 장영석이 경쟁하고 있는 3루 자리에 지난해 주전 2루수였던 김혜성이 합류할 수 있다. 빠른 발을 갖춘 김혜성은 송성문, 장영석과는 다른 유형의 3루수로 장정석 감독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 지명타자 역시 김규민, 허정협 등 확실한 자기 포지션을 잡지 못한 선수들을 투입하거나 주전 선수들에게 번갈아 가며 휴식을 주는 자리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주목할 선수] 홀드왕에서 10승 투수,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는 한현희

선동열 전 감독이나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처럼 선수생활을 하면서 선발투수로 다승왕, 마무리 투수로 세이브왕을 차지했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구 버릇과 구종, 등판 준비과정 등이 전혀 다른 선발과 불펜은 쉽게 바꿀 수 있는 보직이 아니다. 실제로 2006년 세이브왕 정재훈(두산 불펜코치)은 2009년 선발 전환을 시도했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1년 만에 불펜으로 돌아온 바 있다. 

경남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잠수함'으로 명성을 날리던 '트리플H' 한현희는 2012년 1라운드 지명을 받고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그리고 프로 입단 2년 만에 홀드왕(27홀드)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우뚝 섰다.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 오른 2014년 31홀드로 2년 연속 홀드왕에 오른 한현희는 2015년 선발 투수로 변신해 3번의 구원승이 포함된 11승을 따냈다.
 
한현희, 연패 탈출을 위하여 넥센 히어로즈 선발 투수 한현희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말 역투하고 있다. 2018.05.11.

히어로즈 투수 한현희(자료사진) ⓒ 연합뉴스

 
2015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한 시즌을 통째로 쉰 한현희는 2017년 불펜으로 시작했다가 4경기 만에 선발로 전환했다. 하지만 그 해 7월 마무리 김세현(KIA)이 이적하면서 한현희가 뒷문을 지키는 등 조금 복잡한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한현희는 11승7패4.79의 성적으로 선발 투수로 연착륙했다. 하지만 한현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불펜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한현희는 이미 불펜 투수로 홀드왕, 선발 투수로는 두 자리 승수를 따낸 경험이 있다. 따라서 한현희에게 불펜 변신은 익숙했던 친정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한현희의 선발 전환 후 키움 불펜에 사이드암 투수가 귀했던 만큼 한현희가 7회나 8회를 막아준다면 키움의 불펜은 더욱 막강해질 수 있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등판해 2이닝 동안 5탈삼진 퍼펙트 투구를 보일 정도로 한현희의 불펜 복귀는 일단 조짐이 매우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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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 시즌 프리뷰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 한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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