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한 KIA 타이거즈는 2017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를 영입했다. KIA는 2017년 팀 타율 .302의 강력한 타선과 역대 2번째 동반 20승을 달성한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의 활약에 힘입어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KIA팬들은 1980~90년대 화려했던 '타이거즈 시대'의 부활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KIA는 작년 시즌 우승 전력을 유지하고도 5위에 그치고 말았다. 가까스로 가을야구 막차를 타긴 했지만 전년도 우승팀에게 5위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40승을 합작했던 에이스 듀오 양현종과 헥터는 다소 지친 듯 했고 2017년의 임기영 같은 '깜짝 스타'도 나오지 않았다. 타선에서도 안치홍,김주찬,최형우가 제 몫을 해줬지만 3할 타자를 7명으로 도배했던 2017년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KIA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통산 130승 258세이브에 빛나는 최고령 투수 임창용을 방출하며 새 출발을 선언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김세현, 윤석민, 이범호, 한승혁, 김민식 등이 부상과 컨디션 저하 등으로 캠프에서 중도 하차했다. 결과적으로 KIA는 외국인 선수 3명을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전력 변화가 없다. 물론 여전히 2017년의 우승 멤버가 대거 남아있는 만큼 올 시즌에도 KIA의 전력은 상위권에 도전하기 충분해 보인다.

[투수] 다시 꾸린 선발 트로이카, 4,5선발과 필승조는 고민
 
 2019 시즌 KIA 타이거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19 시즌 KIA 타이거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2016년부터 3년 동안 KIA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헥터는 582.1이닝을 던지며 46승20패 평균자책점 3.79로 양현종과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KIA는 헥터와의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소득세 문제로 고민하던 헥터는 KIA, 그리고 KBO리그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2017년 176이닝 동안 9승을 올렸다가 작년 129.1이닝 동안 6승을 따내는 데 그친 팻 딘과의 이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KIA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듀오는 빅리그 7년 동안 14승 31패 ERA 5.37을 기록했던 제이콥 터너와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서 활약한 조 월랜드다. 터너는 56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102번이나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을 정도로 경험이 많고 월랜드는 2017년 요코하마에서 10승 2패 ERA 2.94의 좋은 성적을 올린 바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양현종과 함께 KIA의 선발 트로이카로 활약할 예정이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KIA는 올 시즌도 4, 5선발이 최대 고민이다. KIA 입장에서는 2017년 8승 6패 ERA 3.65로 깜짝 활약했던 임기영이 4선발로 활약해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지만 임기영은 아직 2017년 만큼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 이후 12년 만에 등장한 연고지역 출신의 대형 신인 좌완 김기훈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김기훈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시속 149km의 강속구를 뿌리며 KIA 팬들을 설레게 했다.

KIA는 마무리 경험이 있는 윤석민과 김세현, 임창용이 각각 부상과 컨디션 저하, 방출로 당장 전력에 큰 보탬이 되기 힘들다. 따라서 김기태 감독은 작년 시즌 7승 6패 4세이브 18홀드 ERA 3.70으로 불펜 에이스 역할을 했던 김윤동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길 예정이다. 우완 한승혁과 좌완 임기준 역시 캠프에서 부상에 시달렸던 만큼 KIA는 하준영, 이준영, 이민우, 황인준 같은 젊은 선수들이 필승조로 활약해야만 안정된 뒷문을 꾸릴 수 있다.

[타선] 안치홍-최형우-김주찬-나지완, KIA는 '평타'만 쳐도 강하다
 
 3년 연속 KIA의 주장을 맡게 된 김주찬

KIA 김주찬 ⓒ KIA 타이거즈

 
안치홍은 2루수 포지션에 '평화'를 원했던 모양이다. 안치홍은 작년 시즌 타율 .342 23홈런 118타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역대 3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00년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정근우(한화 이글스), 서건창(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2루수 최다 수상 타이기록이다. 최형우나 김주찬 같은 베테랑들도 나이를 잊은 활약을 이어갔고 2017년에 비해 타율이 .075나 폭락(?)한 김선빈도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고려하면 충분히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지난 2016년 타율 .313 20홈런 86타점을 기록했던 브렛 필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던 KIA는 작년에도 타율 .310 20홈런 70타점 106득점을 기록한 버나디나와 결별을 선택했다. 새로 영입한 제레미 해즐베이커는 빅리그 통산 155경기에서 타율 .258 14홈런 38타점을 기록한 호타준족형 외야수다. 시범경기에서 6연타석 삼진을 당했던 해즐베이커는 지난 14일 kt위즈전에서 시범경기 첫 홈런을 작렬하며 KBO리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포수 김민식과 프로 7년 차를 맞아 유망주 껍질을 깨려 하는 한승택이 벌이는 안방경쟁도 시즌 개막 직전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물론 경험에서는 통산 373경기에 출전한 김민식이 단연 우세하지만 오키나와 1군 캠프 대신 2군 선수들과 대만에서 스프링 캠프를 소화한 한승택도 절박한 심정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터줏대감' 이범호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한 3루수 자리는 시즌 초반 최원준에게 기회가 갈 확률이 높다. 물론 최원준이 작년 시즌 내야 전포지션과 중견수,우익수까지 소화한 KIA의 '슈퍼 유틸리티'인 것은 분명하지만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는 한 포지션에 정착하는 것이 좋다. 준수한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최원준이 수비만 안정된다면 허경민(두산 베어스)에 버금가는 '잘 치고 잘 뛰는 3루수'로 성장할 수 있다. 

[주목할 선수] 30대 중반 '노망주' 김주형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

KIA 팬들은 작년 11월 한국야구위원회에서 발표한 보류선수명단을 보면서 의아함을 느꼈을 것이다. KIA 팬들이 진작에 포기한 유망주 김주형의 이름이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KIA에 입단한 김주형은 올해로 KIA에서만 16년 차를 맞는다. 김주형은 2005년 KIA에 입단해 2009년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가 작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곽정철 2군 투수코치보다도 1년 선배다.

동성고 시절부터 '리틀 김동주'로 불리며 KIA에 입단해 한 때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던 진필중(당시 LG트윈스)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릴 때만 해도 김주형의 성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김주형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했고 2011 시즌 KIA가 FA 3루수 이범호를 영입하면서 사실상 '버려진 유망주'가 방치(?)되고 말았다.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KIA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주형은 2016년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281 19홈런 49타점을 기록하며 드디어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듯 했다. 하지만 김주형은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타율 .170 무홈런 10타점으로 다시 추락했고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아찔한 실책까지 저질렀다. 결국 김주형은 작년 시즌 1군에서 단 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KIA가 지난 2년 간 최악의 부진을 경험한 김주형을 안고 가는 이유는 40대를 바라보는 김주찬과 이범호의 나이 때문이다. 물론 미래를 생각한다면 최원준이나 황대인 같은 유망주들을 키우는 것이 맞지만 KIA로서는 1군 750경기 출전 경험을 갖춘 장타력 있는 내야수를 섣불리 포기할 수 없었다. 김주형에게 올 시즌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35세가 된 김주형은 올 시즌 1군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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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 시즌 프리뷰 KIA 타이거즈 양현종 안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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