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김상수 지난 2018년 4월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말 1사 때 1점 홈런을 쳐낸 삼성 김상수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환호하는 김상수 지난 2018년 4월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말 1사 때 1점 홈런을 쳐낸 삼성 김상수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통산 8번의 우승(1985년 통합우승 포함)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는 KBO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무려 11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올라 7번의 우승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가 지배했던 20세기의 프로야구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야구팬들에게 KBO리그 역대 최고의 팀은 단연 삼성으로 인식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2015년 정규리그 우승을 끝으로 깊은 암흑기에 빠지고 말았다. 1996년의 6위가 역대 최악의 성적이었던 삼성은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9위라는 상상하기 힘든 추락을 경험했다. 박석민(NC 다이노스), 최형우(KIA 타이거즈), 차우찬(LG 트윈스), 배영수(두산 베어스) 등 왕조 시대의 주역들이 차례로 팀을 떠났고 삼성은 물론 KBO리그를 상징하던 '국민타자' 이승엽도 2017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삼성은 작년 시즌 5위 KIA와의 승차가 없었음에도 승률에서 0.0004가 부족해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삼성의 최대 암흑기로 불리는 1994년~1996년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이제 삼성의 2010년대 후반이 구단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올 시즌 반드시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할 필요가 있다.

[투수] 삼성의 4번째 외국인 투수 복권(?), 이번엔 당첨될까
 
 삼성 라이온즈 2019 시즌 예상 라인업과 라인업

삼성 라이온즈 2019 시즌 예상 라인업과 라인업 ⓒ 양형석

 
지난 3년 동안 삼성만큼 외국인 투수 당첨운(?)이 없는 팀은 없었다. 2016년과 2017년 외국인 투수들의 합작승수가 각각 6승과 5승에 불과했던 삼성은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활약한 작년에도 두 외국인 투수가 15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기본이 돼야 하는 KBO리그에서 3년 동안 외국인 투수가 26승 밖에 올리지 못한 삼성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코디네이터를 애런 타사노로 교체한 삼성은 미국 출신의 저스틴 헤일리와 덱 맥과이어를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195cm를 훌쩍 넘는 장신의 우완 정통파로 빅리그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트리플A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헤일리와 맥과이어는 시범 경기 첫 등판에서 각각 4이닝5탈삼진 1실점, 5이닝7탈삼진 무실점의 뛰어난 투구를 선보이며 올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다.

작년 시즌 윤성환이 부진하며 확실한 토종 에이스가 없었던 삼성은 올 시즌 선발로 활약할 최충연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최충연이 선발로 순조롭게 변신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준다면 삼성은 좌완 백정현, 최채흥, 베테랑 윤성환 등과 함께 나쁘지 않은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 단 작년 7승을 거두며 삼성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양창섭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시즌을 접은 것은 삼성에게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최충연의 선발 전환과 심창민(상무)의 입대로 뒷문이 허전해진 삼성은 2017년 21세이브를 기록했던 장필준의 마무리 복귀가 유력하다. 김한수 감독은 경우에 따라 스프링캠프에서 허리 통증의 후유증을 날려버린 사이드암 우규민을 '더블 스토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물론 필승조 2명의 이탈로 인해 투수들이 부족해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김승현과 이승현, 최지광 등 유망주들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타선] 김상수와 이학주의 경쟁 속 기대하는 내야의 시너지 효과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라는 '사기유닛'이 KBO리그에 없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뛰어나면서도 꾸준한 외국인 타자는 단연 다린 러프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271경기에서 타율 .322 64홈런249타점을 기록한 러프는 올 시즌을 앞두고 170만 달러에 재계약을 하며 3년째 '삼성맨'이 됐다. 러프처럼 검증된 타자가 4번 자리에서 중심을 잡아주면 김한수 감독은 타순을 짜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김한수 감독이 시범경기를 통해 시행하고 있는 가장 큰 실험 중 하나는 바로 '2번타자' 구자욱이다. 물론 통산 타율 .332를 자랑하는 구자욱이 2번에 배치된다면 중심타선에게 더욱 근사한 '밥상'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55홈런 268타점을 쓸어 담은 간판타자 구자욱이 중심타선이 아닌 테이블 세터로 나서는 게 과연 삼성 타선의 힘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3년 18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김상수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시카고 컵스 트리플A 출신의 해외파 이학주의 유격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두 선수 모두 유격수에 애착이 강하지만 김한수 감독은 유격수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에게 주전 2루를 맡길 예정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삼성의 내야는 작년보다 한층 강해질 것이다.

작년 시즌 생애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한 김헌곤의 자리가 되는 듯 했던 좌익수 역시 트레이드를 통해 우타 거포 김동엽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준수한 수비 능력을 두루 갖춘 김헌곤이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김동엽에게는 '홈런'이라는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있다. 김동엽의 경우 박한이가 버틴 지명타자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주목할 선수] '미스터K' 이수민, 지겨운 2군 생활 접을까

삼성은 작년 시즌 '좌투수 기근'에 시달렸다. 좌완 사이드암 임현준이 1패3홀드 평균자책점 3.90으로 선전했지만 임현준은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전천후 좌완 백정현은 시즌 25경기 등판 중 불펜 등판이 2경기에 불과한 만큼 이젠 불펜이 아닌 선발 투수로 분류해야 한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도 이렇다 할 좌투수 보강이 없었지만 김한수 감독은 프로 6년 차를 맞은 '조금 오래된 유망주' 이수민을 주목하고 있다.

이수민은 상원고 시절이던 2013년4월 대구고와의 경기에서 10이닝 동안 2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이에 삼성은 그 해 고교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경북고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대신 이수민을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박세웅이 보여준 재능도 대단했지만 이수민의 탈삼진 능력이 프로에서도 통한다면 삼성은 권혁(두산)과 차우찬(LG)을 잇는 확실한 좌완 에이스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수민은 프로 입단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1군에서 5년(군복무 2년 포함) 동안 단 6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반면에 삼성이 이수민을 선택하면서 지명을 포기했던 박세웅은 2016년 7승, 2017년 12승을 올리며 '안경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이수민은 작년에도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도 21경기에서 1패 9.88로 부진했다. 이제 삼성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이수민은 작년 마무리 캠프와 올해 스프링 캠프에서 오치아이 에이치 투수 코치와 정현욱 불펜 코치의 집중지도를 받으며 시범경기에서 전혀 달라진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등판한 이수민은 2이닝 동안 실점은커녕 단 하나의 안타나 사사구도 내주지 않고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이수민이 시범경기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올해는 2군 구장 경산볼파크보다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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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 시즌 프리뷰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 구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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