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야구팬들이 두산 베어스의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은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그리고 그 예상의 근거는 바로 '안방마님' 양의지(NC 다이노스)의 이적이다. 양의지는 작년 시즌 타율 .358 23홈런77타점을 기록한 강타자이기도 하지만 2010년부터 무려 9년 동안 두산의 안방을 지켰던 주전 포수였다. 투수들의 특징과 버릇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주전 포수의 이탈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욱 큰 손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주전 포수의 이탈이 성적하락으로 직결된 팀이 바로 작년 시즌의 롯데 자이언츠였다. 2007년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롯데는 주전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떠난 작년 시즌 7위로 추락했다. 나종덕, 안중열, 김사훈 등이 돌아가며 안방을 지켰지만 그 누구도 10년 넘게 거인 군단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강민호의 존재감을 대신할 순 없었다.

롯데와 함께 안방이 구멍이었던 NC가 125억 원을 투자해 양의지를 영입한 것과 달리 롯데는 지난 겨울 외부에서 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시즌 토종 투수 가운데 최다승(9승)을 올린 노경은과의 FA계약마저 결렬됐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맞게 된 롯데는 14년 만에 다시 롯데의 감독으로 돌아온 양상문 감독 체제에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투수] 빈약한 선발진과 탄탄한 불펜, 조화 이룰 수 있을까
 
 2019 시즌 롯데 자이언츠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19 시즌 롯데 자이언츠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2017 시즌이 끝난 후 3년 동안 28승을 기록했던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두산)과 결별한 롯데는 작년 브룩스 레일리의 새 파트너로 빅리그 31승 경력의 좌완 펠릭스 듀브론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빅리그 시절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듀브론트는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채 6승9패 평균자책점 4.92의 평범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100만 달러를 투자해 영입한 빅리그 출신 투수인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 ⓒ AFP/연합뉴스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투구가 돋보이는 레일리와 재계약한 롯데는 레일리와 함께 할 새 외국인 투수로 우완 제이크 톰슨을 선택했다. 193cm100kg의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이 주특기인 톰슨은 빅리그에서 3년 동안 활약하며 7승8패4.87의 성적을 기록했다. 양상문 감독은 우완 파워피처 톰슨과 좌완 기교파 레일리가 롯데의 새 원투펀치로 활약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노경은의 계약 무산과 '안경에이스' 박세웅의 재활로 토종 선발 요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선발 후보들의 치열한 자체 경쟁 속에서 의외의 시너지가 날 수도 있다. 롯데는 풀타임 선발 3년 차를 맞는 김원중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고 작년 시즌까지 불펜으로 활약했던 장시환은 올 시즌부터 선발로 변신할 예정이다. 송승준 같은 베테랑부터 박시영, 김건국, 윤성빈 같은 신예들이 함께 경쟁할 5선발 다툼도 매우 치열하다.

롯데는 불안한 토종 선발진의 약점을 든든한 불펜야구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팀이다. 마무리 손승락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시즌 중으로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의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277개)을 경신할 것이 매우 유력하다. '홀드왕' 오현택, '2018년의 발견' 구승민도 또 한 번 도약을 노린다. 여기에 어깨 부상 후 재활 중인 박진형이 정상 컨디션으로 복귀해 준다면 롯데 불펜은 더욱 날개를 달 수 있다.

[타선] 상·하위 타선의 심한 간극, 유망주들의 성장이 절실하다

최다안타왕 3회, 골든글러브 5회 수상에 빛나는 손아섭은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외야수다. 전역 후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전준우는 작년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342 33홈런90타점118득점이라는 1번 타자로서 '반칙'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중견수라는 쉽지 않은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타율 .318 17홈런66타점74득점을 기록한 민병헌은 작년 시즌 자신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자책할 정도.

손아섭-전준우-민병헌으로 구성된 롯데의 외야진은 어느 팀이나 부러워 할 리그 최고 수준이다. 타율 .333 37홈런125타점으로 롯데의 자존심을 지킨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도 여전히 상대 투수에게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평가 받는다. 여기에 작년 시즌을 앞두고 고향팀으로 이적한 채태인 역시 작년 시즌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293 15홈런75타점으로 베테랑 타자로서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롯데에 손아섭이 있다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 7회 초 선두타자 롯데 3번 손아섭이 1점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8.6.5

롯데 손아섭(자료사진) ⓒ 연합뉴스

 
공수에서 2% 부족했던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롯데는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내야수 카를로스 아수아헤와 계약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3년 동안 175경기에 출전했던 아수아헤는 1143이닝 동안 실책이 5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2루수 요원이다. 여기에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통해 타격에서도 만만치 않은 기량을 선보여 테이블세터로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롯데 타선의 가장 큰 약점은 막강한 상위 타선과 허약한 하위타선 사이의 격차다. 특히 여전히 보강이 되지 않은 포수와 3루수는 작년처럼 올 시즌 내내 양상문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 3루 쪽에선 유망주 한동희와 전병우의 성장이 필수적이고 작년 후반기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한 포수 안중열도 풀타임 주전으로서 공수에서 더욱 믿음직한 플레이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주목할 선수] 이명우를 잇는 거인 군단의 '좌완 스페셜리스트' 

2002년 롯데에 입단해 17년 동안 롯데에서만 활약한 좌완 이명우는 통산 12승이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끝내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롯데와의 인연을 마감한 애증의 투수다. 하지만 적지 않은 롯데팬들이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이명우가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을 때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재 롯데 불펜에서 이명우 정도의 실적과 경험을 갖춘 좌완 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이명우 만큼 경험이 많고 이명우보다 구위가 더 좋은 베테랑 좌완 투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프로 18번째 시즌을 맞는 고효준이 그 주인공이다. SK 와이번스 시절이던 2009년 11승10패2세이브1홀드4.33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은 고효준은 5승8패4.26을 기록했던 2011년을 끝으로 짧은 전성기를 마감했다.

2016년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한 KIA 타이거즈에서도 이렇다 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고효준은 2017년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6년 만에 고향팀 롯데로 컴백했다. 고효준은 작년 시즌 프로 데뷔 후 2번째로 많은 43경기에 등판했지만 여전히 고치지 못한 제구 불안을 드러내며 2승3패7홀드6.96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명우 대신 구위가 더 좋은 고효준을 선택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양상문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로부터 커브를 집중 지도받은 고효준은 올 시즌 차재용과 함께 롯데 불펜의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할 예정이다. 물론 시범경기부터 기복을 보이는 고효준의 투구는 롯데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 불펜이 승부처에서 상대 좌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고효준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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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 시즌 프리뷰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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