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 2019년 선수단 신년 결의식'에서 이강철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22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 2019년 선수단 신년 결의식'에서 이강철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22 ⓒ 연합뉴스


 
지난 2013년에 창단해 2015년부터 1군에 합류한 KBO리그의 10번째 구단 kt 위즈는 신생 구단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 2년 동안 신인들을 우선 지명했고 외국인 선수 쿼터가 한 명 더 많았으며 기존 구단들로부터 보호 선수 20인 외 1명을 지명하기도 했다. kt는 2011년에 창단해 2013년부터 1군에 자리 잡은 '제9구단' NC 다이노스를 모델로 빠른 시간 안에 1군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kt의 외국인 선수 중에는 에릭 해커나 찰리 쉬렉 같은 에이스는 없었고 우선 지명한 신인들 중에서도 나성범이나 박민우처럼 팀의 간판으로 성장한 선수 역시 등장하지 않았다. 결국 kt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신생 구단의 한계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시즌 NC의 몰락을 틈 타 간신히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kt와 기존 구단 사이의 전력 차이는 작지 않다.

kt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조범현, 김진욱 감독에 이은 팀의 3번째 감독으로 현역 시절 특급 잠수함 투수로 위용을 떨쳤던 이강철 감독을 선임했다. 이강철 감독은 프로팀에서 감독을 맡은 경험은 없지만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에서 10년 넘게 투수 및 수석 코치를 역임한 '준비된 지도자'로 꼽힌다. 1군 진입 5년째를 맞는 kt는 이강철 감독 체제 하에서 올 시즌 조용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투수] 국가대표 출신 중고신인 이대은, 마법사들의 에이스 될까
 
 2019 시즌 kt 위즈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2019 시즌 kt 위즈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kt는 창단 첫 해 12승을 거둔 크리스 옥스프링 이후 지난 3년 동안 10승 투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kt는 작년 시즌 외국인 듀오 더스틴 니퍼트가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 라이언 피어밴드가 8승 8패 ERA 4.30으로 제 몫을 해줬지만 30대 중·후반에 접어드는 외국인 투수를 재신임하기엔 아무래도 불안한 부분이 많았다. 결국 kt는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작년 시즌 경험이 많은 베테랑 미국 투수들과 함께 했던 kt는 올 시즌 상대적으로 젊은 중남미 출신 투수들을 영입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윌리엄 쿠에바스와 도미니카 공화국 국적의 라울 알칸타라가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 모두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인 만큼 팀에 적응만 잘 한다면 마법사들의 새로운 원투펀치로 활약이 기대된다.

작년 8승을 거둔 좌완 금민철과 FA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kt 팬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투수는 역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해외파' 이대은이다. 2015년 프리미어12와 2017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표 선수였던 이대은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신인 같지 않은 신인'이다. 이대은이 기대했던 구위로 로테이션을 잘 지켜 준다면 kt의 선발진은 훨씬 원활하게 운영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44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이 4년 연속 kt의 뒷문을 지킬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이강철 감독과 박승민,이승호 투수코치는 필승조 짜기에 고심이 많다. 홍성용의 은퇴와 심재민의 입대, 고창성의 방출 등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광속 사이드암 엄상백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전유수가 셋업맨으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권, 류희운, 정성곤, 박세진, 김태오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절실하다.

[타선] '1번 유격수 황재균'이 가능해지면 kt 타선은 술술 풀린다
 
 새로운 스타일로 변화를 꿈꾸는 kt 타선의 중심 황재균

kt 황재균 ⓒ kt 위즈

 
작년 시즌 kt 타선에는 2가지 커다란 수확이 있었다. 먼저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재계약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작년 시즌 43홈런 114타점으로 대폭발한 것이다. 프로 적응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던 '슈퍼루키' 강백호 역시 입단 첫 해부터 29홈런을 터트리며 단숨에 kt의 간판타자로 떠올랐다. 두 거포의 발견은 2019 시즌을 준비하는 kt 타선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kt는 강백호와 로하스, 유한준을 중심타선에 배치해 타점생산 능력을 극대화하려 한다. 올해로 39세가 된 유한준은 작년 시즌에도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339 20홈런 83타점을 기록했을 만큼 세월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시즌 kt의 주전 우익수로 78경기에서 606이닝을 소화했던 유한준은 올해부터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명타자로 나설 예정이다. 

올 시즌 kt 내야의 운명을 결정지을 선수는 바로 유격수 변신할 '머신' 황재균이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부터 리그 정상급 3루수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던 황재균은 작년 시즌 kt로 이적해 142경기에서 타율 .296 25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은 공격적인 라인업을 만들기 위해 올 시즌부터 황재균을 유격수로 활용할 예정이다. 

황재균이 유격수로 자리 잡고 1번 타순에서 작년 시즌 만큼의 성적을 올려 준다면 3루수는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오태곤이 맡을 전망이다. 시범 경기 시작부터 멀티 홈런을 터트린 장성우도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마법사들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아직은 자신만의 보장된 자리가 없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심우준과 정현은 내야의 빈 곳을 메우면서 주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것이다.

[주목할 선수] 퓨처스 리그 홈런 기록 갈아치운 미완의 거포 유망주

지난 2012년 NC가 '투수' 나성범을 외야수로 변신시켜 팀의 간판타자로 키워냈던 것처럼 kt는 2014년 고려대 출신의 거포 유망주 문상철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184cm 85kg의 건장한 체격에 뛰어난 장타 능력을 갖춘 문상철이 나성범처럼 팀의 간판타자로 성장해 준다면 kt는 든든한 자체 생산 스타를 거느린 채 팀 전력을 키워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상철은 1군 데뷔 후 2년 동안 99경기에 출전해 타율 .181 3홈런 13타점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1군의 냉정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2016년에는 타율도 .200로 부진했지만 48경기에서 6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수비에서도 자신감이 급격히 하락했다. 결국 문상철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상무 야구단에 입대했고 다행히 상무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문상철은 상무 입대 첫 시즌이었던 2017년 타율 .339 36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1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36홈런은 박병호(키움), 최주환(두산) 등이 가지고 있던 퓨처스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24개)을 10개 이상 경신한 신기록이고 101타점 역시 퓨처스 역대 최다 타점과 타이기록이다. 문상철은 발목이 좋지 않았던 작년 시즌에도 22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뛰어난 장타력을 과시했다. 

전역 후 발목 수술을 받았지만 순조로운 재활 후 스프링캠프를 무리없이 완주한 문상철은 올 시즌 1루수 윤석민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윤석민이 3루 수비가 가능한 만큼 1루수 문상철, 3루수 윤석민, 좌익수 오태곤으로 포지션이 정리되는 것도 문상철과 kt에겐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무엇보다 올 시즌 문상철의 가장 큰 과제는 지난 2년 동안 퓨처스리그를 지배했던 문상철의 방망이가 1군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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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 프리뷰 KT 위즈 이강철 감독 황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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