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야구 시즌을 앞두고 또 한 명의 베테랑 선수가 필드를 떠나게 됐다. 사이드암 투수 임창용이 결국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임창용은 11일 자신의 에이전트인 스포츠 인텔리전스 그룹을 통해 조용히 은퇴 사실을 알렸다. 광주 진흥고등학교 출신으로 1995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데뷔했던 1976년 생의 임창용은 고향 팀 KIA 타이거즈에서의 마지막 활약을 끝으로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는 만 42세까지 24년 동안 프로 야구선수로 활동했고, 그 중 KBO리그에서는 18시즌을 뛰었다. 일본 센트럴리그의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5시즌을 뛰었고, 비록 확장 로스터로 잠시 뿐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1시즌(시카고 컵스)을 뛰기도 했다.

1004경기 출전, 동양인 최다 출전 투수 기록 남긴 임창용
 
 KIA 임창용 선수

KIA 임창용 선수 ⓒ 연합뉴스

 
오랫동안 선수로 활약해 온 덕분에 통산 기록들은 누적으로 인한 것들이 많다. 임창용의 젊은 시절은 당시 선발투수와 중간 구원투수, 마무리투수의 구분이 아직 명확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그는 팀의 사정에 따라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옮겨 다니면서 커리어를 쌓았다.

당시 마무리 투수들은 리드 상황의 9회에만 등판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후반에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우에 따라 경기 중반 승부처부터 공을 던지며 구원승을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임창용은 다른 나라의 리그에서도 활약하면서 그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도 거쳤다. 2005년 후반기와 2012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를 두 번이나 받으면서도 24년 동안 매년 1군 경기에 1경기 이상은 등판했다.

그는 결국 KBO리그와 일본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합하여 모두 1004경기에 출전했다. 아시안으로서 최다 출전 기록이다. 이 부분 역대 2위는 일본인 투수 이와세 히토키(현 주니치 드래곤스 코치)의 1001경기로,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이승엽에게 결승 홈런을 헌납했던 바로 그 투수였다.

이와세는 커리어 대부분을 구원투수로 주니치 한 팀에서만 뛰었지만 임창용은 선발로도 등판한 경기가 많아 통산 이닝이 1963.2이닝에 달했다. 이와세가 2018년 시즌이 끝나기 전 선수에서 은퇴하면서 임창용은 한동안 동양인 역대 최다 출전 투수의 기록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1이닝 전문 마무리투수 아니었지만 한국인 세이브 역대 3위

임창용의 KBO리그 전반부 커리어는 경기 중반부터 언제든지 투입될 수도 있는 이른바 '애니콜' 역할이었다. 선발로 시즌을 소화할 때에도 상황에 따라 구원 등판하기도 했다. 투수 분업이 완전히 정착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그는 메이저리그의 마무리 투수에 비해 더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임창용은 KBO리그에서 130승 258세이브를 기록했다. 258세이브는 KBO리그 세이브 역대 3위(1위 오승환 277세이브, 2위 손승락 262세이브)의 대기록이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 1위는 조만간 손승락이 뛰어 넘을 가능성이 크다.

오승환과 손승락이 1이닝 전문 마무리 투수인 점을 감안하면 임창용의 기록은 또 다른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임창용이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오간 오른손 투수였다면, 왼손 투수에서는 구대성(현 질롱 코리아 투수 겸 감독)이 보직을 오갔던 경우였다. 구대성 역시 KBO리그 세이브 부문에서 214세이브로 5위에 올라 있다.

임창용은 한국인 통합 세이브 부문에서 2016년까지만 해도 1위를 굳히는 듯 했다. 임창용이 야쿠르트에서 128세이브를 추가, 통산 386세이브를 기록하고 은퇴했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마무리투수가 아닌 필승조 중간 계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카디널스에서 부상 선수가 발생하여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마무리 기회를 얻었고, 한신 타이거즈에서 올린 80세이브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도 40세이브를 추가했다. 통합 397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오승환이 경우에 따라 한국인 최초로 400세이브에 도전할 수도 있어서 임창용은 한국인 통산 세이브 2위에 만족하게 됐다.

구대성은 호주에서도 세이브를 추가하여 도합 94승 259세이브를 기록했다. 한국인 통합 세이브 부문에서 손승락의 뒤를 이어 4위에 올라 있지만, 선수보다 감독의 역할에 집중하는 현 상황에서 오승환, 임창용, 손승락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141승을 거두면서도 한국인 세이브 역대 3위에 오른 임창용의 기록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야구 뒷문에 비해 헐거웠던 임창용의 사생활 뒷문

한국인 역대 세이브 3위에 오를 정도로 그는 야구에서 뒷문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러나 사생활에서의 자기 관리는 그렇게 철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원정 도박 사건으로 그는 야구 팬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에게도 임팩트를 남겼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 동료들이었던 윤성환, 안지만, 오승환 등과 함께 시즌 내내 사건이 뉴스에 오르내렸다.

당시 삼성은 2015년에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달성햇다. 문제는 시즌 내내 조사 중이던 원정 도박 당사자가 밝혀진 게 가을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은 한국 시리즈 라인업에서 빠져야 했다. 3명의 투수가 빠진 삼성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차전에서 겨우 승리했지만, 이후 4경기를 내리 패하며 업셋을 허용했고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이들 중 안지만은 퇴출되었고, 윤성환은 아직까지 삼성에서 활약하고 있다. 임창용은 오승환과 함께 KBO리그로부터 시즌의 50%에 해당되는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으며, 삼성에서는 방출되었으나 고향 팀 KIA에서 징계를 이행했다. 오승환은 KBO리그로 돌아오는 시점부터 징계가 발효된다.

고향 팀에서 기회를 다시 얻은 임창용은 징계를 이행한 뒤 2년 반을 더 현역으로 뛰었다. 2017년 고향 팀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에 성공한 뒤 FA 자격을 2번째로 얻을 수 있었지만, 임창용은 그 권리를 포기했다. 그리고 권리를 포기한 직후의 시즌인 2018년이 그의 마지막 시즌이 되고 말았다.

뱀직구 내려놓고 야구 발전에 기여하고픈 임창용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임창용은 KIA에서 방출됐다. FA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FA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베테랑 선수들이 이적 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임창용 역시 새로운 진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임창용은 끝까지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겨울 동안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를 찾는 팀은 없었고 임창용은 시범경기를 앞두고 선수 은퇴를 결정했다.

두 차례의 토미 존 서저리를 딛고 선발과 중간, 마무리 여러 역할을 모두 수행했던 임창용이었다. KBO리그뿐만 아니라 NPB와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하며 견문을 넓힌 적도 있다. 파란만장한 선수 인생을 마무리한 임창용이 제2의 야구 인생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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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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