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은 위대한 페미니스트 영화이다.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브리 라슨)

마블의 세계관을 뜻하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 단독 여성 주인공인 배우 브리 라슨이 개봉 전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은 <캡틴 마블>에 대한 '평점 테러'와 '불매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관련 기사: 페미니즘 반발, 평점 테러에도... '캡틴 마블' 흥행 전망 밝다 http://omn.kr/1hp6l)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의 팬을 자처하는 국내외의 일부 남성들이 <캡틴 마블>의 개봉에 반발하면서 개봉 전부터 영화 보이콧을 선언하는 일도 일어났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글을 통해 "용산 CGV에서 <캡틴마블> 보이콧 시위한다. 상영관 입구를 가로막고 극장 앞에서 '페미 마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겠다"고 밝힌 한 네티즌의 존재도 한동안 인터넷 상에서 화제였다. 한국 포털사이트 영화란의 사전 평점도 험악했고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봉 당일인 6일 용산 CGV 앞은 <캡틴 마블>을 보러 온 관객들로 인해 평일 낮임에도 북적였다. 이날 <캡틴 마블>의 예매율은 95%까지 치솟았다. 영화관 오픈 시간인 상영 10분 훨씬 이전부터 관객들은 아이맥스관 앞에서 팝콘에 콜라를 들고 줄을 죽 길게 늘어 섰다.

마침내 영화관 문이 열리자 관객들이 우르르 각자의 객석을 찾아 몰려갔다. 서울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관을 보유한 용산 CGV의 <캡틴 마블> 개봉일 오전 풍경이었다. 이날 아이맥스관은 앞자리와 옆자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꽉 차 <캡틴 마블>의 인기를 증명했다.

브리 라슨의 말이 틀리지 않은 이유

"여자는 조종석에 어울리지 않아", "여자가 하기에는 무리야"... <캡틴 마블>에는 이와 같은 편견 섞인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실제로 여성 조종사가 많지 않던 1990년대, 극 중 공군 파일럿이던 '캐롤'(브리 라슨 분)은 이런 편견에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캡틴 마블>의 중심 서사는 앞서 언급한 편견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으로 전개된다. 이 대사에 대한 '캡틴 마블'의 답은 무엇일까. 영화의 마지막 부분, 자신의 기억을 되찾은 '캡틴 마블'이 전투의 마지막에 외치는 대사가 있다. 여기서 나온 대사가 바로 편견에 대한 '캡틴 마블'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캡틴 마블'은 나름의 답을 끝내 찾아낸다. 영화 속 핵심 서사가 기억을 잃은 한 여성의 자아 찾기라는 점에서 브리 라슨이 말한대로 <캡틴 마블>을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충분히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캐롤이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어린 캐롤(맥케나 그레이스 분)이 레이싱 등에 도전하다가 실패해 쓰러지는 장면들이 플래시백으로 삽입된다. 하지만 어린 캐롤은 숱한 실패에도 다시 일어선다. '실패해도 쓰러져도 괜찮다,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라는 듯이.

극 중 크리족인 캐롤은 천적인 스크럴 종족과 싸우다가 지구에 불시착한다. 이후 지구인이자 정보 기관 '쉴드'의 요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와 팀을 이뤄 자신의 기억을 찾으려 애쓴다. 영화 <캡틴 마블>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러한 줄거리에 여성들의 존재가 무게감 있게 등장한다. 지구에서 캐롤의 친구이자 역시 공군 조종사였던 마리아(라샤나 린치 분)와 그의 딸은 캐롤의 존재를 보면서 또 다른 도전을 감행하고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또 캐롤이 지구에서 공군 조종사로 있던 시기에 존경하던 인물 인텔리전스(아네트 베닝 분)도 여성이다. 한 여성이 나이가 더 많은 여성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나이가 어린 또 다른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장면도 나온다.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는 브리 라슨의 말은 그런 면에서 <캡틴 마블>이라는 영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연기한 이후 내놓은 대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쿠키 영상'

단독 히어로물로서 완성도를 높인 <캡틴 마블>은 마블 세계관을 뜻하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존재를 모르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캡틴 마블>을 통해 오는 4월 24일로 개봉이 예고된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의 마지막 퍼즐이 채워진 셈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캡틴 마블>에는 크리족이 노리는 물체로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정육면체 '테서렉트'가 나온다. 이는 마블 세계관을 꿰뚫는 물질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최종 악당 타노스가 노리는 물건이기도 하다. 여러 마블 주인공들의 손을 거쳐간 이 물건, '테서렉트'를 모른다면,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쿠키 영상을 보고 나서 다소 맥빠질지도 모른다.

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쿠키 영상에서 사라지기 직전 다급하게 '삐삐'를 닮은 물건을 통해 '캡틴 마블'을 호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물건은 <캡틴 마블>에서 내내 중요한 물건으로 등장한다. 이는 <캡틴 마블>의 첫 번째 쿠키 영상과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월터 로슨(주드 로 분)이 다급하게 호출해 지구에 도착한 망치 든 사나이 '로난'은 마블 영화 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메인 악당이다. 그는 <캡틴 마블>의 후반부 잠시 등장하는 정도로 그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본 관객이라면 그의 귀환이 반가울 것이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로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로난 ⓒ 월드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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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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