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멜버른까지 날아간 대구 FC가 K리그 1 챔피언 전북이 개막전 당시 진땀을 흘린 이유를 더 분명하게 증명했다. 시도민 구단을 대표하는 자존심을 구단의 새 역사 한 페이지에 멋지게 새기고 돌아오게 된 것이다. 까다로운 어웨이 경기였고, 바로 그 상대 팀에는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스웨덴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올라 토이보넨, 일본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혼다 케이스케 등이 뛰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결과다.

안드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5일 오후 5시 30분 호주 멜버른에 있는 AAMI 파크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간판 공격수 세징야의 1득점 2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3-1로 멋진 역전승을 거두고 구단 역사상 챔피언스리그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세징야의 슈퍼 골

지난해 FA(축구협회)컵 우승 팀 대구 FC는 3.1절 오후 2시 전주성에서 열린 2019 K리그 1 공식 개막전에서 '절대 1강'으로 통하는 전북 현대(2019 K리그 1 우승)를 크게 흔들어댔다. 
 
균형을 무너뜨리는 에드가 1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019 전북 현대와 대구 FC의 경기. 대구 에드가가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균형을 무너뜨리는 에드가 1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019 전북 현대와 대구 FC의 경기. 대구 에드가가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골잡이 에드가의 헤더 골을 먼저 만들어내며 새 감독 조세 모라이스 체제로 트레블(3관왕)을 노린다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주춤거리게 한 것이다. 비록 전북 미드필더 임선영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지만 전북이 자랑하는 닥공을 시원하게 펼치지 못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대구 FC 선수들은 바로 그 K리그 공식 개막전 결과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번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를 통해 분명하게 입증한 셈이다.

대구는 28분에 먼저 골을 내줬다. 역시 올라 토이보넨의 결정 능력은 놀라웠다. 혼다 케이스케의 오픈 패스를 받은 코스타 바바로세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깔리는 얼리 크로스를 보냈고 토이보넨이 이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로 살짝 방향만 바꿔 구석으로 돌려넣은 것이다.

하지만 대구 FC는 곧바로 3분 뒤 점수판을 1-1로 만들어버렸다.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골잡이 에드가가 이마로 떨어뜨린 공을 간판 골잡이 세징야가 상대 페널티 지역 반원 바로 밖, 혼다 케이스케 앞에서 오른발 발리슛을 멋지게 성공시킨 것이다. 웬만한 선수들이 흉내내기도 힘든 고난도 슈퍼 발리 골이었다. 
 
 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멜버른 빅토리와 대구 FC의 경기 중 대구 FC의 세징야(왼쪽)가 동점골을 득점한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멜버른 빅토리와 대구 FC의 경기 중 대구 FC의 세징야(왼쪽)가 동점골을 득점한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대구 FC의 위력적인 역습, 세징야 빛나다

대구의 조직력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안드레 감독이 새 시즌을 위해 준비한 3-4-3 포메이션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덕분이었다. 맨 뒤에서 간판 골키퍼 조현우의 든든한 선방이 동료들을 더욱 힘나게 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조현우는 41분에 멜버른 빅토리 간판 미드필더 혼다 케이스케의 왼발 발리슛이 골문 안으로 날아올 때 침착하게 각도를 줄이며 슈퍼 세이브 실력을 자랑했고, 63분에도 테리 안토니스의 크로스를 받은 토이보넨의 위력적인 헤더 슛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몸 날려 막아내 대역전승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하게 해냈다.

대구의 후반전 역습 키는 역시 세징야가 잡고 흔들었다. 51분, 중앙선에서 공을 잡은 세징야의 역습 드리블을 막기 위해 멜버른 빅토리 미드필더들이 셋이나 달라붙었지만 세징야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그들을 차례로 물리친 다음 왼쪽에서 따라 들어오는 황순민에게 밀어주었다. 이어진 황순민의 오른발 중거리슛은 바로 앞 멜버른 빅토리 수비수 스톰 룩스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역전 결승골이 되었다.

이것도 모자라 대구 FC는 어웨이 경기에서 승리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역전골을 넣고 9분 뒤에 쐐기골까지 터뜨린 것이다. 이번에도 세징야의 발끝에서 멋진 골이 만들어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세징야의 낮게 깔리는 얼리 크로스를 받은 골잡이 에드가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지만 놀라운 컨트롤 능력과 집중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밀어넣기 신기술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세 골을 내리 허용한 홈 팀 멜버른 빅토리는 77분에 2m가 넘는 키다리 골잡이 케니 아티유를 들여보냈지만 대구 FC의 수비벽을 끝내 허물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대구 FC는 새로 지은 홈 구장으로 돌아와 K리그 원 2라운드를 준비해야 한다. 9일(토) 오후 2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12일(화) 오후 7시 30분에 F조 최강 팀으로 꼽히는 광저우 에버그란데 FC(중국)와의 챔피언스리그 홈 게임이 이어진다.

2019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5일 오후 5시 30분, AAMI 파크-멜버른)

★ 멜버른 빅토리 1-3 대구 FC [득점 : 올라 토이보넨(28분,도움-코스타 바바로세스) / 세징야(31분,도움-에드가), 황순민(51분,도움-세징야), 에드가(60분,도움-세징야)]

◎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88분↔다리오), 에드가, 세징야
MF : 황순민(78분↔장성원), 류재문(46분↔츠바사), 김준엽, 정승원
DF : 박병현, 홍정운, 김우석
GK :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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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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