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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3.1운동 관련 인포그래픽.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3.1운동 관련 인포그래픽.
ⓒ 국사편찬위 3.1운동 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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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운동 100주년 기념 경축사에서 '사상자 수'에 대해 발언한 것에 대해 일본이 "부적절하다"는 항의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가운데 3.1운동과 관련해 믿기 어려운 통계치를 제시한 것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준식 독립기념관 관장은 지난 2일 "일반적으로 3.1운동 희생자 수를 거론할 때 일제가 사실을 축소·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에 당시 독립운동진영에서 남긴 자료를 많이 인용해왔다"라며 "기록에 따라선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당시 독립운동 진영에선 6000~7500명 정도 사망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이어 "일제 자료는 당시 군과 헌병에서 보고한 축소된 숫자를 갖고 최대 '추정치'로 잡은 부상자 수가 1500명"이라며 "비밀리에 본국에 보고한 내용인데, 최초엔 4백명, 다음엔 1000명, 마지막엔 1500명으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다, 적게 잡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외무성의 북동아1과 나가오 시게토시 과장이 한국 대사관에 전화해 "역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툼이 있는 숫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라며 "견해가 일치하지 않은 것을 공적인 장소에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항의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포함해 독립운동 진영 측의 수치와 일제의 수치가  판이한 점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아오야마 시게하루 일본 자민당 의원도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반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오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외교부회·국방부회·안보조사회 합동회의에서 "외무성이 이건 근거가 없는 숫자라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공식적으로 반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날 합동회의에 참석한 외무성 관계자가 "전화로 항의를 했다"고 설명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다른 나라들에 잘못된 사실이 전달되는 것" "정부로서 정식으로 반론을 내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식 경축사에서 "당시 한반도 전체 인구의 10%나 되는 202만여 명이 만세시위에 참여했다"며 "7500여 명의 조선인이 살해됐고, 1만6000여 명이 부상당했다, 체포·구금된 수는 무려 4만6000여 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3.1운동 참가자수 및 사상자·체포자 수는 박은식이 1920년에 발표한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나오는 기록이다. 이는 3.1운동과 관련해 국내 역사학계에서 가장 자주, 폭넓게 인용돼 온 통계치다. 저자인 박은식은 임시정부의 대통령을 지낸 역사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박은식은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19년 국내에 조직한 비밀연락망인 '연통제'를 통해 전국에서 조사돼 올라온 참가자 및 사상자 수를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인용·기록했다. 이는 군 단위까지 자세히 기록된 자료들이다. 박은식은 1919년 7~9월까지 약 50일간 국제연맹에 제출하기 위해 임시정부가 편찬한 <한일관계사료집>의 편찬위원으로 활동한 뒤 곧바로 <한국독립운동지혈사>의 집필을 시작했다. 
 
3.1운동 사료별 통계자료. (단위 건, 명)
 3.1운동 사료별 통계자료. (단위 건, 명)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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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 따르면 양자 간의 통계치에 차이가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임정은 국제연맹 창립 시기에 맞춰 <한일관계사료집>을 편찬하면서 시일이 촉박했고, 국내로 보낸 조사원들이 모두 일제에 붙잡히면서 자료 수집에 차질이 생겼다. 이후 박은식이 개인 저작인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집필하면서 최신 자료를 수집해 기존 자료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은식은 1920년 책을 완성하고 출판했다. 3.1운동이 일어나고 불과 1년 뒤 발표된 사료이기에 다소 수치의 편차를 감안한다고 해도 비교적 정확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표>에 따르면, 독립운동진영에서 발표된 사료들은 참가자 수를 136만~202만 명까지 보는 반면, 일제의 자료는 58만여 명으로 최대 3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국내 사료의 3.1운동 사망자 수가 6600~7500명으로 편차가 크지 않은 반면 조선총독부 자료는 553명에 불과하다. 

또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20일 공개한 '3.1운동 데이터베이스'는 기존 자료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일제 측 보고 문건, 판결문, 신문조서, <한일관계사료집>, 외국인 선교사 기록 등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자료만 인용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집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국편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수치는 3.1운동 DB의 자료에 나타나는 데이터를 정비한 수치로서, 그 자체로 3.1운동의 전체 규모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 관련 인포그래픽.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 관련 인포그래픽.
ⓒ 국사편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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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관장은 "가해자인 일본이 정확한 희생자 수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왜 이것을 문제삼는지 모르겠다. 일본이 잘못한 일인데 적반하장이다, 비무장한 군중을 살해한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반성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한 말이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일본은 그것을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정 대통령까지 지낸 저명한 역사학자의 글을 인용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일본이 이런 걸 갖고 도발하면 적절히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3.1운동, #삼일운동, #3.1혁명, #박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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