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긴 대본은 외우지 못합니다."

배우 정우성이 국회에 등장했다. 정우성은 배우인 만큼 준비해 온 대본을 외울 수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말에 "이렇게 긴 대본은 외우지 못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UN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청년 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했다. 정우성은 '예멘 난민신청자가 대한민국에 가져온 것들'이라는 주제로 2장짜리 발표문을 준비해 왔다.

정우성이 국회에 온다는 소식에 토크콘서트 참석자들만이 아니라 국회에 있던 구성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정우성의 인사에 응답했다.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 주제발표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제주 난민 사례로 보는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 주제발표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제주 난민 사례로 보는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정우성 "나는 운이 좋은 사람"

정우성은 발표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발표에 익숙하지 않은데 대본에 해야 할 말들을 정리해서 읽는 형식으로 해도 되나?"라고 묻는 등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발표문을 진지한 표정으로 낭독하기 시작했다. 정우성은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직접 난민을 만나 인간의 어리석음과 잔인성, 난민의 처참한 생활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이유에 대해 결코 의문을 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모든 사람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더욱 의무감을 갖고 한국 대중에게 난민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봄 제주도에 500명 정도의 예멘 난민 신청자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토크콘서트 참석자들에게 상기시키면서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속성"이라고 인정했다.

정우성은 이어 "예멘 난민들 역시 대한민국이 낯선 땅"이었다고 강조하며 "징집, 목숨의 위협, 박해, 기아, 고문 등 절박한 이유로 예멘을 떠난 사람들"이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그는 "난민과 무슬림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나갔고, 이것이 결국 혐오와 배제로 이어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중요한 현상이었다. 왜, 누가 난민을, 사회의 약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려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난민에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이들에 대한 오해와 혐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기 위해서 난민은 어째서 집을 떠나 머나먼 대한민국까지 오게 됐을까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그 답을 찾고자 정우성이 한 행동은 2018년 11월 UN난민기구와 함께 예멘인이 한국에 오게 된 경로를 따라 지부티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것이었다. 지부티는 예멘의 인접국으로, 내전 초기 5~6만 정도의 예멘 난민이 지부티를 거쳐서 제3국으로 이동했다. 그는 지부티의 예멘 난민촌 마르카지를 방문했던 경험을 전하며 "마르카지는 내가 방문했던 난민촌 중 가장 열악했다"고 전했다.

정우성은 "지부티는 예멘보다 경제·의료 수준이 많이 열악한 국가로 난민들은 더 나은 삶의 환경이나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피신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피신은 선택이 아닌 목숨을 건 어쩔 수 없는 여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지부티 난민촌에서 만난 난민 로자를 소개하면서 로자가 지부티의 의료 수준 때문에 질병이 악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대한민국은 난민 수용할 능력와 의지 가진 나라"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 주제발표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제주 난민 사례로 보는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 주제발표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제주 난민 사례로 보는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정우성은 지부티를 거쳐 말레이시아로 갔다. 이날 정우성은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예멘 난민 압둘살람의 말을 전했다.

"나의 나라 예멘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지금 예멘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한국인들이 위험에 처한다면 우리도 반드시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그러니 위험에 처한 예멘인을 도와주십시오."

정우성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적으로 최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이며 문화가 풍부하고 근면성실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무엇보다 목숨을 건 피난을 선택한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의지를 가진 나라"임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은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했으며, 국내법을 통해서도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라면서 "한국의 국격에 맞는 책무를 국민에게 설득하고 난민이 어떤 사람들이며 국가가 어떤 엄격한 절차를 통해 이들을 수용하고 보호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성은 이러한 난민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을 정부와 여당에서 해줄 것을 촉구했다.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 주제발표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제주 난민 사례로 보는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 주제발표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제주 난민 사례로 보는 난민 혐오 현상과 난민 실태'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정우성은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해서 왜 난민 수용에 관대해야 하느냐. 우리는 난민 발생에 어떤 책임도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청중들에게 긴 답변을 들려주었다.

정우성은 '난민 발생에 대해 우리의 책임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가 평화주의 국가이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말로 입을 떼면서 과거 대한민국에서 많은 난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정우성은 "우리 뿌리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제적 위상과는 상관 없이 인권을 우선시한다면 한국에 또 다시 위기상황이 왔을 때 우리도 유리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이어 "난민이라는 단어를 대상으로 삼지 말고,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우리 국가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제3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주면 좋을지를 생각하시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년 정책 토크콘서트에는 예멘 출신 난민지위 인정자 이스마일씨가 나와 '난민이 말하는 난민 문제'라는 주제로,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가 '한국 난민제도에서의 차별과 혐오'라는 주제로,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의 김영아 대표가 '난민, 혐오와 차별 대신 포용으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 참석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난민이 말하는 난민 문제에 관한 발제를 듣고 있다.

▲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 참석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난민이 말하는 난민 문제에 관한 발제를 듣고 있다. ⓒ 남소연

 
이스마일씨는 "인종차별은 사람을 죽이는 암과 같다. 인종차별 때문에 예멘을 떠나 제주로 왔는데 여기서도 인종차별을 겪게 돼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론에서 말하는 난민에 관한 내용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음에도 "난민을 향한 두려움이 어렵다"면서 "한국분들이 난민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시는데 무언가가 되지 않을 때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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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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