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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로 임명됐던 박영수 특별검사와 특검수사팀. 그들은 90일간의 수사기간을 거친 뒤 2017년 2월 28일 수사를 마쳤다. 벌써 2년이 다 돼 가는 일이다. 

당시 박영수 특검팀은 수사기간의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를 거절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당시 야권에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을 국정농단 공범으로 몰아붙이면서 '탄핵 추진'까지 외쳤다.

2년 전 '특검 연장 불가' 사유
 
2017년 2월 2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오후 서대문구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17년 2월 2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오후 서대문구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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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홍권희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특검 연장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이미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고 생각한다, 일부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은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댔다.

또한 "다시 별도의 수사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의 협의 하에 새로운 특검 수사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매 주말 도심 한가운데서 대규모 (탄핵)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도 합의를 이루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라 "헌재 결정에 따라서 대선이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황교안 권한대행 측은 "수사기간을 포함해 115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사가 이뤄졌다"라면서 "최순실 등 특검법을 규정하는 주요 사건 핵심 당사자와 주요관련자들에 대해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특검팀은 역대 최고의 성과를 쏟아내면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상황이었다. 특검이 수사 중이었던 15건 중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비리 사건, 삼성 합병 찬성 압력 관련 사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청와대 비선진료 의혹 사건 등 4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얻었으나 박 대통령의 대기업 뇌물 의혹 등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상태였다.

황 권한대행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거세게 일었고, 이러한 염려 때문에 수사기간 연장을 위한 특검법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발의됐었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수사 연장을 거부하는 한국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고, 결과적으로 박근혜·최순실 등에 대한 특검수사를 방해하는 꼴이 됐다.

다시, 논란의 시작... 박근혜 섭섭함 표현한 유영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은 2016년 12월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은 2016년 12월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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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지나 이 일이 다시 논란이 됐다. 한국당 당권 경쟁 과정에서 불씨가 지펴진 것. 논란의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였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지난 7일 "박 전 대통령이 언젠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에 전해왔고 대통령께서 거절했다는 말씀을 하셨다"라면서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는 것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우회적 비판을 가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수 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대통령의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라면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해달라고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황교안 전 총리에게 섭섭해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지지율이 올라가자 한국당에 입당해 당권을 쥐려는 황 전 총리로서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탄핵 당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다. 그의 암묵적 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갑자기 '배신자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이 알려진 뒤 황교안 전 총리에는 '배박'(배신한 친박)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황교안 "박근혜 최대한 잘 도와드리고자 특검 연장 불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박 전 대통령 추모관에서 추모하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박 전 대통령 추모관에서 추모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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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황교안 전 총리 입장에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칫 '배신자'로 굳어질 경우, 당권은 물론 대선주자로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황 전 총리는 지난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고자 했다, 그러니까 이 정도에서 끝내자고 해서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배려해서 결정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황 전 총리의 발언이 나온 뒤 정부·여당을 비롯해 야권에서도 강력한 비판이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황 전 총리가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공안검사와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의 권한대행까지 수행한 사람이, 적폐청산을 원하는 국민들의 법 감정과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 오직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서'였다니 그 참담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과 원칙도 팽개치고 일말의 양심조차 버린 황 전 총리가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국민으로서 수치스럽다"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사실상 한국당 손 들어줬던 대통령 권한대행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이 2017년 2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이 2017년 2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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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생각해 보자. 특검 수사기간의 연장은 특검법에서 정해져 있다. 특별검사는 준비기간(20일)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70일 이내에 대상 사건에 대한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박근혜특검법 제9조 제2항).

특별검사는 위 기간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통령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정해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같은 법 제9조 제3항).

특검 수사기간의 연장은 대통령(당시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하지만, 승인 여부가 대통령의 재량사항은 아니다. 특검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사대상과 목적에 대해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가 가능하냐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당시 수사상황을 보면 70일이라는 너무도 짧았던 조사기간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는 이뤄지지 못했고, 최순실의 재산조사, 박 대통령과 이화여대, 삼성과의 연관성 수사도 못한 상태였다. SK와 롯데 등 재벌들의 뇌물죄 수사는 착수조차 이뤄지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했고, 대다수 국민들도 수사기간의 연장을 바라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황교안 권한대행은 박영수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가 수사기간 만료 전날 연장을 거부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 거부사유로 특검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나머지 수사는 검찰에서 하면 되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경우 정치권의 논란이 될 수 있다는 등의 형식적인 논리였다.

사실상 당시 여당인 한국당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당시의 국민여론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특검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라면서 국무총리 탄핵까지 해야 한다는 험악한 상황도 연출됐다. 그러나 황교안 대행은 자신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정당하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했다고 강변했던 것.

'미스터 법질서'의 이중 행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로 등록한 김진태 의원,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회의에 참석해 박관용 선관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 손 잡은 김진태-황교안-오세훈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로 등록한 김진태 의원,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회의에 참석해 박관용 선관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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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기 위해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했다'는 황교안 전 총리의 발언은 급하게 나온 발언 같긴 하지만 진심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동안 다른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은 대부분 받아들였던 것이 관례였고, 특검수사 대상이 방대해 70일 이내에 이를 마무리짓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 측에서 거부사유로 내세우는 논리들은 그 근거가 빈약했다. 

더욱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객관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서 주관적으로 행사했다니. 그의 말을 들으면서 국민들은 자괴감을 느낄 법하다. 공직자 재직 중 '법과 원칙'을 외쳤던 사람이 수사 대상인 대통령을 도와주기 위해서 특검 수사를 거부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스터 법질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괴감 너머 우려까지 생기는 건, 이런 자세를 지닌 인사가 수십 년동안 법집행을 하는 검찰 고위직과 법무부장관 그리고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탄핵과 형사재판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황 전 총리. 그의 이중적 태도는 아직도 정치권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국무총리를 지내면서 국정농단을 사실상 방치한 황 전 총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얼떨결에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으로 일관하면 국민이 누구를 믿고 법집행을 맡겨야 하는지, 앞으로 황 전 총리가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되거나 대통령 후보로 행여나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국민을 위해 공정한 법집행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기도 합니다.


태그:#황교안특검수사연장거부, #황교안국정농단, #황교안박근혜, #황교안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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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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