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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대 1. 2016년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평균 경쟁률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니 '로또 보육'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나은 보육을 제공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일부 국공립은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무조건 믿고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왜 일부 국공립은 학부모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걸까요? <오마이뉴스>가 그 이면을 추적했습니다. 앞으로 매일 12회에 걸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말]
국공립 어린이집 보낼까요? 국공립은 뭐가 좋은가요?

'맘카페'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 답은 주로 '이왕이면 국공립'이지만, 간혹 이런 의견도 눈에 띈다. '오히려 국공립이 최악일 수도 있다', '원장 하기 나름'이다. 우리나라 국공립 현실이 녹아있는 답변이다. 2016년 12월 기준 전국 3034개 국공립 중 시군구가 직영하는 경우는 84개소뿐. 나머지는 '민간 위탁'이다. 시설만 국공립, 운영은 사실상 민간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유아 보육 조례'는 아빠·엄마들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텍스트'다. 그 어린이집 '원장님'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법적 기준이 나와 있다. 원장이 지켜야 할 의무는 물론, 지자체가 어떻게 관리·감독하는지도 나와 있다. 단, 유의사항은 이런 기준이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 '돈'의 문제만 봐도 그렇다.

부산광역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료와 그 밖의 필요 경비'는 미리 시장의 승인을 받고 결정해야 한다. 용인시나 서울시 동작구 경우는 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활동비' 등을 원장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춘천시의 경우는 이와 같은 언급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춘천, 창원, 부산, 서울 동작, 용인의 보육 조례 비교해보니
 
춘천시의회 본회의 모습
 춘천시의회 본회의 모습
ⓒ 춘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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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국공립 어린이집 실태를 파악하고자 집중 취재중인 춘천의 경우와 창원, 부산, 서울 동작, 용인 등 보육 조례를 비교해봤다.

먼저 창원시는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직영 비율(2.8%)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창원·마산·진해의 직영 비율은 29.8%, 창원 지역만 따로 보면 23개소 중 14개소를 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보육교사 노동조합 대표가 보육정책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곳이었고, 서울 동작구는 보육교직원 공공관리 제도를 도입한 곳이었기에 선택했다. 여기에 보육 조례와 별도로 시행 규칙을 두고 있는 용인시 경우를 더했다.

일단 보육정책위원회가 어떤 곳인지 짚고 넘어가자. 영유아보육법 제6조는 "보육에 관한 각종 정책·사업·보육 지도 및 어린이집 평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하여" 모든 지자체에 이 위원회를 두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그 구성과 운영 등에 대해 보육 조례를 통해 밝히고 있으며,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심의 등을 보육정책위가 하도록 대부분 정하고 있다.

보육정책위를 구성할 때 부산광역시는 보육 교사 대표와 보호자 대표 등을 공개 모집으로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3조 3항). 역시 공개 모집을 명시한 용인시는 "적당한 후보자가 없는 경우, 공익적 활동을 하는 단체 및 보육 관련 전문 단체, 보육 관련 교육기관으로부터 부족 인원의 2배수를 추천 받아 그 중에서 선정할 수 있다(7조 3항)"고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반면 춘천시 보육 조례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위원회 구성 기준만 나와 있어 공개 모집인지 비공개 모집인지 불명확하다.

보육정책위 회의록 공개에 대해서도 춘천시는 다른 곳과 비교해 불투명하다. 부산광역시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비공개 정보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회의 종료 후 2주 이내에 시와 센터 홈페이지에 회의 내용을 게재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 동작구는 "수탁자를 공개 선정할 경우", "동작구보, 인터넷 홈페이지, 구청 게시판에 공고 등"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춘천시의 경우 '공개 원칙'만 밝히고 있을 뿐, 그 공개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춘천-용인, 위탁 심사 규정 천지 차이
 
2017년 남인순 의원(민주당, 송파구병)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의 재수탁률은 99.2%에 이른다. 장기 위탁이 원장의 사유화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위탁 심사와 관련해 조례에 어떻게 명문화돼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진은 춘천시 영유아보육조례.
 2017년 남인순 의원(민주당, 송파구병)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의 재수탁률은 99.2%에 이른다. 장기 위탁이 원장의 사유화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위탁 심사와 관련해 조례에 어떻게 명문화돼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진은 춘천시 영유아보육조례.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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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는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심사에 있어서는 용인시와 큰 차이를 보였다. 춘천시는 14조 3항을 통해 "보육 관련 사업 운영 실적, 수탁자의 공신력 및 재정 능력, 시립어린이집 운영계획, 대표자 및 원장의 전문성" 등을 보육정책위로 하여금 심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거의 전부다.

이와 달리 용인시는 '시립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설치까지 수탁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시립 어린이집을 위탁할 경우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설치와 운영을 계약조건으로 제시하여야 한다(23조)"고 명시하면서, 운영위원회로 하여금 어린이집 예산 및 결산은 물론 보육료 및 필요 경비 수납에 관한 사항 등 어린이집 전반적인 운영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수탁자 선정기준과 배점은 수탁자 모집 공고를 할 때 공개하여야 한다(제22조 3항)"고 못박고 있다.

또한 춘천시는 재위탁 절차에서 임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시 보육조례는 19조 2항을 통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시장은 재위탁시 또는 재위탁 기간 동안 시립어린이집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위탁 어린이집을 변경하여 계약할 수 있다. 이 경우 변경 절차와 방법 등은 시장이 따로 정하여야 한다."

"시장이 따로 정하여야 한다"는 문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인혜 한국자치법규연구소 소장(고려대 국제관계학 박사, 전 오산시 의원)은 "시장이 따로 정하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탁은 위탁기관과 수탁기관과의 사법적 계약인 관계로, 계약 내용상 중대한 사항은 위원회 심의는 물론, 지방의회 동의와 관계되므로 구체적으로 조례 및 규칙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장은 보육교사 면직시 시장과 사전 협의해야" 인사권 누구에게 있는지 명시한 창원
 
보육교사들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 지부 보육1·2지부(보육교사노조)가 2018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열었다. 보육교사노조는 교직원 허위등록을 통한 지원금 유용, 교구 구입 시 리베이트 수수, 식자재 빼돌리기 등 급식 비리 사례를 공개했다.
▲ 보육교사 “어린이집 비리도 심각합니다” 보육교사들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 지부 보육1·2지부(보육교사노조)가 2018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열었다. 보육교사노조는 교직원 허위등록을 통한 지원금 유용, 교구 구입 시 리베이트 수수, 식자재 빼돌리기 등 급식 비리 사례를 공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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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남인순 의원(민주당, 송파구병)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의 재수탁률은 99.2%에 이른다. 장기 위탁이 원장의 사유화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위탁 심사와 관련해 조례에 어떻게 명문화돼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 교사의 지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느냐 역시 이와 관련 있는 문제다. 창원시 보육조례를 주목할 만 하다.

"원장은 보육교사 면직시 시장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제24조 3항)

뿐만 아니라 창원시는 보육교직원을 면직시킬 수 있는 사유를 ▲보육아동 수 감소 또는 예산 사정으로 정원 감축이 불가피할 경우 ▲해당 보육교직원이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경우 ▲그 밖의 직무 태만, 아동 학대 행위 등으로 보육 교직원으로의 품위를 손상한 경우 등으로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었다. 아울러 "보육교사 임면 후 14일 이내에 시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보육교사에 대한 인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하고 있었다.

부산광역시 역시 제2조 '책무'에서 2항을 통해 "시장은 보육 교직원의 양성 및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모두 춘천시 보육조례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규정들이다. 김호연 민주노총 보육노조 비리고발센터장은 이를 두고 "천지 차이"라고 표현했다. "노조 가입 여부를 떠나 교사에 대한 부당 해고를 막을 수 있는 씨알"이라고 평가했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실제로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우리나라 영유아 학대 현황 및 예방 방안'만 봐도 조사에 응한 보육교사 1247명 중 520명이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를 아동학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보육 교직원 근로 여건 개선에 대해 누군가의 책임을 명시하는 일 역시 아동 학대를 줄일 수 있는 '씨알'이 되는 셈이다. 원장의 독단적 운영이나 사유화가 보육교사들의 스트레스를 올리는 요소인 것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보육교사다. 물론 잘 만들어진 기준과 실행의 질이 등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육의 질을 따져보는 잣대로 조례가 유의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태그:#어린이집, #영유아보육조례, #조례, #국공립어린이집,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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