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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끝도 없이 추락하던 자유한국당이 2년여 만에 지지율 20%대를 회복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월 29일~3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한국당은 2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0%대 박스권에 갇혀있던 한국당 지지율은 201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대여 공세를 폈던 것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영자'(이십대·영남·자영업자)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국당 지지율 상승에는 잇달아 터진 청와대와 여당발 악재도 크게 한몫을 했다.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논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의혹,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논란,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아세안 발언', 김경수 경남도지사 법정구속 등의 이슈가 쉴새 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이전과는 달리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논란 등으로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던 당시에는 한국당의 지지율에 큰 변동이 없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등을 돌린 보수층 일부가 한국당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속적인 대여 투쟁을 벌인 데다, 정부 여당의 실책과 악재 등이 겹치면서 한국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 당권 주자들의 문재인 정부 비판
 
당권도전에 나선 황교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당권도전에 나선 황교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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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문재인 정부 맹폭에 앞장서고 있다. "경제를 망가뜨리는 정책실험을 계속하고 있다"(황교안 전 국무총리), "북핵 위기는 현실화됐고 민생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폭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좌파독재정권에 맞서는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다"(정우택 의원). 마치 '누가 더 강도 높게 비판하나'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다.

한국당 당권 주자들의 문재인 정부 비판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경제와 안보이슈(색깔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와 안보는 보수'라는 통념을 앞세워 보수 선명성 경쟁에서 앞서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아무리 야당의 책무라 하더라도 한국당의 공세는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비판이 대부분인 데다가, 시대흐름과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멀쩡하던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는 순항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 경제만 거꾸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비판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유력 당권 주자인 황 전 총리가 5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살펴보자. 그는 "2018년 경제성장률은 6년내 최저치인 2.7%였고, 이마저도 정부의 투자와 소비에 의한 인위적인 부양이었다"고 지적했다. 2018년의 경제성장률이 박근혜 정부보다 낮다는 점을 부각시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황 전 총리의 지적처럼 우리나라의 2018년도 경제성장률은 2.7%로 예년(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2016년 2.9%, 2017년 3.1%)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2018년 경제성장률은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9월 20일 발표한 'Interim Economic Outlook'(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은 3.7%였고, G20은 3.9%로 잠정 예상됐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률이다. 캐나다(2.1), 독일(1.9), 프랑스(1.6), 이탈리아(1.2), 일본(1.2), 영국(1.3) 등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았고, 호주(2.9), 미국(2.9), 터키(3.2), 중국(6.7), 인도(7.6), 인도네시아(5.2) 등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미국과 호주, 신흥경제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11월 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역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세계에는 안 좋은 뉴스이지만, 한국에는 좋은 뉴스가 있다. OECD 경제전망에서 한국 부문을 보면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2018년 2.7%, 2019년 2.8%, 2020년 2.9%로 성장이 전망된다. 아주 괜찮은 성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5월 예측에서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2019~2020년 4.0%로 예측되었으나, 지금은 3.5%로 6개월 만에 0.5%p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하락 추세인 세계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뜻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폭망'했다는 한국당의 주장과는 크게 상충되는 내용이다. 

주장 내용과 근거 살펴보니...
 
당권 출사표 낸 홍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케이타워에서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당권 출사표 낸 홍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케이타워에서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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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슈 역시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때 자주 사용하는 프레임이다. 한반도는 반세기가 넘도록 전쟁 위험과 공포에 노출돼 있는, 지구상 마지막 남은 '화약고'로 불린다. 불과 1년 6개월 전만해도 북핵 위협과 미사일 실험으로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것이다. 

이같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황을 평화의 모멘텀으로 바꿔놓은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1~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평화와 공존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역사적인 1차 북미정상회담과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도 크게 기여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전 세계 역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던 한반도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문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긴장감이 넘쳐나던 한반도 상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외교력에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미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이끄는 것은 세계의 행운"이라는 찬사를  쏟아내기까지 했다. 주요 외신의 평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당은 다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형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영 못마땅하다는 듯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1~3차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깎아내리는가 하면, 당권 주자들은 "김정은을 칭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이 광화문을 차지하고 있다"(황 전 총리), "북핵 위기는 현실화됐다", "북과 연합하여 우리끼리의 세상만 만들어 가는 저들의 마지막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홍 전 대표), "남북군사합의서'로 국가 안보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심재철 의원) 등 철 지난 색깔론과 냉전적 사고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이 '경제파탄', '안보파탄' 프레임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집중 공격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 색채를 강화해 지지층 결집을 꾀하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학습효과의 영향도 있을 터다. 참여정부 시절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프레임은 한나라당(현 한국당)의 정권 탈환에 크게 기여한 바 있고, 남북 분단상황에 기인한 안보공세는 보수세력이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써먹어오던 전가의 보도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국민의 인식도 달라졌다. 근거가 조악한 '경제파탄' 프레임이, 시대착오적인 '안보파탄' 프레임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한국당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은 뭐가 되나. 전 세계는 물론이고 다수 국민이 높이 평가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누구에게 넘긴다는 것인지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추측컨대 "좌파세력", "북한" 등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경제와 안보이슈를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 달라는 전략이었지만, 그러나 누구 말따마나 '폭망'한 건 다름 아닌 한국당이었다. 모름지기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 경험을 통해서도 깨닫지 못한다면 시쳇말로 답이 없다. 지방선거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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