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

배우 조정석이 설연휴 영화 <뺑반>으로 관객과 만난다. ⓒ JS컴퍼니


경찰청장, 폭력조직, 재벌 3세들도 정재철(조정석) 앞에선 꼼짝 못했다. 영화 <뺑반> 속 이 캐릭터는 돈과 비리로 점철된 강한 악당으로,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을 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배우 조정석이 이 악역의 옷을 입었다. 

"강력한 악당이 아닌 조금 이상한 악역으로 이해했다"고 조정석은 운을 뗐다. 언론 시사회에서도 강조한 말이다. JC모터스 회장이자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정재철을 두고 조정석은 꽤 자세히 파고들었다. 참고로 이 캐릭터의 이름인 '재철'은 MBC 출신인 작가가 당시 사장이자 권력의 부역자였던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서 따온 것.

도전의식

"영화에선 아주 적은 분량의 대사로 재철의 과거가 표현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운전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자수성가한 친구로 이해했다. 전형적인 악당으로 묘사하진 말자고 감독님과 상의했었다. 카리스마는 찾아 볼 수 없고, 뭔가 가끔은 어린아이 같기도 한 인물이었다.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비한 친구이며, 항상 불안해하는 친구로 생각했다. 새로운 악당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한준희 감독의 전작 <차이나타운>에 매료됐던 조정석은 <뺑반> 속 재철 역을 제안받았을 때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것. "감독님이 2009년 제가 출연한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을 보셨다더라"며 조정석은 "그 작품에서 열등감 강한 인물을 (연기)했었는데 아마 그때 모습을 기억하고 제안하신 게 아닐까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영화 <뺑반> 스틸 컷

영화 <뺑반> 스틸 컷 ⓒ (주)쇼박스

 
"감독님과 코드가 잘 맞았다. 누가 봐도 생경한 감정을 감독님은 잘 이해하고 설명도 잘 해주시더라. 너무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였다. 물론 자신이 연출하는 영화를 다들 사랑하겠지만, 감독님은 특히 영화 속 캐릭터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게 보였다. 그래서 공효진씨나 류준열씨의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재철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레이싱 회사 등에 대해 공부하진 않았다. 다만 현장에서 운전을 가르쳐 주신 분이 실제로 레이싱 선수단 단장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그쪽 업계에 대해 살짝 알게 됐다. 실제로 운전한 부분에 대해선 나름대로 자신 있다. 제작진이 통제를 잘 해줘서 10km 넘게 달리는 구간도 있었다. 위험한 운전 장면도 있었는데 할수록 욕심나더라. 왜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직접 액션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더라(웃음)."


인터뷰 내내 조정석은 <뺑반>을 통쾌한 액션 장르가 아닌 "조직과 사람에 대한 영화"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범죄 오락 액션을 답습하는 느낌은 아니었다"며 "깔끔하게 차려진 밥상이기보단 좀 거칠지만 새롭고 신선한 영화"라고 설명을 보탰다.
 
 배우 조정석.

"위험한 운전 장면도 있었는데 할수록 욕심나더라. 왜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직접 액션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더라(웃음)." ⓒ JS컴퍼니

 
무대 연기와 영화 연기 사이

사실 이런 열등의식 깊은 악당은 순한 이미지의 조정석에게 딱 들어맞아 보이진 않는다. 그 역시 인정하면서도 "제가 잘할 것 같은 역할만 계속 하고 싶진 않다"며 "왠지 잘할 것 같지 않은 역할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아마 이런 연기 동력과 열정은 무대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영화계의 조정석을 있게 한 작품들이 앞서 언급한 <스프링 어웨이크닝> 같은 뮤지컬 작품들이기 때문. 뮤지컬계에서 영화계에 연착륙했다는 평과 함께 그는 지금도 꾸준히 뮤지컬에 출연하는 등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화를 하고 싶어 무대 연기를 시작한 게 맞다. 그러다 뮤지컬에 매력을 느꼈지. 대학 다닐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흠씬 빠졌고, 그렇게 해서 뮤지컬로 데뷔하게 됐지. 하다 보니 엄청 재밌더라. 애정도 더 커졌고. 그렇다 보니 제 뿌리는 무대라는 생각이 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되고 싶다.

30대 초반까진 무대에서 쭉 경험을 쌓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 그땐 밤새 술 마시며 토론했지(웃음). 그게 그렇게 재밌었다. 심장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아마도 그런 기억들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 지금도 그래서 무대를 놓을 수 없다. 1년마다, 적어도 2년은 넘기지 않고 무대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호기심은 그의 또 다른 무기였다. "늘 도전하고 싶다"며 조정석은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다. 뮤지컬, 연극, 드라마, 영화든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배우 조정석.

"30대 초반까진 무대에서 쭉 경험을 쌓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 그땐 밤새 술 마시며 토론했지(웃음). 그게 그렇게 재밌었다. 심장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아마도 그런 기억들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 ⓒ JS컴퍼니

조정석 뺑반 설연휴 공효진 류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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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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