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은 매년 가요계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잡음 중 하나다. 지난해만 해도 테디가 만든 선미의 '주인공'이 영국 여가수 셰릴 콜의 'Fight For This Love'와 유사하다는 표절 시비가 벌어진 데 이어, 신사동호랭이가 만든 '뿜뿜'(모모랜드)도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무려 '뿜뿜'은 'Mi Mi MI'를 발표한 러시아 그룹 세리브로 측이 SNS를 통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에는 화제의 드라마 < SKY 캐슬 > 삽입곡인 'We All Lie'가 2017년 발표된 'To The Grave'(베아 밀러)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표절을 둘러싼 대립과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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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ll Lie' vs 'To The Grave' 어느 정도 닮았나?
 
 JTBC 드라마 < SKY 캐슬 > OST로 사용된 'We All Lie'가 최근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JTBC 드라마 < SKY 캐슬 > OST로 사용된 'We All Lie'가 최근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 JTBC콘텐트허브

 
두 곡 모두 공교롭게도 D마이너(라 단조) 악곡으로 꾸며졌다. 라 단조는 F메이저(바 장조)의 나란한 조로 둘 다 B음(다 장조 기준 '시 Si'에 해당하는 음)을 반음 낮춘(플랫) 조성에 해당된다.

'We All Lie' 초반 Verse 부분 ("We all lies ~")
Bb - C - Dm7 - Am7 - Bb - C - Dm7- Bb - C - Dm7

'To The Grave' 초반 Verse 부분 ("I got my bed sheets~")
Bb - G - Dm - E - F - C - Bb - G - D


분명 코드 진행이 100% 일치하진 않는다. 하지만 일부 유사한 부분이 있는 데다 8비트로 잘게 쪼갠 리듬 전개, 몽환적인 창법 역시 듣는 이로 하여금 닮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곡의 후렴구는 어떠할까?
 

'We All Lie' 후렴구 ("Shout It Out~")
Dm - Bb - C - Dm (반복)

`To The Grave` 후렴구("Breaking Down~")
Dm - F - Bb - C (반복)


역시 두 곡은 이 부분에서도 닮은 듯 다른 코드 진행의 반복을 보여준다. 다만 Dm코드는 Dm7라는 근접 코드로 변형이 가능한 데다 Dm7 코드는 F 코드의 대리코드(주요 3화음 역할을 대신해주는 코드-기자 주)에 해당되기 때문에 코드의 분할 및 치환이라는 측면에서 유사성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코드에는 주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어느 작곡가의 말처럼 코드 조합에 따라선 표절과 무관한, 유사한 코드 진행의 곡들이 언제든 만들어지고 실제로 수없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시시비비를 100% 가려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렇다보니 "진실은 작곡가 당사자만이 알 것이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표절 분쟁 해결은 저작권 관련 당사자들의 몫
 
 지난 2011년 표절 논란을 야기했던 KBS 드라마 < 드림하이 > OST

지난 2011년 표절 논란을 야기했던 KBS 드라마 < 드림하이 > OST ⓒ 카카오M

  
표절 논쟁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민사 소송의 영역이다. 때문에 대중을 비롯한 제3자가 문제를 지적하더라도 결과적으론 '의혹 제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즉, 표절 여부를 법적으로 판가름 하려면 해당 곡을 만든 작곡자들 사이의 재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SKY 캐슬 > OST 관련 내부 증언이 나왔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즉각 해결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절 관련 소송에서 법적으로 표절이 인정된 사례는 지난 2006년 발표된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 정도에 불과하다. 해당 곡을 만든 김모씨를 상대로 강현민(전 러브홀릭)은 본인이 작곡한 'It's You'(록그룹 더더 발표)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와 같은 유사한 소송이 많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법원에 의해 표절이 인정되진 않았다.

지난 2011년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 삽입된 'Someday'를 둘러싸고 이 곡을 만든 박진영이 2013년 작곡가 김모씨로부터 표절 관련 피소를 당했다. 1심과 2심에선 피고 박씨가 패소했지만 2015년 대법원에선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사건번호 2013다14828)

당시 대법원은 "원저작물이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저작권법에 따른 창작물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 중 창작성이 없는 표현 부분에 대해서는 원저작물에 대한 복제권 등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음악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침해소송에서 원저작물 전체가 아니라 그 중 일부가 표절로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문제가 된 부분이 창작성을 갖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 사건은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화해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피고 측 승소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끝났다.

국내 가요의 해외 팝송 표절 논란 중에는 법적인 다툼으로 이어지기 전에 양측 합의에 의해 소리소문 없이 마무리되는 일도 빈번하다. 곡 발표 당시 해외 팝송과의 유사성 논란이 빚어졌던,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몇몇 국내 가요는 양측 조정에 의해 훗날 해외 작곡가의 이름이 저작권자로 등재되는 방식으로 매듭짓기도 했다

'We All Lie' 의혹을 깔끔하게 결론짓기 위해서는 'To The Grave' 에 참여한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뮤직 퍼블리싱 업체(SonyATV, Reservoir Media, HAAWK Publishing, Walt Disney Music Company 등 다수) 측이 국내 지사 혹은 한국 내 법적 대리인 등을 통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인 판단에 맡겨보는 게 가장 확실해 보인다. 물론 이는 당사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는 문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자 스스로의 양심이다. 법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빈틈을 이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대중을 속이고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결국 우리 음악 산업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매년 이어지는 '표절 논란'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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