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O는 변화로 분주해 보인다. 지난 28일 KBO는 기자회견을 열고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 올림픽' 대비를 위한 전임감독을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의 주인공인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1일 KBO는 규칙위원회에서 개정한 2019 리그 규정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인구' 변화였다. 국제 대회에 대비하고 극단적인 '타고투저'를 보완하기 위해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은 국제대회 출전 당시 국제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투수들은 "미끄럽다", "공이 다소 큰 것 같다"고 토로했고 타자들은 "(한국 공인구에 비해) 볼이 다소 안 날아가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기존의 공인구 계수에서 일본 수준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기존의 공인구 계수에서 일본 수준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 장정환

 
무엇보다 수년째 극심했던 '타고투저' 경향을 조정해보고자 하는 목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KBO 리그에서는 총 34명의 3할 타자가 탄생했다. 미국 메이저리는 16명, 일본 리그는 20명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확실히 많은 숫자다. KBO는 스트라이크 존을 조정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별로 효과를 얻지 못했다. 공인구 변경은 그 최후의 수단이다.

그렇다면 KBO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는 일본(NPB)과 미국(MLB)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리고 반발계수는 어떻게 조정했을까.

일단 반발계수란, 충돌 전 상대 속도와 충돌 후 상대 속도의 비를 뜻하는 단어다. 쉽게 말하면 공이 배트에 맞은 후 얼마나 빨리 튀어나가느냐를 계산한 숫자다. 당초 KBO 공인구의 반발계수 허용 범위는 0.4134~0.4374였다. 그런데 이번 공인구 개정을 통해 KBO는 반발계수 허용 범위를 일본과 같은 수준인 0.4034~0.4234까지 줄였다.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인구(통일구)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인구(통일구) ⓒ 장정환

 
얼핏 상당히 작은 차이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수점 아래 숫자 한두 개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홈런성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느냐 아니면 펜스를 살짝 넘기느냐'로도 변할 수 있다. 통상 반발계수가 0.01이 줄어들면 비거리는 2m가 줄어든다는 속설이 있다.

8년 전 일본도 공인구를 한 차례 변경했다. 물론 리그의 수준, 환경 그리고 선수 스타일까지 다 다르기 때문에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인구 변화가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과연 공인구는 KBO의 선수들을 그리고 야구 스타일을 어떻게 바꿀까.

일본에서는 2010년까지 12개 구단이 각각 따로 공인구를 공급 받았다. 반발계수, 공의 크기만 맞으면 어느 회사든 상관 없이 공급 받아 홈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니 각 구장마다 공인구 제조사가 모두 달랐으며 선수들은 12가지 공인구로 경기에 임해야 했다.

그런데 2011년 NPB(일본 프로야구 협회)는 국제 대회에 대비하고자 공인구에 손을 댔다. 반발계수, 공의 크기, 공을 둘러싼 가죽, 실밥 등을 국제대회 수준으로 미세하게 변경하고 업체 한 곳을 지정해 독점 생산하게 했다. 2011 시즌부터 변경 공인구를 도입했으며 새 공인구는 '통일구'로 불렸다.

1. 타율과 홈런
 
 2011년 공인구를 변경한 후, 일본 프로야구 리그의 홈런 갯수. 2010년 수치에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 됐다.

2011년 공인구를 변경한 후, 일본 프로야구 리그의 홈런 갯수. 2010년 수치에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 됐다. ⓒ 장정환

 일본의 공인구 변경 후 타율 그래프. 2011년 새 공인구를 도입한 후 센트럴리그는 극강의 투고타저 경향을 보였다.

일본의 공인구 변경 후 타율 그래프. 2011년 새 공인구를 도입한 후 센트럴리그는 극강의 투고타저 경향을 보였다. ⓒ 장정환

 
최근 KBO리그의 홈런 숫자는 거의 매년 증가해왔다. 2015년 1511개, 2016년 1483개, 2017년 1547개, 2018년 1756개. 특히 2018년은 200개 넘게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5~6점 차이에도 안심할 수 없는 경기가 잦아졌고, 경기 시간도 늘어났다. 이는 투수 운용에 영향을 미치게 됐고,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악순환을 낳기도 했다.

일본은 공인구 변경 이후 홈런 숫자가 거의 반토막 났다. 반발계수가 낮아지자 공은 멀리 뻗지 못했고, 평균 타율은 2푼에서 3푼 정도 떨어졌다. 한때 거포로 불렸던 선수들도 성적이 급하락세를 보였다. 대폭 연봉 삭감은 기본이었고 주전 자리를 위협받는 현상도 늘어났다. 

그럼 홈런 타이틀은 어떨까? 물론 리그 홈런 1위는 변경 이전과 마찬가지로 30홈런을 웃돌았다.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의 홈런 개수였다. 20홈런 넘는 선수가 거의 전멸한 것. 실제로 2011 시즌 일본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팔즈 소속이었던 이승엽은 당시 홈런 15개를 기록하고도 리그 홈런 10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KBO리그 홈런 공동 9위는 33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로 타자들의 성적이 폭락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 투수들의 변화
  
 2011년 공인구 변경에 따른 특정 투수들의 성적 향상. 공인구는 일부 투수들에게 축복을 주었다.

2011년 공인구 변경에 따른 특정 투수들의 성적 향상. 공인구는 일부 투수들에게 축복을 주었다. ⓒ 장정환

 
당시 새 공인구로 적응 훈련을 거친 일본 투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 반응이 있다. 바로 특정 변화구의 '변화각'이 이전보다 커진 것 같다는 것. 변화구를 던졌을 때 공의 궤적이 더 많이 꺾이면, 타자 입장에서는 배트에 공을 맞추기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횡'으로 휘어지는 변화구 계열인 슬라이더나 스크루볼(역회전볼)이 그 주역이다. 원인은 볼의 실밥이었다. 볼의 사이즈가 약간 커지면서 실밥의 간격 또한 미세하게 넓어진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투수의 손가락에 실밥이 더 넓게 걸리면서 자연스럽게 마찰력이 증가했고 결국 휘어지는 각도도 커졌을 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2018 시즌까지 사용한 한국의 공인구.

지난 2018 시즌까지 사용한 한국의 공인구. ⓒ 장정환

 
반면 볼의 가죽 표면이 다소 미끄러워진 데다 공의 사이즈도 변해 오히려 성적 저하를 일으킨 투수들도 있었다. 즉, 실밥을 쥐지 않고 던지는 커브나 체인지업 계열의 변화구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들은 전년과는 별 차이가 없거나 평균자책점이 하락했다. 표면이 미끄럽기 때문에 변화구를 구사하지 못 하고 손에서 빠져 나가는 경우가 잦아 타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쉽게 공략 당한 것.

물론, 승수 뿐 아니라 평균자책점에서 거의 배 이상 좋아진 투수들도 있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와세 투수 역시 횡으로 변하는 변화구(슬라이더-슈트)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였다. 그 역시도 당시 새로 도입한 공인구의 혜택을 톡톡히 본 투수 중 하나였던 셈이다.

이번 공인구 변경으로 인해 '타고투저' 흐름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 어떤 투수가 이득을 볼지 또는 손해를 볼지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단 관건은 누가 먼저 변화에 적응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개막까지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2019 시즌 한국 야구는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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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KID.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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