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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민주노총 2019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안이 부결된 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에 대한 단상을 보내와 싣습니다.[편집자말]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2019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방침에 대한 수정안이 부결되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2019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방침에 대한 수정안이 부결되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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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결정 불발을 보는 단상.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 끝에 내려진 결과여서 존중해야 하지만, 참여로 결정되어 양대 노총이 함께 노동존중사회를 견인해나가길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사회적 대화는 긴 호흡이다. 노조가 파업을 통하여 힘을 보여주는 단기간의 승부가 아니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도 투쟁의 연속이다. 노사가 서로 교섭안을 제시하고 교섭을 진행하듯 대화할 의제도 제시해야 하고, 사용자뿐 아니라 정부도 설득해야 하고, 전문가(공익)와 치열한 논리 싸움도 해야 한다.

노조가 사용자와 교섭 결과 타결을 짓든 파업을 통해 타결을 마무리하든, 사회적 대화도 최종 협상 결과를 합의하든 협상판을 깨든 결론을 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대화가 힘든 과정의 연속인 것이다. 협상 결과에 대하여 합의를 하든 결렬을 하든 그 책임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전반적인 노동의제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의제들에 대하여 2천만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역사적 필요와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화가 긴 협상 끝에 결론을 낼 시점이 되면 두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는 합의 불발로 끝내는 것이다. 노동계가 요구한 의제에 대해 목적 달성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결론은 여야가 국회에서 절충하여 마무리한다.

둘째는 노사정 합의다. 기업 내 노사 간 임단협에서 노조 요구안대로만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듯 노사정 합의도 노조 요구안이 100% 보장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 협상의 결과로서 책임을 지고 합의하는 것이다. 완전하게 만족하지 않지만 그렇게 사회는 한 걸음씩 진보하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민주노총도 함께 참여한 가운데 1998년 노사정 합의를 하였다. 그 이듬해 1999년 민주노총이 탈퇴하고 20년 동안 사회적 대화의 가치를 혼자 지켜왔다. 국회에 가서 호소하고 압박하던 사회적 의제들을 사회적 대화기구로 견인하여 노사정이 직접 협상하기 위해 지켜온 것이다.

민주노총이 나간 후 노동계 혼자여서 힘에 부치긴 하였지만 그동안 한국노총은 직접 정부 및 사용자와 협상하며 결렬도 하고 합의도 하며 사회적 대화를 지속해 온 것이었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돌이켜보면 역사는 전진한다.

민주노총이 김금수 위원장 시절인 2005년 사회적 대화 참여를 시도한 후 14년이 지난 2019년, 여전히 사회적 대화 참여에 대한 민주노총 현장 대의원들의 의견은 '아직'이다. 아쉽지만 존중되어야 할 의사 표현이다. 

국정 방향 흔드는 쪽은 자본과 자본언론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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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범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노동존중사회를 향한 여러 가지 과거의 잘못된 정책과제(2대 지침,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등)를 폐기하는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본다. 그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지는 노동정책의 실현은 제대로 된 방향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간제와 용역으로 내몰린 저임금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과 근로조건을 해소하자는 방향이었고, 최저임금은 낮은 임금노동자의 소득향상을 통해 심각한 양극화 사회를 벗어나자는 방향이었고, 노동시간 단축은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세계 최장시간 노동국가를 탈피해 그동안 노사정이 수차례 합의해 온 시간단축을 통하여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과제의 방향은 맞았지만 추진과정에 있어서 사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검토하고 대처하지 못한 실책이 눈덩이처럼 확산되어 오히려 국정방향 자체가 흔들리는 정권의 위기의식도 나타났다.

처음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이 난무하더니, 나중에는 '자영업 붕괴, 고용감소의 원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최저임금정책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2019년 최저임금을 저율 인상하면 자영업은 번성하고 고용은 증가하여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해소된다고 믿는 자가 있을까? 만인의 한걸음으로 뚜벅뚜벅 가자는 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들린다.

실책은 가다듬어 반복하지 않으면 되기에 국정방향은 그대로, 또한 제대로 가야한다. 국정방향을 흔드는 쪽은 자본과 자본언론이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이를 완화하는 방안은 결국 많이 가진 쪽이 양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쪽이 개혁과 진보에 대한 안티즘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결국 양보를 해도 기분 좋게 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제대로 내놓도록 정책과 제도의 실행방안을 짜는 것이 행정관료의 역할이다. 양보를 해야 할 자본과 이를 지키는 자본언론들이 우리 시대의 원수는 아니다. 아니,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이다. 그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원하면서도 기득권을 놓기 싫어하는 부류이다. 

정책 프레임을 짜는 정치(권)의 역할이 부족했고, 세심한 과정관리와 사후대비책을 짜는 관료들이 손을 놨다. 몇십 년 행정 경험이 있는 수많은 공무원이 불과 몇 달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몰랐다고 하기에는 국민 세금이 아깝다. 관료들이 국정 집행과정에서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적시하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는데 권부가 무시하거나 밀어붙였다는 억울함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 관료정치로 회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산으로 갈 공산이 크다. 공약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한 권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조금은 더디어도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엄중하게 추진하기 위한 목표와 과정관리, 사후관리에 대한 관료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으는 통치행위가 필요하다. 

노동존중은 우리 사회에서 공히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자는 것
 
지난 8일 포스트타워에서 노사정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회장, 이재갑 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난 8일 포스트타워에서 노사정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회장, 이재갑 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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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는 이제 힘들더라도 한국노총이 이끌고 가야 한다. 현재의 경사노위 판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개별 쟁점 과제들을 바터식으로 마무리하려면 노사 아무도 합의하지 못한다. '탄력적 근로 단위 기간 확대와 ILO협약 비준'을 어떻게 주고받기 식으로 합의하란 말인가?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노동존중사회란, 노동과 자본에 대한 관점과 철학을 새로이 정립하는 패러다임의 전환, 노사관계의 구조와 역할을 재정립하여 '참여'와 '분배정의'를 제도화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경제사회를 말할 것이다.

노동이 지금까지의 경제사회 속에서 도구화되고 억압의 대상에서 벗어나서 동반성장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투명경영과 참여와 분배정의의 제도적 시스템화에 당당하게 참여하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은 노사정 등 경제사회 주체의 참여와 협력으로 추진될 때 국민의 공감대와 제도개선(국회)의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할 것이다.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에는 노동에 대한 관점과 철학, 노동기본권, 노사상생의 파트너십, 중층적 노사관계 구축(업종, 지역별 협의기구), 실질적인 차별 해소 방안(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정임금제-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정상화(즉, 경제민주화), 노동과 복지 확대의 선순환 정책 등에 대한 목표와 비전, 추진계획 등을 포함하여 수립해야 할 것이다.

노동존중은 노동계를 존중하란 얘기가 아니다. 물론 노사가 파트너십으로 상대를 인정하고 신뢰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노동존중은 노사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공히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는 기업경영이나 글로벌 경쟁에서도 매우 수준 높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노동의 경시와 무시문화(소위 갑질문화)로는 기업의 국제경쟁력도 낮아지고,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발전도 불가능하다.

역설적이지만 노동존중사회는 오히려 자본이 나서서 주창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태그:#민주노총,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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