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즌을 대비하여 kt 위즈가 10팀 중 제일 먼저 스프링 캠프를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다. kt는 29일 메이저리그의 서부 스프링 캠프장(캑터스리그)이 있는 미국 애리조나 주로 출발하여 3월까지 훈련을 진행한다.

다른 팀들도 미국 플로리다 주나 애리조나 주, 일본의 오키나와, 대만, 호주 등 날씨가 따뜻한 곳을 향해 출발한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며 2월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런데 FA 시장에 나왔던 15명의 선수들 중에서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들이 4명이나 있다. 가나다 순으로 김민성, 노경은, 이용규 그리고 최진행이 그들이다. 12월까지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4명 뿐이었는데, 1월 말에 들어와서 박용택을 시작으로 박경수(21일), 김상수(25일), 송광민(27일), 금민철(28일) 그리고 29일에 윤성환과 이보근까지 각각 계약을 마쳤다.

스프링 캠프 시작 앞두고 롯데와 협상 결렬된 노경은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롯데 선발 노경은이 6회말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2018.10.11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롯데 선발 노경은이 6회말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2018.10.11 ⓒ 연합뉴스

 
남은 4명 중 처지가 가장 안타까운 선수는 노경은이다. 노경은의 소속 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는 29일 구단 발표를 통해 FA 협상이 최종 결렬되었음을 알렸다. 물론 스프링 캠프 기간에도 협상은 할 수 있지만 최종 결렬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롯데는 노경은과의 계약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례적으로 '계약 포기'를 공식 발표한 이유 역시 타 구단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1984년생 전라남도 함평 출신의 노경은은 스스로 방황한 기간까지 포함해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겐 이번이 첫 FA 자격 획득이었다. 2016년 임의 탈퇴를 요청했다가 철회하는 등 잠시 방황했지만 팀을 옮겨서 FA 자격 취득까지 온 노경은이었다.

FA 자격을 획득했을 당시 노경은은 지난 해보다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롯데에 남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역시 내부 FA 협상에 집중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 실제로 롯데는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아직까지 외부 선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롯데와 노경은은 꾸준히 협상을 진행했다. 일부 특급 선수들을 제외한 다른 다수의 선수들은 계약 기간이나 옵션 등 여러 가지 요소에서 많은 양보를 하고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세부 계약 조건에서 벌어졌던 의견 차를 끝내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는 최종 2+1년 계약안을 제시했다. 이는 최근 베테랑의 FA 계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건으로, 2년이 보장되고 나머지 1년은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을 낼 때만 옵션으로 추가된다. 노경은 계약 기간에는 수긍했으나 계약금 규모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더 뛰고 싶은 노경은, 다른 팀 갈 수 있을까

일단 노경은은 현역 연장을 위해서 다른 팀을 더 찾아볼 생각이다. 다음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KBO리그의 다른 9팀 뿐만 아니라 해외리그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문제는 KBO리그에서 다른 9팀으로 가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FA 자격이 아니었다면 트레이드나 방출 후 영입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른 팀에 가는 장벽이 낮은 편인데, FA 자격을 이미 행사한 이상 FA 규정에 의한 이적만 가능하다.

FA 규정에 의하면 자격을 행사한 선수가 이적할 경우 새로운 팀에서는 이전 팀에게 1안으로 직전 시즌 연봉의 2배 및 보상선수를, 2안으로 연봉 3배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보상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FA 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경우 선수에게 주는 금액과는 별개로 다른 구단에 줘야 하는 지출까지 계산해야 한다.

이 점 때문에 노경은이 다른 팀으로 가기 힘든 상황이다. 노경은의 2018년 연봉이 1억원이었으니, 노경은을 영입하는 팀에서는 롯데에게 2억원과 보상선수 또는 3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최준석(질롱 코리아)이 지난 시즌 그랬듯이, 사인 후 트레이드 방식도 있다. 그러나 이미 롯데는 사인 앤 트레이드도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사인 앤 트레이드의 경우 일단 FA 계약 절차를 마치고 트레이드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FA 규정에 의한 이적 보상은 받을 수 없다.

시장에 남은 선수 4명, 이대로 FA 미아 되나

남은 선수들의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니다. 이용규의 경우 잦은 부상으로 인해 FA 자격을 1년 미루고 어느 정도 성적을 끌어올린 뒤 FA 시장에 나왔다. 한화 이글스에서 같이 FA를 선언했던 송광민은 27일에 계약을 마쳤지만, 그 계약도 난항 끝에 간신히 도장을 찍은 것이었으며 같이 시장에 나온 최진행도 소식이 없다.

김민성의 경우도 각각 주전 야수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소속 팀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가 넥센 타이어에서 키움증권으로 바뀌는 등 소속 팀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FA 선수들에 대한 협상은 뒤로 밀린 모양새다. 필승조 투수 이보근의 경우도 29일 저녁에 3+1년 19억 원으로 극적인 계약을 마쳤다.

김민성은 2017년까지 히어로즈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FA 자격을 얻기 위한 서비스 타임에 단 1일이 모자라서 FA 자격이 1년 늦어졌다. 자격은 얻었는데, 2018년 성적 하락을 보였던 게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나이가 젊은 편이라서 다른 팀에서 관심을 보일 법도 했지만, 2018년의 성적 저하로 인해 다른 팀에서도 적극적인 영입 시도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규 역시 한화 외야수들 중에서는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는 한화 선수들 중에서의 좋은 활약이고, 리그 전체로만 봤을 때는 주요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잦은 부상 이력으로 인해 우려 사항도 많아서 계약이 쉽지는 않다.

최진행은 2018년 한화의 주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성적을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2군에 머무르는 시간도 있었으며, 성적도 고려하지 않은 채 FA 시장에 나갔다. 더군다나 약물 이력으로 30경기 징계를 받은 적도 있었기에 이미지 차원에서도 점수가 깎여 있는 상태다.

물론 스프링 캠프를 떠난 이후에도 FA 협상은 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캠프에 늦게 합류하기 때문에 몸을 만드는 시간도, 호흡을 맞추는 시간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FA 제도가 도입된 이래 4명의 선수가 스프링 캠프 시기까지 한꺼번에 미아로 남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남은 4명의 선수가 극적으로 계약을 마무리짓고 원활하게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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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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