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물세계> 포스터.

영화 <동물세계> 포스터. ⓒ 넷플릭스

 
중국 영화는 종 잡을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명감독에,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즐비한 한편, 엄청난 자본을 쏟아부었지만 칭찬하기 어려운 작품도 부지기수다. 말도 안 되게 촌스럽고 우악스러운 영화와 장르 형식의 최신을 달리는 영화가 공존하기도 한다. 형용할 수 없는 '다양성'이 중국 문화 콘텐츠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니 부럽기도 하다.

최근 몇 년새 꽤 괜찮은 아시아의 장르 영화들 여러 편이 개봉했다. 태국의 <배드 지니어스>, 대만의 <몬몬몬 몬스터> 등 말이다. 보는 재미와 느끼는 재미가 한껏이었다. 반면 중국의 장르 영화에서는 그런 걸 느끼기 어려웠다. 비할 데 없는 다양성을 갖춘 나라임에도 말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화려한 장르 영화 <몽키킹> <화피> 시리즈는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그 와중에, <먼 훗날 우리>처럼 중국에서 적절한 성공을 거두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된 <동물세계>가 소소하게나마 눈에 띈다. 

도박의 수렁에 빠지다

정 카이쓰(리이펑 분)는 게임장에서 광대 아르바이트를 하며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엄마의 병원 치료비를 벌고 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류(저우둥위 분)와 연인 관계다. 정 카이쓰는 정신질환 환자이기도 한데, 어릴 적 괴한들의 습격으로 아빠가 자취를 감출 때 보았던 광대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종종 망상에 빠지곤 한다. 광대가 되어 괴물로 변한 사람들을 물리치는 망상이다.

어느 날, 친한 친구 리준이 찾아온다. 그는 부동산업을 하는데 카이쓰에게 600만 위안(한화 약 10억 원)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단, 600만 위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 처음에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카이쓰는, 병원 치료비도 없어 복도로 쫓겨난 엄마를 보고 마음을 바꾼다. 엄마가 남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한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리준은 카이쓰를 속인 것이었다. 본인의 빚은 물론 리준의 빚까지 독박 쓰게 된 상황. 카이쓰는 리준을 사주한 조직으로 끌려가 수장 앤더슨(마이클 더글라스 분)에게 제안을 받는다. '운명' 호라는 배에 타서 세계 각국에서 끌려온 사람들과 가위바위보 카드 게임을 해, 생존하면 빛을 탕감해준다는 제안이었다.

잘 하면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게임에서 지면 더할 나위 없는 비극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러나 카이쓰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엔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영화'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중국영화'라는 선입견과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적절한 킬링타임용 액션 도박 영화이다. 영화 <동물세계>의 한 장면.

'중국영화'라는 선입견과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적절한 킬링타임용 액션 도박 영화이다. 영화 <동물세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동물세계>는 일본의 메가히트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원작으로 하는 액션 도박 영화다. 만화의 1부에 해당하는 배에서의 가위바위보 카드 게임 장면을 옮긴 듯 한데, 원작을 몰라도 보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메가 히트작이니 만큼 일본에서도 영화화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많이 각색한 중국 영화버전이 더 나아 보인다. 다른 건 둘째 치고 볼 거리 측면에선 이 영화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이 영화에서 '중국스러움'을 찾아보기 힘들다. 할리우드의 '킬링타임 액션 영화'로 보이기도 한다. 중국은 세계적인 영화 시장으로 급부상한 것은 물론 할리우드 제작 기법이나 기술까지 흡수하면서, 영화 콘텐츠도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 <동물세계>는 중국 장르 영화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절한 킬링타임용 영화

<동물세계>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두 배우인 리이펑과 저우둥위 그리고 세계적인 대배우 마이클 더글라스가 참여한 작품으로 시각적인 볼 거리와 함께 캐릭터 면에서의 볼 거리도 선사한다. 세 명 모두 툭툭 튀지도 않고 영화에 묻히지도 않게 무난했다. 

더불어 '가위바위보'라는 누구나 잘 알지만 누구도 잘 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임을 가지고 수싸움을 펼치는 게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원작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치밀한 심리전이 나오지는 않아 아쉬운 점도 있지만 큰 무리는 없다. 

도박꾼들의 세계가 동물세계와 다를 바 없다는 비유의 부재, 약육강식 세계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주인공 신념. 또 다른 게임이 있을 것 같은 느낌 등이 후속편을 기대케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방면에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건 연출자의 의도일까 능력일까. 

액션과 캐릭터와 도박에의 적절한 볼 거리, 도박 수싸움과 생각할 거리를 찾게 만드는 적절함 등 이 영화는 적절한 킬링타임용이다. 그래서 더욱 중국 장르 영화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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