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영화 포스터

<증인> 영화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순호(정우성)는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다. 그가 몸 담고 있는 로펌은 오직 돈과 권력을 가진 기득권만 대변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로펌 대표는 순호에게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가난한 가정부의 무료 변론을 맡겨, 그가 민변 출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부정적인 회사 이미지를 상쇄하려 한다. 순호는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석에 세우려 하지만 지우와 그녀의 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오는 2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증인>은 자폐아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사회 '편견'에 반기를 드는 영화다. 하지만 '다름'을 편견의 대상으로 보는 우리의 오류를 발견하고 각성하기엔 캐릭터와 드라마가 가진 설득력이 조금 아쉽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순호가 대형 로펌으로 이직한 것은 출세에 대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몸이 불편한 아버지(박근형)를 보살피고, 아버지가 선 보증 때문에 불어난 빚을 갚기 위해서다. 사람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그의 가치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는 것을 추구하는 회사의 가치관에 반한다. 하지만 대형 로펌을 선택한 이상 그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의 룰을 따르려 한다.

하지만 그가 감내해야할 타협이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그것 때문에 그가 어떤 갈등을 겪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순호는 변호사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고자 한다. 선한 의지가 곧 유능함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는 인물이기는 하나 드라마틱한 극의 전개, 그러니까 후반부 감동을 극대화하기에 순호라는 캐릭터는 조금 싱겁다. 

이러한 아쉬움은 지우라는 캐릭터에도 남는다. 지우는 자폐아다. 자폐증이 어떤 장애인지 관객들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이미 습득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비장애인들은 자폐증을 앓는 장애인을 직접 마주했을 때 낯설어 하고 서툴게 대하기 일쑤다. 그러나 <증인>은 자폐 아동 지우의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들에 비장애인 순호가 당황하는 등의 에피소드가 주는 긴장감과 갈등을 다소 밋밋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우는 소리와 시각에 특히 민감하고 수학과 퀴즈, 암기력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지우와 소통하기 위해 순호는 자폐증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바심내지 않고 그녀의 속도에 맞춰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가 원한 것은 지우의 증언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알아갈수록 그의 이러한 노력은 그녀를 증인석에 세우기만 하면 된다는(자폐아의 증언이 신빙성을 갖기는 힘들 테니) 처음의 의도와 충돌한다.

여기에서 주인공이 겪는 갈등이 영화가 클라이막스로 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 힘이 약하다. <증인>은 드라마의 문법에 충실한 영화지만 이야기가 산만하게 흩어져 후반부에 폭발해야 할 감정이 모이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가 버리는 아쉬움이 있다. 

지우는 순호에게 묻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지우를 만나기 전과 후, 순호는 같은 사람일까? 그리고 이 영화를 보기 전과 후, 관객은 어떤 감정, 인식의 변화를 가지게 될까? 극장을 나서는 우리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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