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름이 겹치는 이른바 '동명이인(同名異人)' 캐릭터가 적지 않다. 정치계 이원종, 안상수, 권영세, 최경환, 이종구, 김대중, 박정희 등은 국민들은 물론 관계자들까지 간혹 헛갈리게 했다는 후문이 있으며 개그맨 정찬우-아이돌 정찬우, 배우 한혜진-모델 한혜진, 가수 박지윤-방송인 박지윤, 남자배우 김수현-여자배우 김수현, 배우 김태우-가수 김태우, 남자아이돌 지민-여자 아이돌 지민, 배우 김영철-개그맨 김영철 등 연예계 동명이인은 모두 거론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로 넘쳐난다.

이는 스포츠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름과 이미지가 모두 비슷한 선수부터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선수까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각자의 종목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동명이인으로 관심을 받게 됐다.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그저 흥미롭기만 하다.
 
 같은 소속팀에서 UFC 리거로 활약중인 두명의 김동현(왼쪽 마동현 김동현, 오른쪽 스턴건 김동현)

같은 소속팀에서 UFC 리거로 활약중인 두명의 김동현(왼쪽 마동현 김동현, 오른쪽 스턴건 김동현) ⓒ UFC 아시아 제공

 
종목까지 같은 동명이인
 
현재 프로농구 최고의 토종 테크니션을 언급하라면 단연 전주 KCC 이정현이 첫손에 꼽힌다. 돌파, 외곽슛에 모두 능한 전천후 공격수이면서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패싱게임에도 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공교롭게도 대학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초특급 유망주의 이름 역시 이정현이다. 지난해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MVP, 2016년 U-17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 8강 주역 등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고 있다.

올해 2학년에 올라가는 관계로 조기 진출 등이 아니면 프로에 데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원체 기량이 상승 중에 있는지라 국가대표팀에 뽑힐 경우 프로 이정현과 함께 나란히 같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그림도 가능해진다. 둘은 같은 연세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는 모습이다. 그 외 여자부 이정현 역시 우리은행, KDB생명 등에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간 바 있다.

UFC 라이트급에서 활약 중인 '마에스트로' 김동현은 올해부터 링네임을 '마동현'으로 바꿨다. UFC 최초 진출·최다승 코리안파이터로 이름 높은 '스턴건' 김동현과 이름, 소속팀이 모두 같은지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다. UFC무대서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향후 행보가 기대되고 있는 그이지만 아무래도 원조 김동현의 벽을 넘기는 당장은 어렵다.

아직까지 많은 팬들은 김동현 하면 스턴건을 먼저 떠올린다. 때문에 언론에서도 그에게는 작은 김동현, 작동, 김동현B 등의 구분할 수 있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다음달 10일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마동현이 '꾸준한 활약을 통해 원조 김동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부분도 격투 팬들에게는 관심거리다.

프로야구에서는 유독 동명이인이 많이 등장한다. 포수 김광현, 전천후 내야유틸리티 김태균, 우완투수 이상훈 등 은퇴한 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본인보다 훨씬 유명한 동명이인들에 의해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 이병규는 LG 시절부터 일찍부터 타격재능을 인정받았으나 같은 팀에 '적토마' 이병규라는 너무 큰 벽이 존재했던 관계로 늘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름은 물론 같은 좌타자에 수비 포지션까지 외야수를 맡고 있어 본의 아니게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는 외려 동명이인으로 이익(?)을 본 케이스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이름이 같은지라 좀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직 프로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활약이 늘어날수록 이름 프리미엄을 볼 공산이 크다.

동명이인 선수가 투타에서 대결을 펼치면 재미있는 일도 펼쳐진다. 2011년 삼성 타자 이영욱은 SK 투수 이영욱을 상대로 홈런을 쳐냈으며 지난해에는 삼성 타자 김상수가 넥센 투수 김상수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윤석민 사이에서도 그러한 일이 벌어질 공산이 있다.

KIA 투수 윤석민과 KT 타자 윤석민은 각자의 소속팀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투수 윤석민은 타자 윤석민을 아웃시켜야 되고, 타자 윤석민은 투수 윤석민의 공을 쳐내야 되는지라 맞대결시 더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야구의 장성호와 유도의 장성호

야구의 장성호와 유도의 장성호 ⓒ KIA 타이거즈 / 장성호 SNS

 
종목은 다르지만…
 
종목은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동명이인도 많다. 축구팬과 농구팬들 사이에서 김주성이라는 이름으로 연상되는 인물은 각기 다를 것이다. 축구팬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야생마' 김주성을, 농구팬들은 얼마 전 은퇴한 DB 프랜차이즈 스타 김주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각자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로서도 맹활약한 자랑스러운 스포츠계 레전드들이다.

장성호, 박재홍, 최용수, 박찬희도 만만치 않다. 한때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교타자 장성호는 높은 출루율과 빼어난 타격기술을 통해 '스나이퍼'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유도의 장성호 역시 파워풀한 플레이를 앞세워 한국 중량급의 간판스타로 군림한 바 있다.

야구계에서의 박재홍은 30-30클럽 제조기로 명성이 높으며 축구에서는 완전히 꽃은 피지 못했으나 국가대표까지 경험했던 박재홍이 존재했다. 현재 박찬희 하면 프로농구 전자랜드 야전사령관 박찬희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전 WBC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 박찬희라는 이름도 잊어서는 안 될 레전드 네임이다.

축구 국가대표 골게터 계보의 한축을 잇는 '독수리' 최용수와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으로 명성을 떨쳤던 파이터 최용수는 둘다 비슷한 또래인 데다 터프가이 이미지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김현수, 김진우라는 이름은 야구선수로 더 유명하지만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축구계 동명이인들이 있었다.

여성격투기에서 가장 빛나는 이름은 단연 임수정이다. 한때 국내 여성 입식격투계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파이팅 뷰티' 임수정을 비롯 2008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57kg이하 금메달리스트 임수정, '여자 이만기'로 불리는 여자씨름계 최강자 임수정까지, 각기 다른 3가지 분야 격투기에서 이름을 알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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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인 임수정 박찬호 이정현 장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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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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