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틸컷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틸컷 ⓒ 판씨네마(주)

 
"누가 더 거짓말쟁이죠?"
 
아이의 양육권 문제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부부에게 판사가 묻는다. 아직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나이인 줄리앙은 어머니 미리암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법은 그에게 아버지 앙투안과 만날 것을 명한다.

법은 이혼에 대한 확실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기 전까지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리앙은 이 법의 선택 때문에 원치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앙투안의 위협과 공포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2018)의 초반만 봤을 때, 작품은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는 법정영화로 보였다. 이혼 소송을 낸 부부가 판사 앞에서 자녀의 양육권 문제를 놓고 다툰다. 이로인해 아직 어린 나이의 줄리앙은 확실한 판결이 나기 전까지 부모 양쪽과 번갈아 가며 생활해야 한다.

이혼조정기간 동안 법은 깨진 부부를 붙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아이이다. 부부는 아이와의 진중한 시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이어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될 것이라 여기며 이혼조정기간을 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시간은 길고도 끔찍한 시간처럼 다가온다.
 
목소리를 높이고 카시트 내려치던 아버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틸컷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틸컷 ⓒ 판씨네마(주)


이 영화가 법정영화에서 스릴러로 탈바꿈하는 순간은 앙투안이 줄리앙에게 강압적인 언행을 행사하면서부터다. 앙투안에 겁을 먹은 미리암은 집을 이사하고 이 사실에 앙투안은 분개한다. 그리고 아내를 찾기 위해 아들에게 협박을 일삼는다.

직접적인 폭력의 과정은 등장하지 않지만 목소리를 높이고 카시트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그의 모습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줄리앙에게 앙투안은 위협이고 공포다. 줄리앙 입장에선 아버지라는 존재를 잠깐 체험하는 순간이 아닌, 실질적인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어른과 다르다. 자신에게 닥친 위험에 미리 반응하고 저항할 수 없다. 그럼에도 법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중립을 이유로 아이를 고통 속에 방치한다.

<세컨 찬스>(2014)의 소푸스 역시 마찬가지다. 형사 안드레아스는 전과자 트리스탄의 집 옷장 안에서 온몸에 똥이 묻은 아기 소푸스를 발견한다. 안드레아스는 소푸스를 시설로 데려오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소푸스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점, 친모 산느는 아무런 전과도 문제도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소푸스가 겪는 고통과 다가올 미래를 알지만 안드레아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줄리앙과 안드레아스. 두 사람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의 저항을 시도한다. 안드레아스에게는 예상치 못한 불행이 다가온다. 아들 알렉산더가 갑자기 죽게 되고 아내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인다. 이에 안드레아스는 알렉산더와 소푸스를 바꿔치기 하기로 결정한다.
 
 <세컨 찬스> 스틸컷

<세컨 찬스>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 (주)브리즈픽처스


그는 소푸스의 미래가 엉망일 것이라 생각한다. 찬 바닥에 내던져진 소푸스는 비록 성인이 된다 하더라도 트리스탄처럼 망가진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 여긴다. 안드레아스는 아내를 위해, 자신을 위해, 그리고 소푸스의 미래를 위해 몰래 아기를 바꿔치기한다.
 
줄리앙은 앙투안의 협박에 저항한다. 아들은 어머니의 집을 아버지에게 알려주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이런 줄리앙의 노력이 무색하게 할아버지가 어머니를 본 장소를 말하고 이사 간 집의 위치는 발각된다. 집으로 안내하라는 앙투안의 요구에 도주를 감행하는 줄리앙의 모습은 강렬하지만 동시에 처절하다. 그는 사력을 다해 질주라는 저항을 감행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옆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자신의 돌발행동이 어머니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에, 무관심과 냉대에 고통 받는 아이들

두 영화는 법이 지닌 친권에 대한 중립성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맹점을 다룬다. 가족은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이다. 가족의 붕괴는 사회 시스템 자체의 마비를 야기할 수 있다. 출산율 감소와 노인복지, 아동교육과 청소년 범죄, 고독사와 소외현상 등의 문제가 가족 붕괴에서 파생될 수 있는 것들이다. 때문에 법은 가족의 붕괴를 막는 걸 최우선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즉각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이들이 있다. 줄리앙은 아버지의 폭력 앞에, 소푸스는 무관심과 냉대 앞에 고통을 받는다. 
 
 <세컨 찬스> 스틸컷

<세컨 찬스>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 (주)브리즈픽처스

 
<세컨 찬스>는 '가능성'을 통해 법의 보호 안에서 인간 내면의 따스함이 다시 피어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세컨 찬스)'에 대해 말한다. 모성이 없을 것이라 여겼던 엄마 산느는 죽은 아기가 소푸스가 아니란 걸 단 번에 알아차리고 소푸스를 찾아 배회한다. 작품은 이런 산느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내면에는 모성이 살아있음을, 그 모성이 소푸스에게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절망'을 통해 법의 보호 밖에 선 모자가 겪는 공포를 조명한다.
 
미리암을 찾아온 앙투안은 자신이 변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급하고 과격한 그의 성격은 다시 아내와 아들에게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아버지의 집착은 스릴러였던 장르를 호러로 변환시킨다.

총을 들고 모자의 집 앞에 나타난 그의 절규와 발광은 줄리앙에겐 그나마 위협과 공포 단계에 머물렀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이 순간 줄리앙에게 아버지는 감정적인 문제로 가족의 일원이다 아니다를 놓고 고민하는 존재가 아닌 자신의 생사를 위협하는 악마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아직끝나지않았다 세컨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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