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포토뉴스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한 태안화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내용을 규탄하고 있다. ⓒ 이희훈
  
416참사 가족협의회,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 제주 고교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 유가족, CJ고교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유가족,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 이한빛 tvN PD 유가족, 집배노동자 아산우체국 고 곽현구 유가족, 삼성전자하청업체 메탄올 실명노동자 그리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유가족...

각종 사고현장에서 사망한 희생자의 가족들이 제주부터 부산, 서울 그리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을 거쳐 17일 청와대 앞에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왜 아픈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한목소리를 내는지 알고 있나, 왜  모두 이구동성으로 외치는데 같은 참사가 수십 년째 반복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김용균씨 어머니 '아들 죽음, 대한민국에서 낳은 내 잘못'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발언자는 태안화력 비정규직피해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 이희훈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이 떠난 지 37일이 됐다"면서 "아직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 금방 대답할 것 같아 전화도 해 보고 카톡도 하는데 반응이 없어서 미칠 것 같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빈소에 있는 아들 사진 보면서 왜 네가 이곳에 있는지, 무엇이 잘못돼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내 잘못이다. 안전장치도 없는 나라에 아이를 낳아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기업과 정부가 서민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매일 6~7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부당한 나라를 올바르게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김씨는 전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태안발전소 특별안전보건감독' 결과에 대해 "우리 측에서 들어가 함께 조사 과정을 확인해야 했는데 회사와 나라가 막았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결과를 신임할 수 있겠냐"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김용균씨의 컨베이어 사망사고와 관련해 태안발전소 사업장 전반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합동으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4주 동안 22명의 근로감독관 등 전문가를 투입해 '특별안전보건감독'을 벌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1029건을 적발하고 과태료 6억 7천여만 원을 부과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경제만 발전시키면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상관 없냐?"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발언자는 제주도에서 산업체 실습 도중 숨진 고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 ⓒ 이희훈
이날 김용균씨 어머니 곁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유경근 416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함께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를 (수치만) 놓고 보면 열심히 진상조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징벌이 아니라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라면서 "사회적 참사에 대해 단순히 산업재해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범죄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 "피해자와 유족의 요구와 바람을 이 사회가 무시하기 때문에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라면서 "진상규명 과정에 유족들이 참여하고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까지 맡을 수 있는 제도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고 사망했는데도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사업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죽을 수밖에 없고 병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제주에서 온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도 참석했다. 이씨는 "헌법에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한다고 돼 있는데 왜 지켜지지 않냐"라면서 "태안화력발전소는 국가 기반산업 시설인데 어떻게 위험업무를 외주를 주고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들을 부속품이라 생각하고 고장 나면 새 것 끼우듯 학생들을 밀어내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들이 죽었을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라면서 "왜 국가는 경제 논리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느냐. 경제만 발전시키면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상관 없느냐"라고 성토했다.

이민호군은 2017년 11월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한 음료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는 사고로 사망했다.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 구성하고 비정규직 직접 고용해야"
  
아들 잃은 두 엄마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이민호군의 어머니(왼쪽)와 태안화력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 이희훈
 
한편 김미숙씨는 말을 이을 때마다 "설 전에 아들 용균이의 장례를 꼭 치를 수 있게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아들 죽음의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장에 모인 유가족들은 '대통령께 보내는 글'을 통해 "형식적인 조사와 미봉적인 원인규명은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라면서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단 한 명의 국민도 없게 하겠다'라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김용균씨 죽음과 관련해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도록 발전소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라며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에 이어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일에 있었던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서부발전에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감독 결과 이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면서 "사법처리 대상으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이 아닌 태안발전소 본부장을 지목한 것은 진짜 책임자 김 사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김용균, #이민호, #세월호, #황유미, #청와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