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2019 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팀의 에이스인 손흥민의 기용 여부였다.

대표팀은 지난 필리핀-키르기스스탄전에서 저조한 경기력을 지적받기도 했다. 1~2차전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중국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해 토너먼트 대진이 험난해질 수 있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전을 승리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중국전 앞두고 고민이었던 손흥민 출전 여부
 
악수하는 벤투 감독과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승리한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과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벤투 감독과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승리한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과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서 대표팀의 고민은 손흥민의 기용 여부였지만 부담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었다. 손흥민은 11월 A매치 휴식기 이후 지난 15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각)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경기까지 3~4일 간격으로 15경기 모두 출전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물론 손흥민이 이 기간동안 10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달리긴 했다. 하지만 이 15경기 가운데 단 2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해 거의 대부분을 70분 이상 활약한 손흥민의 체력 문제는 가장 큰 화두였다.

15일 새벽 열린 맨유와의 EPL 22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UAE로 합류한 손흥민은 불과 하루 휴식 후 치르는 중국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하루 휴식 후 곧바로 치르는 경기인지라 손흥민의 선발출전 여부에 대해서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지만 벤투 감독은 현실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우선 대회를 치르는 대표팀의 2선 자리에 활용할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4-2-3-1 포메이션에서 3자리에는 황희찬-구자철-이재성(필리핀전), 이청용-구자철-황희찬(키르기스스탄전) 조합으로 지난 2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경기 템포나 공격 전개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결과적으로 이는 대표팀의 공격력 저하로 이어졌다.

여기에 이재성은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인 데다 구자철은 지난 2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력, 이승우는 긴급히 합류한 탓에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결국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위험부담은 존재했다. 만일 승리를 가져오지 못하거나 손흥민의 체력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부상을 입는다면 벤투 감독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윈윈 전략' 된 중국전 손흥민 기용
  
기뻐하는 김민재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헤더슛으로 두번째 골을 넣은 김민재가 손흥민, 황인범과 기뻐하고 있다.

▲ 기뻐하는 김민재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헤더슛으로 두번째 골을 넣은 김민재가 손흥민, 황인범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전 손흥민 기용은 경기 시작 12분만에 성공을 거뒀다. 전반 12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던 한국은 오른쪽 측면에서 김문환의 크로스를 받은 손흥민이 중국 정즈와의 경합 과정에서 파울을 얻어내 페널티킥을 끌어냈다. 이 페널티킥을 황의조가 해결하면서 기분 좋은 시작을 펼쳤다. 이어 후반 6분에는 왼쪽에서 얻은 코너킥을 손흥민이 올렸고 이 볼을 김민재가 헤딩슛으로 중국의 골망을 가르며 2-0으로 점수를 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골에 모두 관여한 손흥민은 이 외에도 활약이 돋보였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전담으로 맡으면서 위협적인 킥을 선보이는등 킥 감각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가벼운 몸놀림을 비롯해 빼어난 개인기량과 속도감을 더한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를 흔드는 등 여전히 물 오른 경기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우려를 낳았던 체력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본인이 완급조절을 하면서 활동함과 동시에 후반 막판에는 손흥민을 톱으로 올리면서 수비시엔 최소한의 활동 폭으로 플레이하게 하는등 벤투 감독의 활용도 볼 수 있었다.

손흥민의 존재 속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함께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춘 이청용과 황희찬, 황의조 역시 저돌적인 돌파와 슈팅기회, 패스를 통한 공격전개 등 모든 부분에서 지난 2경기보다 확연히 나아진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면서 경기력이 지난 2경기에 비해 확연히 올라왔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음에도 손흥민이 경기 막판까지 활약한 점은 아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 부상없이 경기를 마쳤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다. 여기에 1위로 16강에 진출하면서 22일에 16강을 치르기에 5일 휴식 후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덕분에 손흥민뿐 아니라 선수단 전체의 체력적인 문제도 한번에 해결할수 있게 됐다.

결국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벤투 감독이 선택한 손흥민 선발카드는 손흥민뿐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됐다. 결과적으로 중국전 손흥민 기용은 윈-윈 전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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