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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초등학교 학생이 학교 급식 시간에 길이가 긴 어른용 젓가락을 갖고 음식을 찍어 먹고 있다.
 서울 한 초등학교 학생이 학교 급식 시간에 길이가 긴 어른용 젓가락을 갖고 음식을 찍어 먹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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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초등학교가 학교급식 시간에 어린이에게 어른용 수저를 제공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첫 보도] 초등학교 1학년 '고사리손'에 어른용 큰 수저? )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가 시도교육청에 이에 대한 실태파악을 긴급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교육청 "100개 초등학교 가운데 1곳만 '어린이 수저' 제공"

16일 인권위와 시도교육청들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7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초등학교의 어른용 수저 제공 실태'에 대한 현황 파악 요청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공문 내용은 ▲ 어른용 수저 제공 현황 ▲ 수저 관련 규정 ▲ 어른용 수저 제공 해결 방안 등을 묻는 것이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도교육청별로) 전수조사를 해서 주신 데도 있고 그렇지 않은 데도 있다"라면서 "날짜는 조정될 수도 있지만 (인권위 조사관이) 다음 주중에 학교 방문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어른 수저 제공 건에 대해)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고 한다. 3월 새 학기 전까지 해결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권위 공문을 보고 알아봤더니 100개의 초등학교 가운데 어린이용 수저를 제공하는 곳은 1개 정도고, 나머지는 어른용 수저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공문을 받은 일부 시도교육청은 내부 회의를 열고 어린이용 수저를 ▲ 소규모 학교부터 제공하는 방안 ▲ 저학년부터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대해 지난 해 12월 11일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오문봉 교사(인천 가원초)는 "시중에 판매되는 컵라면 젓가락 길이도 어린이용인 16cm로 맞춰져 있지만 어른들도 다 사용한다"라면서 "초등학교 급식에서 어린이용 수저 제공은 저학년은 물론 고학년에게 제공해도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강혜승 서울지부장은 "먹는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학교 급식 수저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해왔다"라면서 "화장실도 어린이용으로 고쳐가는 추세인데 기본적인 수저는 어린이용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린이와 교육 관련 일부 단체들은 인권위에 '초등학교 급식에서 어른용 수저 제공은 인권침해'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수십 개 초중고, 아직도 학교급식 수저 제공 안 해

한편, 서울지역 수십여 개 초중고가 지난 해 12월 말 현재 학생들에게 수저를 제공하지 않는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우리 지역 전체 초중고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2개 교육지원청 소속 수십여 개의 학교가 학생들에게 수저를 주지 않고 집에서 갖고 오도록 하고 있었다"라면서 "이런 학교 가운데엔 중학교가 가장 많았다. 앞으로 (학교 수저 제공을)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저를 제공하지 않는 학교 명단과 정확한 숫자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실태를 확인한 결과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소속 N중학교 등 이 지역 상당수의 중학교가 수저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N중학교 박 아무개 교사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학교에서 수저를 주지 않으니 나무젓가락을 편의점에서 구해와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아이들이 다수"라면서 "설거지가 힘들더라도 학생들 위생환경을 생각해 다른 학교처럼 학교에서 수저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2006년 7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학생들이 들고다니는 수저집에서 식중독균을 대거 검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당시 발표 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학교에서 학생용 수저를 제공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태그:#학교급식 어른용 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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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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