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지난 조별리그 2경기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 중국전 승리를 발판삼아 조 1위로 아시안컵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까? 중국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토너먼트 대진은 '꽃길'이 되느냐 아니면 '가시밭길'이 되느냐가 결정된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경우 와일드 카드로 올라오는 A, B, F조 3위팀 중 한 팀과 대결하는 데다 8강에선 사우디 아라비아 혹은 카타르와 상대하게 된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수월한 토너먼트 대진이 펼쳐지지만,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경우 8강에서 이란(유력), 4강에선 일본(유력)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경우 16강전까지 6일의 휴식기간이 보장돼 체력 보충을 위해서도 충분한 여유를 갖게 된다.

필리핀-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 다득점 승리를 하지 못한 한국은 중국에 골득실에서 2점 뒤진(중국 +4(5득 1실), 한국 +2(2득 0실))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중국전에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인데, 중국을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2선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국전
 
작전지시하는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1차전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작전지시하는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1차전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초반 2달(9월~11월)동안의 대표팀과 현재의 대표팀을 비교한다면 확연히 떨어진 경기력이 눈에 띈다. 이 부분에는 평가전 상대팀들이 지난 조별리그 2경기 상대팀보다 전력이 우위였던 점도 작용한다. 완전히 내려서지 않은 채 경기를 펼쳐 부분전술을 펼쳐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상대적으로 공격전개가 매끄럽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필리핀-키르기스스탄전에선 상대가 라인을 내려 경기를 치른 탓에 빌드업을 비롯해 상대 위험지역에서 부분전술을 통한 공격 전개가 나올 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은 탓도 있다.

여기에 남태희를 비롯해 나상호, 기성용 등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낙마하거나 전열에서 이탈한 선수들, 잔부상으로 인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몸상태를 갖춘 선수들도 있다. 그렇다 보니 조직력 부분에서 엇박자가 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 대표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2선에서의 활약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축구대표팀은 필리핀-키르기스스탄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두 경기에서 대표팀은 필리핀전에선 황희찬-구자철-이재성이 2선 미드필더 3자리에, 키르기스스탄전에선 이청용-구자철-황희찬이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상대팀 수비를 상대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느냐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생긴 편이다.

이 자리에 포진한 선수들은 원톱인 황의조와 함께 연계플레이나 공간침투를 통해 황의조에서 기회를 만들어주며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는 플레이를 펼쳐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이 톱니바퀴처럼 맞지 않으면서 결국 공격의 파괴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황의조가 본인의 기량으로 찬스를 만들어가긴 했지만 황의조 홀로 득점기회를 만들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슈팅 훈련하는 황희찬

슈팅 훈련하는 황희찬 ⓒ 연합뉴스

 
이 대목에선 독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활약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청용은 필리핀전 교체투입돼 팀 공격의 활로를 여는 등 전체적인 활약은 준수했다. 하지만 구자철을 비롯해 이재성, 황희찬의 활약이 아쉬움을 남겼다. 미드필더 자리에서 중앙에 포진하는 구자철은 원톱인 황의조에게 키패스를 뿌려주면서 찬스를 만들어줌과 동시에 본인이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야 했다. 그렇지만 구자철은 지난 2경기에서 뼈아픈 패스 미스를 범했고 동시에 경기템포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이재성은 필리핀전에서 다소 무거운 몸놀림을 선보인 데다 발가락 부상으로 인해 키르기스스탄전에 결장한 데 이어 중국전 출전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이 상황에선 황희찬이 살아나줘야 한다. 황희찬은 지난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놓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부담을 받는 듯한 모습이었다. 중국전을 앞두고는 벤투 감독과 특별 과외를 하는 등 중국전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 '출격' 2019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14일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이 팀 숙소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 로타나호텔에서 열린 인터뷰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손흥민 '출격' 2019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14일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이 팀 숙소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 로타나호텔에서 열린 인터뷰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대표팀의 2선은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서두에 언급한 이재성이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가운데 손흥민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리그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UAE로 합류했다. 합류 직후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손흥민의 중국전 출전은 다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희찬을 비롯해 이청용, 구자철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벤투 감독이 이승우 카드도 염두에 둘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레이, 위다바오 경계령... 리피 감독의 전술변화도 경계해야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중국은 한국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최근 필리핀전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2017년 3월 한국을 이긴 기억도 있어 중국이 이번 한국전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한국에는 이번 중국전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국에 승리하기 위해선 두 선수를 경계해야 한다. 바로 우레이와 위다바오다.
 
 필리핀과 아시안컵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중국의 우레이

필리핀과 아시안컵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중국의 우레이 ⓒ AP/연합뉴스

 
중국 슈퍼리그(CSL) 상하이 상강에서 활약하는 우레이는 팀 내 용병인 헐크, 오스카, 엘케송이 포진한 공격진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지난 시즌 CSL 27골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쟁쟁한 용병들이 포진한 CSL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비록 대표팀에서는 활약이 저조해 호의적인 반응은 없었지만 지난 필리핀전 2골을 기록하며 한국전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 선수다.

우레이는 한국을 상대로 A매치에서 아직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최근 대표팀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좋다. 또한 다른 중국선수들에 비해 빼어난 개인기량을 갖춘 데다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우레이뿐 아니라 위다바오 역시 경계대상이다. 위다바오는 지난 2017년 3월 열린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록하며 한국에 치욕적인 패배를 안긴 선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해 12월 일본에서 열렸던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EAFF E-1 챔피언십) 중국전에서 2-1로 뒤진 후반 36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또다시 한국에 비수를 꽂았다.

당시 2골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을 했다는 점에서 대표팀으로서는 세트피스시 위다바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다바오는 이번 아시안컵에선 키르기스스탄과의 1차전에서 전반 24분 교체투입돼 1-1로 맞서던 후반 32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리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피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운용 역시 경계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1무 1패를 거뒀던 2017년의 2경기를 되돌아보면 리피 감독의 전술운용이 상당히 돋보였던 경기였다. 당시 3월에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중국이 1-0으로 앞서던 후반전 교체카드를 통해 4-4-2로 전술변화를 선보이며 한국의 공격을 차단하며 한국에 치욕적인 패배를 안기기도 헀다. 리피 감독은 그해 12월 열린 E-1 챔피언십에서도 후반전 3백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중국대표팀은 당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던 김신욱을 원천봉쇄하며 후반전 한국의 공격을 무력화 시킨 끝에 지고 있던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리피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인다. 앞서 언급한 위다바오가 결승골을 터뜨려 승리를 거둔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위다바오를 전반 24분만에 교체투입해 결승골을 터뜨리게 하는 등 뛰어난 용병술을 선보였다.

최근 중국 축구대표팀의 전력과 리피 감독의 존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번 중국전을 결코 무시해선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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