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지동아리 '웃지' 회원들이 작품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지동아리 "웃지" 회원들이 작품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관련사진보기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엔 나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런 손길이 닿으면 무언가 색다름이 깃드는 법이다.

지난 8일 저녁, 한지로 소품·가구 등을 만들며 함박웃음을 피어낸다는 한지공예동아리 '웃지'를 찾았다. 동아리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한지공예품을 기대하며 모임장소를 찾았는데 웬걸, 회원들은 공예품의 기초 골격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큰 합지를 옮기며 구상에 한창이다.

"기둥을 여기 세우고 다리를 붙여야겠지?"
"바닥이 이쪽인가?"


건축학도들을 연상케 하는 대화다.

10년 전 충남내포아이쿱생협에서 한지공예를 배우려는 조합원들이 모여 만든 웃지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자연드림(충남 예산군 소재) 내 뜨락(동아리방)에서 모임을 갖는다.

회원들은 자그만 소품 만드는 데서 시작해 이젠 뒤주, 3단·5단 서랍장, 탁자, 바둑판 등을 만드는 사범과정 수준의 실력자로 성장했다. 5단 서랍장처럼 크기가 큰 제품의 골격을 맞출 때는 서로 잡아주고 도와가며 함께 구상한다.
 
회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회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관련사진보기


가입 1년차인 서경선 회원은 기자에게 자랑을 쏟아놓았다. 

"원래 한지공예에 관심이 있었어요. 한지색깔이 참 예쁘고 매력적이잖아요. 손재주가 많진 않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 완성하고 나면 성취감이 정말 커요. 또 얼마나 실용적인지, 전에 만든 뒤주에 쌀을 담아놓고 쓰고 있는데 하나도 변함이 없어요. 풀칠로 여러 번 마감을 하니까 튼튼한 거죠."

그의 말대로 완성까지 정성어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재단된 합지를 붙여 골격을 세우고 난 뒤, 흰색 한지를 전체적으로 붙여 견고해지도록 초벌작업을 한다. 예쁘게 옷을 입힐 한지의 색상과 디자인을 골라 재단하고 붙인 뒤, 풀칠로 여러 번 반복해야 비로소 한 작품이 완성된다.

한지공예 8년차에 돌입한다는 최고참 조영자 회원은 5단 서랍장 골격 세우기에 집중하며 말했다. 

"한지공예에선 골격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가장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죠. 처음 골격을 잘못 맞추면 두고두고 거슬려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잘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인내심도 필요하답니다."

윤경례 회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지공예는 기다리는 맛이 있어요. 한지 붙이는 작업, 마감재 칠하는 작업까지 계속 풀칠을 하는데, 한쪽 면이 덜 마른 상태에서 서둘러 다른 작업을 시작하면 망치기 일쑤예요"라고 하니 다른 회원들도 옆에서 "맞아 맞아" 공감한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윤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을 위한 취미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웃지에 들어왔다. 사람들도 참 좋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도 만드니 뿌듯하단다.

"완성해 놓으면 정말 가구처럼 견고해요. 내가 만든 작품을 집에 놓으면 참 예쁘기도 하면서 실용적이니까 두고두고 뿌듯하죠. 만들면서 기쁘고, 보면서 기쁘고, 쓰면서 기뻐요."

뒤주에 마감칠을 하던 그가 그 기쁨을 만끽하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을 마구 발사한다. "얼마 전엔 결혼하는 지인에게 등을 만들어서 선물했는데,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품으로 특별한 선물을 하니 받는 사람도, 주는 저도 참 행복했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회원들이 만드는 것을 살피며 도와주던 정미경(56) 강사는 "선물할 것들이 참 많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네 멋이 들어있는 한지를 이용해 만든 소품을 선물하면 정말 특별하죠. 외국인에게도 반응이 참 좋고요. 드라마 가구나 소품에도 많이 나오는 추세예요"라고 설명한다.

 
한지동아리 '웃지' 회원들이 작품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지동아리 "웃지" 회원들이 작품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관련사진보기


그들이 전통한지로 수놓은 공예품을 보고 있자니 수려하기도, 화려하기도, 고풍스럽기도 하다. 정성과 기다림의 미학으로 얻은 이들의 작품들은 올해 전시회를 통해 더욱 멋을 뽐낼 예정이란다.

"올해 기회가 된다면 군청로비에서 전시를 할 계획이에요"
"그럼 만든 거 다 가져와야 되는겨?"
"가져오긴, 또 새로 만들어야지"


올해 웃지 회원들 손에 풀 마를 날 없겠다. 그들의 환한 웃음꽃도 함께. 동아리 문의는 정미경 강사(☎010-3458-1607).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한지, #한지공예, #한지동아리, #예산자연드림, #예산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인이 일하고 있는 충남 예산의 지역신문인 무한정보에 게재된 기사를 전국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생각에서 가입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