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의 알 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 키르기스스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의 알 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 키르기스스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 대표팀을 맡아 7차례 평가전에서 3승 4무의 무패행진을 기록한 파울루 벤투는 과연 성공 중일까.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최근 2019 아시안컵 경기를 보면 우려가 드는 건 사실이다. 

한국은 C조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6위 필리핀과 91위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70~80%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1-0 신승을 거뒀다. 물론 두 경기에서 무실점이라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난 슈틸리케 호의 사례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실종된 전술

그 이유는 바로 파울루 벤투 감독 축구철학과 직결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작년 8월 말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 점유에 의한 경기지배 축구 철학을 강조했다. 당시 언론과 축구 팬들은 그 철학에 공감했지만 취임 5개월 만에 실전 무대에서 그 철학에 회의적인 시선들이 나오고 있는 것.

지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경기에서 벤투 감독이 볼 점유율 지배를 주문한 건 당연한 것이었다. 경기력이 우리가 그들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취임 일성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과 '대등소이'한 축구철학을 표방했다. 당시 슈틸리케 호는 2015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축구의 구세주로 인식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축구철학과는 상반되는 길을 걸었다. 무원칙 선수 선발, 언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발언 등으로 결국 경질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브라질 크루제이루,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중국 충칭 당다이 리판에서 성적 부진과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하여 짧은 기간에 잇달아 경질된 이력이 있다. 이 부분은 대표팀 감독 낙점 당시 언론에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부임 직후 벤투 감독은 평가전에서 무패행진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아시안컵에선 축구 철학은 실종됐고, 약체 팀에게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며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강팀의 조건 중 하나는 지속성이다. 지금의 벤투호는 그 점에서 우려가 드는 셈. 최근 경기에서 벤투 호는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지배했지만 전술과 전략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성공한 외국 지도자들은 누구?

한국축구에서 외국인 감독의 역사는 깊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1991년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이었던 독일 출신 데트마르 크라머(사망) 감독이다. 이후로 총 9명이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공 사례는 거스 히딩크(73.중국 U-21대표팀) 감독 단 한 명에 불과하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 특징인 체력을 바탕으로 기동력과 정신력을 가미한 조직 축구 철학을 구현했다.

만약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런 특징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철학에  얽매인다면,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의 높은 승률, 열정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중요한 것은 이를 논하기에 앞서 지도자로서 진정한 지도 역량을 발휘, 실전에서 경기력과 결과로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지도자는 모름지기 '선공후사(사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을 앞세움)' 정신이 있어야 한다.

축구팬들이 전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등을 돌린 이유도 언행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에게도 이런 모습이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역대 대표팀 외국인 지도자 가운데 파울루 벤투 감독만큼 짧은 기간에 온탕과 냉탕을 오간 지도자는 찾아볼 수 없다. 평가전은 어디까지나 평가전이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축구에서 평가전 승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상위에 올라 있다. 그만큼 평가전에 강하다. 

현재 아시안컵을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비록 한국이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숙원을 풀게 되더라도 필리핀, 키르키스스탄전에서 보여준 무색무취의 모습은 옥의 티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다. 만약 이번 대회를 교훈 삼지 않는다면 벤투 호는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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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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