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켈리의 이름을 모를 수 없다. 그는 명실상부, 1990년대를 풍미한 알앤비 슈퍼스타다. 한국팬들에게도 유명한 'I Believe I Can Fly'부터 'Bump'n Grind', 'Down Low (Nobody Has to Know)' 같은 섹슈얼한 곡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히트곡들을 쏟아낸 가수다. 그는 프로듀서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유했는데, 맥스웰의 'Fortunate',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알 켈리의 음악 뒤로는 결코 명예롭지 않은 수식어들이 따라 다녔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신인 가수 알리야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그런데 15살에 불과했던 그녀와 불법적으로 결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 외에도 10대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고, 그 모습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알 켈리를 따라 다니던 꼬리표
 
 알앤비 아티스트 알켈리의 성노예 생존자들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서바이빙 알켈리>가 연초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알앤비 아티스트 알켈리의 성노예 생존자들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서바이빙 알켈리>가 연초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Lifetime 홈페이지


2010년대에 들어선 뒤에도 논란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3월, 과거 알 켈리와 교제했던 키티 존스는 알 켈리가 수많은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억압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키티 존스의 증언에 따르면, 알 켈리는 여성들을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처럼 대했으며, 입는 것과 먹는 것 모두를 조종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지난 7월, 알 켈리는 논란이 지속되자 'I Admit'이라는 19분 분량의 노래를 사운드 클라우드에 발표했다. 이 곡에서 '나는 결코 아동 성범죄자가 아니다', '여성들이 나에게 세뇌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변호한다.
 
그러나 그의 적극적인 항변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여러 곳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빗발치고 있다. 최근 라이프타임(Lifetime)의 다큐멘터리 < Surviving R.Kelly >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알 켈리의 성범죄를 폭로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미국 대중음악계의 뜨거운 감자다.

이 다큐멘터리는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는데, 모든 회차의 조회 수가 200만 건을 돌파했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성범죄의 '생존자'로서 등장한다. 이들은 알 켈리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착취했는지를 고백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알 켈리는 애틀란타와 시카고에 있는 트럼프 타워에 여섯 명의 여성을 감금하고, 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했으며, 외부와의 접촉 역시 차단했다고 한다. 알 켈리는 현재 법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MUTERKELLY, 모두가 등을 돌렸다
 
 '알켈리와 작업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한 챈스 더 래퍼. 방송 이후 트위터를 통해 흑인 여성에 대한 연대를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이라 밝혔다.

'알켈리와 작업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한 챈스 더 래퍼. 방송 이후 트위터를 통해 흑인 여성에 대한 연대를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이라 밝혔다. ⓒ Surviving R.Kelly 캡쳐


피해 여성 이외에, 유명인 중에서 가장 먼저 이 다큐멘터리의 인터뷰에 응한 인물은 가수 존 레전드(John Legned)였다. 존 레전드는 알 켈리를 '연쇄 아동 강간범'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하는 한편, 피해자들의 편에 서는 것은 너무나 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미를 수상한 랩퍼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는 과거 알 켈리와 함께 'Somewhere in Paradiese'를 함께 작업한 바 있는데,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에피소드에 출연해 알 켈리와 함께 작업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알앤비 뮤지션이자, 모타운(Motown)의 부사장인 니요(Ne-Yo) 역시 #MUTERKELLY(알 켈리를 입다물게 하라)라는 해시태그의 행렬에 참여했다. 

< Artpop > 앨범에서 알 켈리와 함께 'Do What U Want'을 불렀던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이 곡을 아이튠즈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삭제할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와 더불어 레이디 가가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레이디 가가 역시 성폭행 피해로 큰 고통을 겪었던 여성인만큼, 알 켈리의 혐의들을 더욱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편, 알 켈리의 딸인 조안 켈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의 아버지는 괴물과도 같다. 모든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입장문을 적어 올리기도 했다. 흑인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알앤비의 왕'으로 불렸던 알 켈리. 그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는 'I Believe I Can Fly'에서 꿈과 희망을 노래했지만, 어쩌면 그 누구보다 꿈을 이용한 자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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