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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문 대통령은 "생각중"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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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2시간 동안 열린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널리즘 교과서에서 나오는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최근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인사에서 전·현직 기자들이 발탁된 것을 겨냥한 질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과 9일 단행한 수석·비서관 인사에서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국민소통수석에, 여현호 전 <한겨레> 논설위원을 신설된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했다. 윤도한 수석은 지난 2018년 12월 31일에, 여현호 비서관은 지난 7일에 언론사를 퇴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이를 두고 이들이 몸 담았던 노조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9일) 전국언론노조 MBC지부와 한겨레신문지부가 각각 비판 성명을 낸 것이다.

MBC지부는 "감시와 견제자에서 정치 행위자로 직행하는 행태는 방송 독립에 역행하는 것이고 현역 언론인들의 진정성을 퇴색시키는 일이다"라고, 한겨레신문지부는 "권력의 현직 언론인 공직 발탁은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허물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라고 비판했다.

"현직 언론인이 바로 청와대 와도 괜찮냐고 비판하면 달게 받겠다"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전 MBC 논설위원)과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전 한겨레 논설위원).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전 MBC 논설위원)과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전 한겨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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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현재 청와대를 출입하는 박지환 CBS 기자는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기자들과 북한산을 산행했는데 중턱 쯤에서 '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건강한 긴장 관계여야 한다, 언론의 건강한 비판 기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걸로 기억한다"라고 문 대통령의 언론관을 상기시키며 질문을 시작했다.

박 기자는 "그런데 최근 청와대 인사가 있었는데 현직 기자가 사표를 수리한 지 일주일, 심지어 이틀도 안 돼 권력을 건전하게 비판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권력의 중심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있다"라며 "(이로 인해) 남은 기자들의 권력 감시에 대한 순수성과 진전성이 의심받을 수 있고, (이런 인사가) 반복되면 언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현직 언론인이 이렇게 바로 청와대에 오는 것이 괜찮냐고 비판한다면 그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일부의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런 말씀도 드리고 싶다"라며 "언론인으로서 아주 공정하게 그 사명을 다해온 분들은 하나의 공공적인, 어떤 공공성을 살려온 분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권력과 야합하는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영역에서 공공성을 살린 분들이 역시 공공성을 제대로 살려야 할 청와대로 와서 청와대의 공공성을 잘 지킬 수 있게 해준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청와대로서는 청와대 내부에 길들여진 사람들 간의 한목소리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관점, 비판적인 관점을 끊임없이 제공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기자 출신들을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 정부에서는 '권언유착'이 전혀 없다고 자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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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과거 시기에 모든 언론이 그랬던 것은 아니고 일부 언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른바 '권언유착'이 있어 정권은 언론에 특혜를 주고 언론은 정권을 비호하는 권언유착을 강화하기 위해 그런 방안의 일환으로 현직 언론인을 데려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저도 비판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지금 정부에서는 권언유착이 전혀 없다고 자부하고 있고, 그런 가운데 (공공성을 지향하는) 청와대의 정신을 계속 살려 나가면서 청와대를 더 유능하게 할 수 있는 인재를 모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라고 거듭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인사에서 흠을 지적할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의 욕심은 청와대에 정말 가장 유능한 사람들을 모시고 싶고, 청와대 정신이 늘 이렇게 긴장하면서 살아 있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장점이 더 많은 인사라고 (얘기)한다면 양해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답변이 좀 모자랐다고 판단했는지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윤도한 수석, 여현호 비서관과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보충답변을 통해 "윤도한 수석과 여현호 비서관 두 언론인 출신들은 평소에 보도와 기사를 관심있게 지켜봐왔고 주변의 평판도 들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라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친분이 없고 일대일로 마주 앉아본 적이 없다"라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언론과 정부는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이런 목적을 향해 간다는 면에서 서로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한팀이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라고 당부하며 신년 기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태그:#문재인, #권력과 언론의 관계, #윤도한, #여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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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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