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열리는 이번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을 유심히 지켜본 축구 팬이라면 아시아 축구의 특징적인 면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과 선수들의 과감한 개인기, 알라신을 향한 '기도' 골 셀레브레이션만큼 아시아 축구를 규정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유니폼 색상'이다.

이번 아시안컵은 감히 '적백(赤白) 전쟁'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대부분의 경기가 흰색 유니폼을 입은 국가와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국가의 맞대결로 진행됐다. 여지껏 치러진 9경기에서 흰색 혹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지 않은 국가의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하다.

'적백 전투'가 일어나지 않은 2경기는 모두 B조의 경기였다. 노랑색 유니폼의 호주가 붉은 유니폼의 요르단을 상대했고, 파랑색 유니폼의 태국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인도와 경기를 가졌다(참고로 인도 메인 유니폼 색상은 파랑).
   
나머지 경기는 전부 흰색과 붉은색의 전쟁이었다. 흰색 색상의 유니폼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UAE, 팔레스타인,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붉은색 유니폼이 주요 유니폼인 바레인, 시리아, 중국, 한국, 베트남, 예멘, 북한의 대결이었다(팔레스타인의 경우 본래 빨강이지만 상대 시리아와 색상이 겹쳐 흰색 유니폼 착용).

현재까지는 흰색 유니폼이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이다. 총 9경기에서 흰색 계열의 유니폼을 입은 국가가 4승(2무 3패)을 챙겼다. 아시아의 전통 강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흰색 유니폼을 입고 각각 예멘과 북한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고, 이라크도 박항서의 베트남과 맞대결에서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인도는 흰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태국을 4-1로 대파하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직 경기를 가지지 않는 6개국도 대체로 흰색 혹은 붉은색 유니폼을 착용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일본은 태국, 인도와 마찬가지로 파랑색 유니폼을 입고, 투르크메니스탄이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초록색 유니폼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아시아 흰색-붉은색 혼용, 동아시아는 일본의 푸른색이 튀어

앞서 소개한 유니폼 색상의 분포도로 볼 때 대체적으로 서아시아 국가들이 흰색 유니폼을 메인 유니폼으로 선택했다. 아무래도 국교(國敎)인 이슬람에서 흰색을 선호하는 전통이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에도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흰색 유니폼의 비중만큼이나 붉은색 계열의 유니폼을 선호하는 서아시아 국가도 많다. 이 또한 자신들의 종교인 이슬람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슬람은 흰색 이외에도 빨강, 초록, 검정색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가 있다. 중동 국가들이 유니폼 색상으로 주로 빨강과 흰색을 선택하는 이유다.

한편 동아시아에서는 붉은색 유니폼이 선호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북한, 중국 모두 유니폼에서 붉은색이 상징이다. 국가대표팀 탄생 초창기부터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던 한국은 계속해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붉은색에 열광하는 중국의 경우 새빨간 유니폼을 입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특이한 국가는 역시 파란 계열의 유니폼을 입는 일본이다. 일본이 푸른색 유니폼을 입는 이유는 명확치 않다. 일본축구협회 공식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파란색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이유가 담긴 문헌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바다가 익숙한 섬나라이기에 푸른색을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본축구협회는 이러한 주장이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는 어떤 색상의 유니폼을 입은 국가가 정상을 밟을까. 역사적으로는 흰색이 강했다. 흰색 계열의 유니폼을 입은 국가가 7번(이란 3회, 사우디 3회, 이라크 1회)이나 챔피언에 오르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 다음은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인 일본이 포함된 푸른 계열의 유니폼이 6번(일본 4회, 이스라엘 1회, 쿠웨이트 1회)의 우승을 경험했다. 반면 빨강 유니폼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수많은 국가 중에는 2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대한민국만이 유일하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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