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혼돈이다. 지난 일요일(아래 한국시간)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개막한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을 두고 하는 얘기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개최국 UAE와 바레인의 개막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중동의 다크호스이자 안방에서 경기를 가지는 UAE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경기 내용은 예상 밖으로 진행됐다.

단단한 수비와 기민한 역습을 준비한 바레인의 전략에 UAE가 크게 흔들렸다. 공은 UAE가 오래 잡고 있었지만 위협적인 찬스를 만든 쪽은 바레인이었다. 결국 선제 득점도 바레인 쪽에서 나왔다. 후반 막판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얻어낸 패널티킥을 UEA가 넣지 못했다면 무승부는 불가능해 보였던 흐름이었다.
 
 페널티킥 골 성공하는 UAE의 아메드 칼릴(11번)

페널티킥 골 성공하는 UAE의 아메드 칼릴(11번) ⓒ AP/연합뉴스

 
심상치 않았던 개막전의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대회 둘째 날 사건이 터졌다.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리는 호주가 요르단과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09위에 불과한 요르단이 우승 후보를 꺾은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단순히 호주 쪽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경기력으로 챔피언을 잡은 요르단이었다.
 
 아시안컵 호주-요르단 B조 1차전 경기 장면

아시안컵 호주-요르단 B조 1차전 경기 장면 ⓒ AP/연합뉴스

 
이변은 계속됐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강호 태국이 인도와 A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1-4의 대패를 당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 진출하는 등 성장세의 태국이 최약체로 분류되는 인도에게 신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어 펼쳐진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도 시리아가 객관적 전력에서 앞섰음에도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팔레스타인 선수 한 명이 퇴장을 당하기까지 했지만 골망을 흔드는 데 실패한 시리아다. 지난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한국을 위협하기도 했던 복병 시리아였지만, 팔레스타인의 처절한 수비에 쓴 맛을 봤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의 아시안컵 B조 1차전이 끝나고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의 아시안컵 B조 1차전이 끝나고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확연한 전력의 차이... 벤투는 방심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 59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회 초반 분위기는 탐탁치 않다. 적어도 조별리그 내에서는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한국 입장에서는 약팀이 강팀을 잡는 그림의 반복은 찝찝한 현상이다.

한국이 속한 C조에서 한국의 전력은 독보적이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1·2차전 상대인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 한국 사이의 전력의 격차는 거대하다. 3차전 상대인 중국은 껄끄러운 존재지만,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 강한 한국 대표팀이다.
 
필리핀전 앞둔 벤투 감독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주장 김영권이 필리핀과의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1차전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필리핀전 앞둔 벤투 감독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주장 김영권이 필리핀과의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1차전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당장 호주의 사례를 비롯해 지난해 있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히며 고생했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대표팀의 수장 파울루 벤투도 이 부분은 경계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과 경기를 앞두고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큰 실수는 상대를 가볍게 보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라며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구차절이 3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크리켓 필드에서 훈련하고 있다. 2018.12.30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구차절이 지난 2018년 12월 3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크리켓 필드에서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벤투 감독은 키르기스스탄과 중국전에 대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당장은 필리핀과 경기에 집중하겠다. 2·3차전 경기는 나중에 생각하겠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필리핀과 경기를 방심하지 않고 신중하게 치러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란 변수를 대비해 필리핀전에서 대승을 거둬야 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물론 필리핀을 대파하면 좋겠지만 괜한 조급함은 플레이의 질을 떨어뜨릴 뿐이다. 실제로 2011년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인도를 상대로 대승이 필요했던 대표팀은 다급함에 실수를 자주 범했고, 4-1로 승리하는 데 그치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경험이 있다.

59년 만의 '왕의 귀환'을 노리는 한국. 대회 초반 흐름은 일말의 불안 요소다. 팬들의 작은 걱정을 벤투호가 말끔히 씻어줄 수 있을지 오늘 밤인 7일 오후 10시 30분 그 뚜껑이 열린다.  
  
누가 승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필리핀 축구 대표팀이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1차전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 누가 승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필리핀 축구 대표팀이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1차전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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