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KBS 수신료 납부거부 나서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위-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연석회의에 참석해 "한국당은 언론 자유를 악용하고,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KBS를 저지하기 위해 수신료 강제징수를 금지함으로써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관련 법안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나경원 "KBS 수신료 납부거부 나서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위-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연석회의에 참석해 "한국당은 언론 자유를 악용하고,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KBS를 저지하기 위해 수신료 강제징수를 금지함으로써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관련 법안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언론의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생명과도 같다.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이러한 왜곡을 보여주고 편향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KBS에 대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언론의 자유를, 언론의 공정성을 뒤로한 채 언론의 자유를 악용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KBS의 이러한 헌법파괴를 저지하고, 또 국민들의 수신료를 거부하고, 또 수신료에 대해서 강제징수를 금지함으로써 이 부분에 대한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
 
4일 오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투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헌법파괴'란 표현까지 썼다. 이날 원내대책위와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나 대표는 그만큼 발언에 힘을 줬다. 정용기 정책위의장 역시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 길들이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땡문뉴스'와 북한 김정은을 미화하는 보도만 판을 치고 있다"고 거들었다. 정 의장의 말을 더 들어 보자.
 
"특히, 국가기간방송 KBS는 북한 김정은을 찬양하는 방송을 그대로 내보낸 것을 넘어서서, KBS 부사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들에게 전화 로비를 벌이는 행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KBS의 새해 첫날 보도는 김정은 소식으로 도배가 됐을 정도다. 그러면서 공익제보를 한 정권의 내부고발자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편파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진짜 그랬을까. 미안하지만, 지난 1일 지상파 3사와 JTBC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메시지가 담긴 신년사를 주요하게 다뤘다. 다만, KBS만이 메인 톱뉴스로 배치했을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KBS <뉴스9>는 3일 신재민 전 사무관과 김태우 사무관 관련 기사도 주요하게 배치했다. 특히 신 전 사무관에 관해서는 취재기자가 직접 나와 '기계적 균형'에 가까운 뉴스해석까지 내놨다.
 
자, 그러니까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대표가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며 주장한 '언론 공정성'과 '편향성'은 '내로남불'에 가까워 보인다. 시계를 조금만 돌려보면 자명해진다. 나경원 대표와 그 전신인 새누리당이 KBS와 공영방송에 대해 어떤 만행을 벌여 왔는지, 또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어떤 주장과 침묵을 내밀어 왔는지를 보면 말이다.
 
박근혜 정권 당시 KBS 수신료 강행하던 자유한국당
 
"새누리당이 오늘 오후 2시 미방위 회의를 단독 소집해 KBS 수신료를 인상하려다 이를 눈치 챈 우리 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날치기 기도가 무산됐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발생한 새누리당의 날치기 시도에 어안이 벙벙하다. 대체 새누리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최근 KBS 기자들 사이에서도 자사 방송이 공정성을 잃었다며 자아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이런 비판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 홍보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KBS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려 하는가."

 
위 글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나라 전체가 도탄에 빠졌던 지난 2014년 5월 7일,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 중 일부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KBS 수신료 인상에 사활을 걸던 때로부터 5년도 채 지나지 않은 셈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해 소위 '날치기 시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행태에 당시 KBS 내부에서 기자들은 "지금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 문제가 국민들 귀에 들어가기나 하겠냐"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KBS 뉴스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없다고도 지적한 바 있다(관련 기사 : KBS 막내기자들 "왜 KBS는 대통령 책임 묻지 않나").
 
또한 국민들은 기억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했던 사건을. 한국 언론방송사에 길이 남을 이 사건으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12월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새누리당이 '정권 홍보에 충실'하던 KBS의 수신료 인상을 획책하던 그때, 박근혜 정권의 인사가 KBS의 세월호 보도에 적극 개입했던 사건이 최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KBS 수신료 인상 시도를 강행했다. 1년이 지난 2015년 3월에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KBS 수신료 현실화가 이뤄져야 하고 수신료를 인상하게 된다면 국민들께서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며 수신료 인상 의지를 거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주의의 생명"과도 같다던 언론의 공정성, 박근혜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 등 문제에 대해 나경원 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어떤 행동과 말을 했었나. 나 대표는 지난 정권에서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적어도 나경원 대표가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 KBS의 세월호 보도 개입과 관련해 단 한마디라도 했다면, 그 진정성을 인정해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때는 뭘 하다가 이제 와서 "언론의 공정성", "공영방송의 편향성" 운운하는지 의문스럽다. 이런 걸 국민들은 '내로남불'이라 부르지 않았던가. 사실 나경원 대표가 공영방송의 편향성과 언론의 공정성과 관련해 보여준 '엄청난 활약'은 훨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 때의 일이다.
 
2008년엔 KBS 사태 두고 어떤 얘기를 했던가 돌아보니
 
"정연주 사장 본인의 부실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느닷없이 방송의 공정성·중립성 얘기를 하면서 '탄압' 얘기를 하는데, 부실한 경영에 대한 책임과 (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의 문제를 갖다 대비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정연주 사장이 KBS 사장으로서 적절하게 직무를 수행했느냐 안했느냐가 문제인데 마치 이것이 정치적인 언론탄압인 양 모양새를 만들어감으로써 정치적 논란거리로 삼는 것은 맞지 않다." - 2008년 8월 8일 불교방송 <유용화의 아침저널>에서 한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데일리안>에서 발췌

KBS 정연주 사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역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압박을 가하던 2008년 8월. 문방위 소속이던 나경원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참여정부 당시 임명된 정연주 사장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같은 달 검찰은 정연주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정연주 사장은 그해 9월 물러났다. 그리고 지난 2018년 11월, 영포빌딩 압수수색 결과로 MB 청와대가 2008년 KBS 사장 교체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나왔다고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18일 밤 '100분 토론'에 출연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지난 2008년 12월 18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 MBC

 
'불교방송' 발언 후 4개월이 지난 2008년 12월, MBC < 100분 토론 >에 출연한 나경원 의원은 MB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해 "방송장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어떤 절차로 장악했다는 것이냐"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당시 나 의원은 "KBS 사장의 경우 여러 잘못이 있어 해임됐고, 우리 사람 심으려 하지도 않고, 최초의 KBS사장이 임명됐다. 왜 방송장악이라고 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미디어오늘>은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두 사건에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2년 정 전 사장은 대법원에서 배임 혐의 무죄, 해임처분 취소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이 이 비판들을 새겨 들었더라면
 
"2008년 9월 8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YTN 낙하산 사장문제,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공격 등의 문제를 지적하자, 나경원 후보는 "야당(민주당)은 지난 시절처럼 계속 방송을 영향력 하에 두고 싶은 모양이지만 한나라당은 그럴 생각이 없다. 지금은 방송이 정상화되는 과정일 뿐"(2008년 9월 9일 <중앙일보>)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나 후보의 이 발언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를 했던 인사가 언론사 사장이 되는 것이 언론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이 해괴한 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권력감시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언론사 사장으로 오면 언론이 어떻게 권력을 감시할 수 있습니까?(중략) 당시의 '정상'이라는 의미가 무엇을 의미한 것이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2011년 10월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 의원에게 10가지 질의가 담긴 장문의 공개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언론노조는 "MB 정권이 들어서고 낙하산 사장과 MB 코드 사장이 보도와 제작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라며 "이 상황을 3년 전의 언급대로 '정상'이라고 보시는지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 그러니까 나 의원의 '언론관'은 지금도 되묻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언론노조의 10가지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언론노조는 질의서에서 이렇게 따졌다.
 
"나경원 후보는 2008년 12월 3일,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문방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으로 언론법 개정을 주도해, 2009년 7월 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언론법을 날치기 처리하는 데, 중심역할을 했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표결처리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거대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반대하는 언론계 대다수 의견을 무시하면서 언론악법을 강행처리 했습니다. 지금도 미디어법(언론악법)에 대한 판단은 유효하신가요?"

또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이던 2013년 2월, 참여연대 역시 MB 정부의 언론 장악 사건 등 언론 관련 주요 위법·실정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나경원 의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현 정부 초기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을 '위법' 해임하는 과정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유재천 KBS 이사 등 당시 여권의 주요 인사와 관련자들이 모여 KBS대책회의를 하는 등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드러냈음에도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었다."
 
자유한국당과 나경원에 '마녀사냥 중단하라' 성명 낸 PD연합회
 
"언론장악을 위한 권력의 시도는 아주 역사가 오래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방송과 전혀 관련 없는 신문사 출신 사장을 KBS 사장으로 낙하산 했다면 적어도 이명박 정부 때부터는 KBS 사장은 KBS 출신이 한다는 전통이라도 만들었다."
 
지난 2017년 7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나경원 의원은 위와 같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는 KBS 사장은 KBS 출신이 한다는 전통이라도 만들었다"는 이 말을 정연주 전 사장이, 양승동 사장을 비롯해 KBS 구성원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방송에서 나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서 "실질적으로 야당 할 때는 반대하고 여당 되면 수신료 인상하자고 한다"며 "정권을 가진 쪽이든 안 가진 쪽이든 이제는 좀 크게 국가의 미래를 같이 생각하고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치 새누리당 시절 자유한국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KBS 수신료 인상 요구의 심리적 배경이라 봐도 무방할 듯한 발언이다.
 
그랬던 나 의원이 이제는 수신료를 놓고 KBS를 압박하고, 김제동과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을 '종북'으로 모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나 의원의 '내로남불', 아니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행보는 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나경원 "KBS 수신료 납부거부 나서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위-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연석회의에 참석해 "한국당은 언론 자유를 악용하고,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KBS를 저지하기 위해 수신료 강제징수를 금지함으로써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관련 법안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나경원 "KBS 수신료 납부거부 나서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위-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연석회의에 참석해 "한국당은 언론 자유를 악용하고,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KBS를 저지하기 위해 수신료 강제징수를 금지함으로써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관련 법안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정권에 따라 잣대가 바뀌는 듯한 그의 언론관에 대한 의견은 지난달 20일 PD연합회가 발표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 중 일부를 아래에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부디 나경원 의원은 언론방송과 관련해 '공정성', '편향성'과 같은 단어의 뜻부터 다시 공부하시길 바란다.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시대착오적이며 파시스트 선동에 가깝다. '대한민국이 통째로 넘어가고 있다'는 나경원 대표의 발언은 지나친 과장이다. 오히려 공영방송에서 이러한 방송을 통해 체제 내로 흡수했기 때문에 김수근 단장의 인터뷰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경원 대표와 김병준 위원장은 KBS와 시청자 앞에 사과하길 바란다."
 
나경원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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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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