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부터 아랍에미리트(이하 UAE)에서 열리게 되는 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전망은 밝아 보인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대표팀은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6번의 친선 경기에서 3승 3무를 기록하며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축구 전문지 <폭스스포츠>에서는 27일(이하 한국 시각)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분석하면서 손흥민이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 이후 대표팀에 합류하는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피로 극복과 함께 대회에서 주인공이 된다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손흥민은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 FC에서 절정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2경기 연속 멀티 골을 포함하여 12월 한 달 동안 8경기에서 7득점 3도움을 기록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만 봐도 6득점 2도움이나 된다. 대표팀 주장으로 낙점된 손흥민의 활약은 대표팀에게도 반가운 소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24개국으로 확대된 아시안컵, 생소한 상대 방심은 금물
 
경기 보는 벤투 감독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벤투 감독이 벤치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8.11.17

▲ 경기 보는 벤투 감독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벤투 감독이 벤치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8.11.17 ⓒ 연합뉴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하긴 어렵다. U-23 대표팀이었지만 몇 달 전 인도네시아에서 열렸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도 대표팀은 선수들 체력 안배를 목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렸다가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패했다.

이 때문에 대표팀은 금메달은 커녕 토너먼트 진출까지 무산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올라가지 못한 탓에 대표팀은 토너먼트에서 다소 까다로운 상대들을 만났고, 힘겹게 결승까지 올라간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연장 혈투까지 벌이며 어느 때보다 더 소중하게 느꼈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아시안컵 초창기인 1회와 2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1960년 우승 이후 대한민국은 준우승만 4번을 차지했으며, 그 준우승도 1988년 3번째 준우승 이후 4번째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무려 27년이 걸렸다.

그러는 동안 아시안컵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19년 UAE 대회부터는 24개국으로 크게 늘어났다. 포트 1 배정이 6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조 추첨일 기준으로 FIFA 랭킹이 아시아에서 4번째(2018년 4월 12일 기준)였던 대한민국은 포트 1 배정을 받게 됐다.

지난 2015년 대회에서 개최국 호주와 같은 조에 배정되었던 대한민국은 이번에는 개최국인 UAE와 이란, 호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강팀들을 모두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중국, 키르기스스탄, 필리핀과 함께 C조에서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다.

C조의 상대들을 보면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압도적으로 높다. 필리핀은 1980년대 이후 A매치에서 상대한 적이 없으며, 키르기스스탄은 아예 A매치를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는 상대다(아시안 게임에서는 1-0 승리). 하지만 대한민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에게 졌던 사례도 있었던 만큼 안심할 수는 없다.

손흥민 없이 치러야 하는 조별리그 일정
 
 토트넘 손흥민이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본머스와의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토트넘 손흥민이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본머스와의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사실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대표팀의 주장이자 현재 선수단에서 가장 절정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손흥민의 합류 일정이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이하 KFA)와 토트넘이 대표팀 차출과 관련하여 사전에 협상을 해야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 자체에는 무리가 없었다. 월드컵 기간에는 세계의 모든 프로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손흥민은 EPL 일정이 끝난 뒤 대표팀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

문제는 아시안 게임과 아시안컵 일정이었다. FIFA가 지정한 A매치 데이에는 프로리그 일정이 없지만, 아시안 게임과 아시안컵은 FIFA가 주관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일정과는 별개다.

당시 손흥민은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병역 문제 해결 및 지속적인 해외 프로리그 활약을 위해 아시안 게임에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참가했다. EPL 일정을 최대한 소화한 뒤에 대표팀에 합류했던 손흥민은 이 여파로 아시안 게임에서 1차전은 결장했고, 2차전도 경기 후반에 교체 투입됐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병역 대체복무가 확정된 손흥민은 아시안컵 대회 중간에 합류할 예정이다. 손흥민은 1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EPL 경기 일정까지 마친 뒤 UAE로 이동하여 대표팀에 합류한다.

빠르면 1월 15일에 합류가 가능하지만, 8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탄 바로 다음 날에 열리는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 출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시차 적응 문제와 함께, 리그 일정을 치르자마자 대표팀에 합류하는 만큼 다음 경기까지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 사실상 손흥민은 16강전부터나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만큼 조별리그 1위는 안정적인 일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날 경우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애써 합류한 손흥민을 써보지도 못하고 짐을 싸는 상황이 벌어진다. 손흥민이 합류하기 전까지 조별리그 일정에서는 부주장 김영권의 역할이 크게 중요해졌다.

손흥민의 일정 문제는 벤투 감독이 부임하기 전에 이미 합의가 끝났다. 역시 EPL에서 활약하는 기성용의 경우 당초 소속 팀인 뉴캐슬이 손흥민의 경우처럼 합류 일정을 늦춰줄 것을 요청하긴 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 있었던 요청이었고, 기성용 본인의 의사도 반영되면서 아시안컵 일정에 정상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란과의 질긴 아시안컵 악연,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요소

대한민국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일단 1위로 진출해야 16강전에서 포트 1에 배정된 개최국이나 상위권 국가들을 일찍 만나지 않는다. 아시안 게임에서도 16강전에서 이란,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만나 특히 8강전에서 고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조 1위가 우승의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비록 16강전에서 손흥민이 합류하더라도 토너먼트부터는 아시안컵에서 그 동안 대한민국 대표팀을 괴롭혔던 강호들을 상대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과 질긴 악연으로 묶였던 이란과 16강전에서는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과 이란이 각각 C조와 D조 1위에 성공한다면 서로 결승전까지 만나지 않게 된다. 대한민국과 이란은 아시안컵에서 만날 때마다 8강전에서 혈투를 펼쳤고, 서로를 이기더라도 혈투의 여파로 인해 다음 경기에서 탈락하고 결승에 올라가지 못하는 질긴 악연이 무려 5회 대회 연속으로 이어진 관계다.

그런 점에서 2015년 대회는 상당히 아쉬웠다. 이란이 이라크에게 밀려 탈락하고 대한민국은 이란을 만나지 않은 채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이 때는 주요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며 부상을 입었고, 최상의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조별리그에서 이겼던 개최국 호주와의 리턴 매치에서 연장 혈투 끝에 패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상위권 팀들을 토너먼트에서 빨리 만나게 될 경우 토너먼트 초반부터 혈투를 펼치고, 그 여파로 다음 라운드에서 더 힘든 경기를 펼쳐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토너먼트는 한 경기를 지면 바로 탈락하기 때문에 더 큰 중압감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때문에 보다 완벽한 우승을 위해서는 조별리그에서 보다 꼼꼼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까지의 3가지 요소가 이번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경계하고 극복해야 할 요소들이다. 조별리그에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방심하지 않고 반드시 2승을 거둬 16강 진출을 확정짓고, 3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안정적인 리드를 잡아 시차 적응을 해야하는 손흥민에게 토너먼트를 준비할 여유를 줘야 한다.

일단 AFC 클럽에서 활약하는 대표팀 선수들은 UAE로 출국하여 아시안컵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1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을 치른 뒤 대회에 들어가는 대표팀이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59년 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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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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