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에서는 대형 트레이드 소식이 들려왔다.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챔피언이자 월드 시리즈 준우승 팀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팀 전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여러 선수 정리를 한 번에 단행한 것이다.

다저스는 지난 22일(이하 한국 시각) 베테랑 외야수 맷 켐프와 예비 FA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 역시 예비 FA인 왼손 선발투수 알렉스 우드 그리고 포수 자원 카일 파머까지 도합 4명의 선수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했다. 다저스가 레즈로부터 받아온 선수들은 선발투수 호머 베일리, 마이너리그 투수 조시아 그레이(2018 드래프트 2R) 그리고 내야수 자원 지터 다운스(2017 드래프트 1R)까지 3명이다.

이적한 선수 자원들의 프로필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균형이 맞지 않는 거래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거래에는 밸런스 격차를 맞추기 위해 다저스가 레즈로 보낸 선수들의 연봉들 중 700만 달러(한화 약 80억 원)를 보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켐프와 푸이그 그리고 우드는 모두 2019년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기 때문에 연봉 보조에 대한 부담은 적다.

켐프의 2019년 연봉 2175만 달러 중 250만 달러는 켐프가 거쳐갔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350만 달러는 다저스에서 부담한다. 푸이그와 우드는 2019년이 연봉 조정 자격 3년차로 아직 2019년 연봉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이들의 계약 내용 중 350만 달러를 다저스에서 부담하게 됐다.

팀 연봉 줄이기, 호평 받는 다저스의 트레이드

다저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레즈에게 연봉 700만 달러를 보조해줬지만, 그래도 이 트레이드는 뭔가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 전력 보강이 절실한 레즈는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대거 확보했지만,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1승 14패 투수 1명과 마이너리그 선수 2명을 받아온 것에 더해 연봉까지 보조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의 지역 언론들을 비롯하여 대부분은 이 트레이드에 대해 다저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LA 타임스 >는 "다저스가 연봉 절감을 통해 FA 시장에서 브라이스 하퍼나 A.J. 폴락 등을 영입할 자금을 확보했다"는 평을 내렸다. 굳이 FA 선수가 아니더라도 트레이드로 다른 선수를 영입할 자리를 만든 거래였다는 것.

일단 다저스가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한 배경은 포지션이 중복되는 고액 연봉 잉여 선수들을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재까지 다저스 로스터를 기준으로 2019년 예상 연봉은 1억 8600만 달러로 2019년의 메이저리그 사치세 기준은 2억 600만 달러다. 기준 연봉을 초과하는 팀은 연말에 벌금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6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달성하고 있는데, 서부지구 우승을 지키는 6년 중 2017년까지 5년 연속으로 사치세를 내야 했다. 사치세를 처음 낼 때에는 초과되는 금액의 20%를 세율로 내지만, 2년 연속 초과일 때는 30%, 3년 연속 그 이상을 초과하면 50%를 세율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지난 겨울에도 브랜든 맥카시(은퇴), 아드리안 곤잘레스(방출 상태), 스캇 카즈미어(방출 상태) 등을 한꺼번에 트레이드하며 2018년 팀 연봉을 사치세 기준 이하로 줄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겨울에도 다저스는 팀 연봉을 계속해서 줄이고 있다.

푸이그 타격 교정해 준 워드 코치, 레즈에서 재회

이렇게 류현진과 정이 들었던 켐프와 푸이그 그리고 우드는 다저스를 떠나게 됐다. 켐프는 류현진이 처음 다저스에 왔을 때 팀 동료였던 선수다. 이후 켐프는 파드리스로 트레이드 됐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갔다가 다시 다저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FA 자격까지 1년을 남기고 그는 또 다저스를 떠나게 됐다.

푸이그는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성한 첫 해, 6월까지 다저스의 팀 성적이 서부지구 최하위를 밑돌고 있을 때 마이너리그에서 승격돼 폭발적인 퍼포먼스로 팀을 상승세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후안 유리베(은퇴)와 류현진까지 3명이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함께 장난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기도 했다.

푸이그가 다저스의 주전 외야수가 된 뒤 그 자리를 지키는 과정은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타격 부진으로 인하여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기도 했던 푸이그는 다저스의 타격코치였던 터너 워드의 지도를 받아 타격감을 회복했다.

2016년 다저스 타격코치로 부임한 워드의 지도를 받은 푸이그는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51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푸이그는 타격 자세에서 발사 각도를 높이면서 땅볼보다 뜬공의 비율을 늘렸다.

워드 코치가 다저스를 맡는 동안 푸이그뿐만 아니라 다저스 팀 선수들의 타격 성적도 많이 향상됐다. 다저스의 팀 홈런과 장타율은 갈수록 좋아져서 2018년에는 팀 홈런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워드 코치 부인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워드 코치는 집이 있는 앨라배마 주와 가까운 연고지 신시내티의 레즈로 옮기게 됐다. 워드 코치가 레즈와 3년 계약한 이후 한 달 만에 두 사람은 다시 한 팀에서 만나게 됐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가 내셔널리그에서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유명한 만큼 푸이그에게도 타격 성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발 기회 잃었던 우드, 기회 보장된 긍정적 트레이드

이번에 같이 팀을 옮긴 왼손 선발투수 우드에게도 이번 트레이드는 긍정적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브레이브스 출신으로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로 온 우드는 당시 류현진이 어깨 수술로 시즌을 통째로 쉬게 되면서 선발 기회를 무난하게 얻었다.

그러나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적으로 복귀한 2017년부터 우드는 불안정했다. 일본인 오른손 투수 마에다 겐타가 그랬듯이 우드 역시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선발 로테이션을 항상 지키기 힘든 상황이 됐다.

2018년만 해도 우드는 9월까지 큰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9월에 들어와서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던 다른 선수들이 하나 둘 복귀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우드와 마에다는 둘 다 포스트 시즌까지 불펜으로 고정 출전하는 상황이 됐다.

다저스는 이번 겨울 FA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옵트 아웃'을 행사하려던 클레이튼 커쇼의 잔여 계약을 2년에서 3년으로 수정하여 계약을 마쳤다. FA 자격을 처음으로 얻을 예정이었던 류현진에게도 퀄리파잉 오퍼를 신청해 붙잡는 데 성공했다. 퀄리파잉 오퍼 관련 규정에 의해 류현진은 2019년 6월 중순까지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다저스는 베테랑 투수 리치 힐에다가 어깨 수술에서 회복한 젊은 투수 훌리오 유리아스까지 왼손 선발투수 자원만 4명이다. 젊은 오른손 투수 워커 뷸러와 장기 계약한 마에다에게 선발 기회를 줘야하고, 올스타 게임에 출전한 로스 스트리플링(우)까지도 선발 경쟁을 펼쳐야 한다.

2019년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우드에게 있어서 보다 많은 선발 등판 기회는 더 없이 중요한 요소였다. 때문에 이번 트레이드는 우드에게 있어서 고정적인 선발 등판 기회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 레즈는 13일 태너 로아크 트레이드에 이어 우드까지 영입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대폭 보강하게 됐다.

추가 트레이드 예상되는 다저스, 류현진 입지 당장은 변동 없어

다저스의 거래는 여기서 끝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야스마니 그란달이 FA 자격을 얻은 가운데 그를 붙잡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트레이드 시장에서 포수 J. T. 리얼무토나 선발투수 코리 클루버 또는 트레버 바우어 영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FA 외야수 하퍼나 폴락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다저스다.

이들 트레이드에는 레즈에서 데려온 마이너리그 자원들을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투수 베일리(20경기 1승 14패 평균 자책점 6.09)는 이번 트레이드에서 마이너리그 자원들과 함께 끼워팔기로 온 경우다.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베일리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때문에 다저스는 2019년 연봉과 바이아웃을 부담하고서라도 베일리를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베일리는 2019년 연봉 2300만 달러를 받을 예정이며, 계약이 만료된 뒤에는 옵션 또는 바이아웃 5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이 금액과 다저스가 레즈에게 준 700만 달러를 포함해도 3500만 달러인데, 켐프의 연봉과 연봉 조정이 예상되는 푸이그와 우드에게 쓰는 금액보다는 적다.

전반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는 류현진에게는 당장 입지 변동은 없다. 다만 1년 뒤 다저스가 류현진을 계속 붙잡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FA 시장에는 류현진과 힐 이외에도 게릿 콜(우), 크리스 세일(좌) 등 특급 투수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들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저스가 2019년만 바라보고 전력을 보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드래프트 1라운드 선수와 2라운드 선수를 데려온 만큼 트레이드 카드 활용 가능성도 크고 트레이드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미래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장기적 플랜을 갖고 있는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다음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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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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