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또다시 단신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3시즌 간 KCC는 안드레 에밋(36·191cm)으로 인해 머리가 아팠다.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만큼은 남부럽지 않았지만 지나친 개인 플레이로 인해 정작 팀 승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시즌 알고도 못 막는 득점 능력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득보다 실이 많았던 케이스로 꼽힌다.

내 외곽을 두루 겸비했던 에밋은 뛰어난 드리블 능력을 바탕으로 파워풀하면서 유연성까지 갖춰 수비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시로 더블팀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지라 상대적으로 빈 공간도 많이 생겨났다. 그동안 국내 리그에서 큰 존재감을 뽐냈던 외국인 선수 같은 경우 그런 상황에서 동료를 봐주는 패스로 허를 찌르는 등의 플레이로 상대팀에 이중고를 안겼다. 듬직한 에이스 한명의 존재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밋은 첫 시즌 챔피언결정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상대팀에서 에밋에 대한 수비를 단단히 들고 나왔음에도 억지로 밀어붙이다 실책을 범하거나 공격을 실패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경우 패싱플레이를 펼치면서 돌아갈 필요가 있지만 에밋은 고집스럽게 개인공격을 시도했고 결과는 실패였다. 이 같은 성향은 플레이 스타일이 상당 부분 분석된 2, 3년차 시즌에도 지속되며 KCC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KCC팬들은 팀 플레이를 병행할 수 있는 단신 외국인선수를 원했다. 기존 에밋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구단에서도 이를 어느 정도 의식했을까. KCC에 새로이 합류한 마퀴스 티그(25·185.4cm)는 정통파 포인트가드였다. NBA에서 활약 중인 제프 티그의 동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그는 젊은 나이, 패스 기술자라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가 컸다.
 
 장기인 패스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좀더 적극적인 공격이 필요한 티그다.

장기인 패스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좀더 적극적인 공격이 필요한 티그다. ⓒ 전주 KCC

 
지나친 이타성, 적극성 길러야 팀도 살고 본인도 산다
 
결과적으로 티그는 기대했던 것 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던 타팀 단신 외국인 선수들이 펄펄 날아다니며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가운데 티그의 공헌도는 갈수록 다운되고 있다는 혹평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익히 잘 알려져 있다시피 티그는 패스 마스터다. 코트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은 지라 유연한 돌파로 수비진의 눈을 자신 쪽으로 쏠리게 한 후 양사이드에 위치한 동료에게 볼을 잘 빼준다. 거기에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골밑으로 찔러주는 킬 패스는 물론 픽앤롤 플레이, 컷인패스 등 패스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나무랄 데가 없다. 동료의 방향과 움직이는 속도까지 맞춰 편하게 패스를 넘겨준다.

문제는 티그가 지나치게 패스 위주로만 경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이타적으로 패스만 넘겨주는 지라 상대팀에서 수비 부담이 적어진다. 공격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패스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티그는 어느 정도 패턴이 드러나 버린 상태고 그로 인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티그는 타팀 단신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 스피드나 힘에서 경쟁력이 높지 않다. 외곽 슛 타이밍도 빠른 편이 아닐 뿐더러 성공률마저 미진하다. 수비에서도 약점을 드러내며 같은 외국인선수는 물론 국내 가드조차 놓치기 일쑤다. 이런 식이면 외국인선수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패스감각이 좋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바람 나는 플레이가 나오기 쉽지 않다.

외곽슛이 좋지 않은 KCC의 팀 사정상 특유의 킥아웃패스도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일단 내외곽에서 자신의 마크맨 정도는 흔들어줘야 수비진도 분산되며 제대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는 지적이다.

일단 티그는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할 필요가 있다. 공격, 패스가 모두 마크맨의 머릿속에 심어져야 상대 수비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티그는 스피드, 힘에서 상대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빼어난 드리블을 바탕으로 한 유연한 플레이가 강점이다.

패스를 주는 척하다가 수비진을 속이고 생긴 공간을 활용해 드라이브인을 하거나 훼이크를 주며 던지는 스탭백 미들슛은 충분히 위력적이다. 유로스탭으로 빡빡한 공간도 잘 파고든다. 현재의 부진을 탈출하려면 이러한 자신의 장점을 전면에 내세워 상대팀에게 자꾸 수비부담을 줘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는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티그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스탭을 통해 수비수를 제치는 기술이 좋은 지라, 위력적인 속공수 역할이 가능하다. 슛보다는 돌파 역할을 통해 공격에 나설 때 위력적이다. KGC인삼공사전에서도 승부가 어느 정도 기운 막판, 대놓고 상대 수비진을 제치고 연달아 공격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신바람이 난 티그는 무섭다. 전자랜드전 2쿼터에서 드라이브인을 시도하는 김낙현의 슛을 블록슛하고 곧바로 다음 공격에서 수비진 사이를 뚫고 골밑슛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쿼터 종료 0.8초를 남긴 상황에서 골밑슛으로 버저비터성 공격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정면 미들슛도 좋은 편인 지라 찬스가 나면 적극적으로 던질 필요가 있다.

장신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33·193.9cm)보다 출장시간이 적은 만큼 체력관리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수비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이기적인 에밋에게 이타적 플레이가 필요했다면, 이타적인 티그는 좀 더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팀도 살고 본인도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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