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때문에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는 것이 축구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감독은 기뻤지만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드러내지 않고 그 감정을 꾹꾹 눌러담았다.

경기 도중 박항서 감독은 중요한 순간이 스칠 때마다 양손을 아래로 향해 내리누르는 자세를 취하며 선수들에게 냉정함을 주문했다.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명장의 품격, 바로 그것이었다.
 
경기 지켜보는 박항서 감독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가운데)이 이영진 코치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경기 지켜보는 박항서 감독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가운데)이 이영진 코치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지켜보는 박항서 감독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경기 지켜보는 박항서 감독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후 9시 30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마이딘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AFF(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결승 2차전 말레이시아와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둬 두 경기 합산 점수 3-2로 10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응유엔 아인득의 명품 발리슛 적중

나흘 전 쿠알라룸푸르 어웨이 게임(결승 1차전)에서 귀중한 2-2 결과를 만들고 돌아온 베트남 선수들은 2차전 시작 후 6분만에 천금의 결승골을 만들어내며 최고의 자리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왼쪽 측면에서 응유엔 꽝 하이의 크로스가 올라온 것을 기다린 베트남 최고의 골잡이 응유엔 아인득이 말레이시아 수비수 샤즈완 안딕을 떨쳐내며 왼발 발리슛을 시원하게 꽂아넣었다. 골키퍼 마를리아스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막아내려고 했지만 아인득의 왼 발등에 제대로 맞은 공은 그의 장갑을 스치며 골문 안에 떨어진 것이다.

예상보다 일찍 터진 골은 베트남 선수들에게 위험한 신호가 되기도 했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으로부터 4장의 노란 딱지를 받으며 위축된 경기를 자초한 것이다.
 
첫 골 환호하는 베트남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응우옌 안둑(11)이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첫 골 환호하는 베트남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응우옌 안둑(11)이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골키퍼 당반럼(9분)부터 응유엔 후이흥(29분)까지 네 장의 경고 카드가 겨우 20분만에 발급됐으니 이대로 두었다가는 퇴장 명령도 시간 문제로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박항서 감독은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쓸 수밖에 없었다. 

사파위 라시드와 수마레의 날개 공격이 날카로운 말레이시아도 1골이 아쉬웠기 때문에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베트남 선수들이 정신을 놓을 경우 휘말릴 수 있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처방전
 
하노이 미딘경기장 휘날리는 태극기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팬들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 하노이 미딘경기장 휘날리는 태극기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팬들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 점수 그대로 시작한 후반전에는 말레이시아의 측면 공격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특히, 사파위 라시드가 왼쪽 오른쪽 가리지 않고 베트남 수비수들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베트남의 왼쪽 윙백 도안 반 하우가 53분에 경고를 받은 것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박항서 감독은 71분에 선수 교체 결단을 내렸다. 측면 미드필더 판반득을 빼고 응유엔 퐁홍주이를 들여보낸 것이다. 도안 반 하우와 함께 말레이시아의 오른쪽 날개 공격을 차단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아울러 그 쪽에서 역습 흐름도 펼칠 것을 주문했다. 

말레이시아의 후반전은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공격 앞으로'였다. 76분 샤피크 아마드가 교체로 들어간 것부터 85분 샤렐 피크리까지 풀백 자원을 모두 빼고 공격수들을 계속 충원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의 지시에 따라 측면 수비에 무게를 둔 베트남의 대응 전술을 뛰어넘지 못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말레이시아 센터백 샤룰 사드가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받아 퇴장당하고는 종료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마이딘 국립경기장의 붉은 응원 물결은 이미 휴대 전화 불빛으로 우승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금성홍기는 물론 태극기까지 펄럭이고 있었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한 2018년 베트남 축구 드라마는 이렇게 멋지게 마무리됐다. 연초 23세 이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시작하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이루더니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AFF 스즈키컵 우승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쓴 것이다.

감독을 믿고 따르면 축구를 통해 더 놀라운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베트남 선수들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각인시킨 셈이다.
 
 15일 오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이 열린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 밖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박항서 감독 모형피켓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15일 오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이 열린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 밖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박항서 감독 모형피켓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5일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상대로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펼치는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 앞에서 박 감독 머리 모양을 하고 안경을 쓴 현지 청년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5일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상대로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펼치는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 앞에서 박 감독 머리 모양을 하고 안경을 쓴 현지 청년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항서 깃발 흔들며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응우옌 안둑(11)이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박항서 깃발 흔들며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응우옌 안둑(11)이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 결과
(15일 오후 9시 30분, 마이딘 국립경기장,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 1-0 말레이시아 [득점 : 응유엔 아인득(6분,도움-응유엔 꽝 하이)]
- 1, 2차전 합산 점수 3-2로 베트남 우승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베트남 42%, 말레이시아 58%
유효 슛 : 베트남 3개, 말레이시아 5개
슛 : 베트남 9개, 말레이시아 9개
코너킥 : 베트남 1개, 말레이시아 8개
프리킥 : 베트남 17개, 말레이시아 11개
패스 성공률 : 베트남 68.1%, 말레이시아 71.8%
오프 사이드 : 베트남 2개, 말레이시아 0개
파울 : 베트남 12개, 말레이시아 19개
경고 : 베트남 6장, 말레이시아 4장
퇴장 : 베트남 0장, 말레이시아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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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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