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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 기둥에 끼워져 있는 저 종잇조각의 정체는 무엇일까?

틈도 없는 사이에 억지로 구겨서 끼워놓은 듯한 이것은 바로 주차 경고장이었다. 불법 주정차를 한데다가 모퉁이 주차로 입주민들의 불편을 주는 차량 앞 유리에 놓인 경고장을 받고 '화풀이'로 벽면 기둥에 끼우고 간 것이었다. 경비아저씨들이 밤새 순찰을 하다 고심하며 놓고 간 그 협조문을 보고 왜 미안한 마음부터 들지는 않았을까?

오늘도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경고장'을 받은 차들이 눈에 띈다. 이중 주차를 하면서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는 얌체 차량은 이젠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필이면 주행로 끝 휘어진 모퉁이에 주차해서 회전하는 차량의 이동을 막는 경우는 최악이다. 설령 기어를 중립(N)에 놓았다 해도, 대형차량이라면 남자들도 밀기 힘들다. 하물며 여성들은 오죽할까.

주차위반 차량에 붙여놓은 협조문을 가만히 읽어보니, 경고하는 내용이기보다는 최대한 부탁하는 어조다. 문장 하나하나에는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중(이면) 주차로 이웃에게 많은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이웃 차량을 위해 아침 7시 이전에 꼭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주시고,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주차를 해서는 안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협조하여 주십시오. 여성 운전자들은 차량을 밀 수도 없습니다. SUV, 승용대형차 등은 남자분도 밀기 힘듭니다. 이점 이해하시고 협조 부탁드립니다"

경비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예전에는 스티커를 부착했는데 당장 떼어내라며 '멱살잡이'까지 당하는 등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져 협조문으로 바꿨단다. 그나마 이것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붙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심하게 피해를 주는 주차 행태가 워낙 많다 보니 모른 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이 협조문까지도 기둥 틈에 억지로 구겨서 끼워놓고 가니, 이것 수거하는 일도 만만치 않단다.

"입주민 누구나 똑같은 크기의 주차장에 공평하게 주차를 해야 합니다. 근데 차가 엄청나게 늘어나니 주차 시비는 더욱 끊이질 않아요. 아파트는 내 돈을 주고 얻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의 공간이라는 것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들이야 어차피 이게 일이니까 협조문 같은 것은 끼워놓고 가셔도 상관없습니다만, 혼자 편하겠다고 마구잡이로 주차하면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힘들어집니다."

이 추운 날씨에 외투도 없이 기둥에 끼워진 협조문을 수거하는 경비아저씨의 푸념이 귓전에 맴돈다.


태그:#모이, #주차, #경고장, #협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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