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에 열렸던 2018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외야수 부문 수상자 이정후(히어로즈)는 참석하지 않았다. 자신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지만, 그래서 시상식에 불참한 것은 아니었다.

시상식 당일에 히어로즈 소속 선수인 김하성과 이정후는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로 인해 예술체육요원 대체 복무를 수행하기 위해 4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훈련 중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이정후는 13일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한 뒤 소식을 알게 되었고,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서 뒤늦게 소감을 밝혔다.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투표해준 기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는 보다 인정받고 떳떳한 선수가 될 것을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복귀전에 나서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후는 어깨 부상으로 한 달간 쉬었다. 2018.7.19

히어로즈 이정후 ⓒ 연합뉴스

 
비율 스탯은 좋은데... 부상으로 표본 적었던 이정후의 성적

물론 이정후의 성적이 훌륭한 요소들이 있기는 했다. 타율 0.355로 리그 3위에 올랐고, 출루율에서도 0.412로 리그 6위에 오르며 히어로즈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아시안 게임에서도 대표팀에서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며 병역 문제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좋았던 것은 비율 스탯뿐이었다. 이정후의 높은 타율과 출루율이 나올 수 있었던 표본 경기 기록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많이 적은 편이었다. 이정후의 이번 수상에 있어서 논란이 나올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사실 이정후의 2018년은 부상으로 시작해서 부상으로 끝난 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44경기를 모두 출전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던 2017년이 끝난 뒤 이정후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던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덤벨 기구에 손가락을 다쳤다.

오프 시즌부터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이정후는 2018년 스프링 캠프부터 정상적인 팀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국내에 잔류하며 재활에 집중한 결과 이정후가 개막전에 출전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부상 여파로 시범경기에서의 페이스는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시즌이 개막한 직후 도루를 시도하다 손가락을 다치며 데뷔전부터 이어졌던 152경기 연속 출전 기록이 중단됐다. 5월에는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이 던진 공에 맞아 종아리 근섬유 미세손상으로 5월 14일부터 29일까지 1군에서 빠졌다.

6월에는 무사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날린 뒤 3루까지 뛰다가 오버런으로 아웃되는 과정에서 어깨 관절와순이 파열됐다. 이 때문에 6월 20일부터 7월 18일까지 또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며 전반기의 상당한 시간을 날렸다.

부상으로 정규 시즌 109경기 출전에 그쳤던 이정후는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말 1사 상황에서 무리한 수비를 하다가 왼쪽 어깨 부상이 재발했다. 결국 이정후는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으면서 준플레이오프 남은 경기와 플레이오프 모든 경기를 뛰지 못했다.

11월에 수술을 받은 여파로 4주 동안의 기초군사훈련에서는 사격 훈련을 열외자 교육으로 대체해야 했다. 대체 교육으로라도 군사훈련은 정상적으로 수료했다고 쳐도, 부상 재활로 인하여 2시즌 연속 스프링 캠프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내년 전반기도 올해처럼 상당한 시간 자리를 비워야 한다.

물론 이정후의 타율은 골든글러브 외야수 후보들 중에서 2위(1위 김현수 0.362)였고, 출루율은 3위였다. 김현수(LG 트윈스)의 경우 정규 시즌 막판에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이 부분에서 득표가 이정후에게 밀려 124표로 4위에 그쳤다. 한동민(SK 와이번스)과 제러드 호잉(한화 이글스)은 102표로 공동5위였다.

이정후가 비율 스탯은 좋았지만, 부상으로 경기 표본이 적었기 때문에 안타에서는 163안타로 후보들 중 8위에 그쳤다. 홈런이 6개로 뒤에서 4번째였던 것은 출루에 집중해야 하는 리드오프의 역할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안타로 많은 출루를 이뤄내는 이정후의 타격 스타일로 봤을 때 163안타면 이정후 본인도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수비에서 개선할 점 많은 이정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 많다

비율 스탯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요소를 통해 이정후가 타격 실력에 있어서는 리그에서 상당히 준수하다는 점은 이미 검증을 끝냈다. 비록 아시안 게임 엔트리에 처음부터 합류하진 못했지만, 이 점 때문에 대체 선수로라도 합류하여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국가대표 외야수 한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문제는 수비에 있어서 아직 좀 더 성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 시즌 이정후의 수비율은 0.976으로 골든글러브 외야수들 중에서 꼴찌였다. 실책에 있어서는 5개로 이용규(한화 이글스)보다 1개 적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하 WAR)에 있어서도 이정후는 4.0을 넘지 못하며 올 시즌 리그 타자들 중에서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올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한 외야수들 중에서는 40홈런과 100타점을 넘긴 외야수가 2명(한동민, 멜 로하스 주니어)이나 있었을 정도다.

이러한 점을 이정후 본인도 알고 있었다. 물론 평소에 언론 인터뷰 등 모습에서 인품이 좋은 편이긴 했지만, 이정후 본인도 자신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SNS를 통해 부끄러웠음을 고백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드러났듯이 이정후는 야구에 있어서는 그 능력이 또래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상당히 앞서있는 선수다. 또한 1998년 생으로 나이도 아직 젊다. 만 20세 생일 선물로 금메달을 획득한 덕분에 병역 때문에 서비스 타임이 지체될 요소도 사라졌다.
 
아빠와 아들, 둘 다 AG 금메달 1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 이정후와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주루코치가 금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아빠와 아들, 둘 다 AG 금메달 지난 9월 1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 이정후와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주루코치가 금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상이라는 위험 요소만 없다면 아버지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과 같이 한국 야구 역사에 이름을 굵직하게 새겨넣을 수도 있을 선수다. 아직까지는 좀 더 성장하여 야구 팬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다만 그러한 점에서는 프로 2년차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나이에 어깨에 부상을 입었다는 점은 추후 외야수로서 수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몸 관리 노하우를 쌓아 둘 필요가 있다.

이정후의 이번 골든글러브 수상은 신인상을 거쳐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에 대한 상이기도 하지만, 좀 더 큰 선수가 되라는 의미의 채찍일 수도 있다. 야구 기량에 있어서 보다 성숙해질 계기를 맞이한 이정후가 다음 시즌 또 어떠한 모습에서 큰 성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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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골든글러브수상 히어로즈 이정후수상논란 이정후성적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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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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