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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받고 있다.
▲ 취임 축하 난 받은 나경원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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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고민하겠다."
"아직 당내 의견 수렴도 하지 못했다."
"차차 말씀드리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나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의장 방문을 시작으로 각 당의 대표 및 원내대표를 예방해 이야기를 나눴으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뾰족한 수를 내놓지는 못했다.

국회는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선거제도 개편, 12월 임시국회 개원, 유치원 3법, 공공기관 채용비리‧고용세습 국정조사 등을 두고 공회전 중이다. 특히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7일째 단식 중이다.

[오전 11시] "국회 엄중한 상황...  희망을 만들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예방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국회의장 예방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예방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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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장 집무실을 방문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났다. 문희상 의장은 "취임일성이 너무 좋더라"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내는 정치가 내가 정치하면서 이상으로 품은 꿈인데, 그 말을 일성으로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평했다. 문 의장은 "역지사지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또 반대할 건 철저하게 안 된다고 얘기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삼가면서 대안을 제시해달라"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의장 말씀대로 국회가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국회가 정말 어려운 현안 많지 않나. 정말 실타래처럼 엉킨 걸 풀고, 막힌 곳도 뚫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의장께서 많이 도와달라"라고 당부했다.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나온 그는 임시국회 관련 논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의장께서 임시국회 일정이 좀 필요하지 않느냐고 하셨고, 저는 당내 의견수렴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조금 더 고민하고 검토할 사안이라는 정도로 말씀드렸다"라고 답했다.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했는데, 아직 어떤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졌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는 정도로 갈음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오전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선거제도는 권력구조하고 굉장히 관련이 되는 제도"라면서 "권력구조하고 같이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의원정수 확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라며 "국민정서가 과연 공감해주실 수 있는지 전체적으로 저는 조금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오후 1시 40분] "여야 합의만 하면 남자가 애 낳는 것 빼고 다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홍영표-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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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가 다음으로 찾은 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여야 관계라는 게 항상 쉽진 않지만, 민생을 편안하게 하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위해서 항상 대화하고 타협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앞으로 나경원 의원께서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여당과 함께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생산적인 국회 운영 위해서 큰 역할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잘 모시겠다"라고 환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초선 당시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만 하면 남자가 아기 낳는 것 빼고 다할 수 있다고 선배가 그러더라"라며 "여야가 합의만 하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와 타협하겠다는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씀에 굉장히 공감한다"라고 화답했다. 또한 "어려운 현안,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국민만 보고, 긴급한 현안을 조금씩 해결해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서 "아직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라며 논의가 더 진척되지 못했음을 토로했다.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깊은 이야기는 안 했고, 대략적으로 이제까지 논의된 부분을 나눈 정도"라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는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생산적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 2시 30분] "선거제도 개편, 전체적으로 하모니 이루도록 해야..."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인사차 방문해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나경원-김관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인사차 방문해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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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김관영 원내대표의 손을 잡았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현재 단식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국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듬성듬성 수염이 자란 김관영 원내대표의 얼굴을 보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진짜 고생하시는데, 저희가 잘 다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내가 원래 괜찮은 얼굴인데, 지금은 몰골이 말이 아니죠?"라며 웃어보였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께서는 근시안적인 눈앞의 당리당략보다 대한민국 정치를 더 크게 생각하신다고 본다"라며 "정치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항상 그려 오신,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라고 평했다. 이어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선거제도 개혁은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손학규 대표의 단식농성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며 "이 문제가 제일 큰 현안이라고 생각하고, 과연 이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선거제도라는 게 결국 대한민국 정치가 어느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인지 정치개혁의 큰 그림과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라며 "선거구제 개편은 크게 보면 권력구조와도 관련이 있고, 어떤 제도를 바꿔나갈 때는 이 제도 전체가 하모니를 이루도록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논의할 시간을 달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대화를 마친 나경원 원내대표는 단식 중인 손학규 대표를 만나기 위해 김관영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 로텐더홀로 향했다.

[오후 3시] "의원총회 열어서 논의할테니 단식 풀어달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인사하고 있다.
▲ 손학규 농성장 찾은 나경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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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든 취재진이 국회 로텐더홀을 가득 메웠다. 손학규 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세긴 세네.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왔어"라며 터지는 플래시 세례를 향해 웃어보였다. 손학규 대표는 "건강은 괜찮은데 언제 어떻게 악화가 될지 모른다"라며 "악화되기 전에 나경원 원내대표께서 다 풀어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손학규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한다고 해서 실제 몇 석이나 더 얻겠나? 실제로 더 얻을지, 못 얻을지도 모른다"라며 "다만 민주주의를 위해 일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국회가 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현 정당의 지역주의를 비판하며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내 정치의 현재 마지막 모토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한 의회권능의 강화와 민주주의의 발전'이다"라고 역설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제가 꼭 풀어드려야 할 텐데"라면서도 "저희가 사실은 선거제도에 대해 당 내에서 한 번도 논의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건 우리 당 의원총회를 열어서 당내 의견을 수렴해 당론부터 결정하는 것"이라며 "그게 빠른 길"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를 시작할 테니 일단 단식을 풀어달라고 부탁했으나 손학규 대표는 웃으며 "그거 가지고는 안 된다"라고 거절했다.

나 원내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 제도 등을 (내가) 주장해왔다"라면서도 "연동형은 또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여당 원내대표랑 비공개 회의에서 '우리가 빨리 로텐더홀 상황 풀어주는 게 순리'라고 했다"라며 "저희가 하루 빨리 문제를 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너무 오래 끌면 나를 못 볼 것"이라고 첨언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인사하고 있다.
▲ 이정미 농성장 찾은 나경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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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는 손학규 대표와의 대화를 마친 직후 그 옆에서 단식 농성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손을 잡았다. 일어나려던 이정미 대표를 나경원 원내대표가 만류하자, 이 대표는 "정식으로 축하 말씀 전해야 하는데 상황이 이래서 죄송하다"라고 웃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당내 의원들 간 의견도 모이지 않고 있다며 양해를 부탁하자 이정미 대표는 "(한국당에서) 확정된 하나의 안이 모이지 않은 것도 잘 알지만,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정치권 안에서 오래해왔고, 내용은 충분히 무르익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빨리 속도를 붙이면 거대 양당 간 합의가 12월 안에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보수 진보 간 이념 문제면 접점 찾기 어려울 텐데, 선거제도 개혁은 그런 문제가 아니잖나"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또한 이정미 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는 합리적으로 여러 의견을 조정하는 능력이 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라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민주당과 접점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제가 그 답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개특위) 간사마다도 생각이 달라서 빠른 시간에 가능한 것 아니지 않나"라며 "당리당략이 아니라 헌법구조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의 문제이다"라고 답했다. 이정미 대표는 4월 선거구 획정까지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며 "여기서 거대양당에 힘을 드리겠다. 응원하겠다"라고 답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도 소수야당"이라며 "저희 마음대로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당과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빨리 단식 푸시고 국회 열어서 함께 논의하자"라며 "날도 곧 추워지는데 제발 몸 좀 조심하시라. 저도 마음이 아프다"라고 덧붙이며 자리를 떠났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를 위시한 민주평화당 지도부와 만났다. 역시나 화두는 연동형 비례제도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편이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수도권과 영남 기반 의원들 간 생각이 다르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견이 또 달라 선거제도 관련하여 통일된 의견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수 끝에 원내대표 선거에서 선출된 나경원이지만, 당선되자마자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태그:#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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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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