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도루 1위(550도루)인 NC 전준호 코치의 현역 시절 모습

통산 도루 1위(550도루)인 NC 전준호 코치의 현역 시절 모습 ⓒ 현대 유니콘스

 

2012년 KBO리그의 평균 팀 타율은 .258였다. 팀 타율 1위였던 삼성 라이온즈의 팀 타율이 .272에 불과(?)했고 팀 타율 최하위 넥센 히어로즈는 .243에 머물렀다. 평균자책점 1위(2.20)를 차지한 브랜든 나이트(히어로즈 투수코치)를 비롯해 2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6명에 달했고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는 단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2018년 KBO리그의 평균 타율은 .286로 6년 전에 비해 무려 .028나 상승했다. 1위 두산 베어스의 팀 타율은 .309에 달하고 팀 타율 .280을 넘긴 팀이 7개나 됐다. 리그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조쉬 린드블럼(두산, 2.88) 한 명이었던 데 반해 3할 타자는 무려 34명이나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흔한 게 3할 타자, 널린 게 20홈런 타자인 지독한 '타고투저의 시대'를 살고 있다.

타율이 높아지고 홈런이 늘어나면서 도루숫자는 상대적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 720경기에서 나온 도루 숫자는 단 928개, 경기당 1.29개에 불과했다. 팀 타율이 높아지면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부상 위험까지 있는 도루보다는 안타나 홈런을 통해 득점을 올릴 확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대도' 전준호(NC다이노스 주루코치)의 550도루는 영원히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이 될지 모른다.

홈런왕 경쟁 만큼이나 치열했던 전준호와 이종범의 대도 경쟁

상대 배터리와의 치열한 눈치 싸움과 투수의 투구 타이밍을 빼앗는 스타트, 27m의 거리를 단기간에 주파하는 스피드, 그리고 상대 내야수의 태그를 피하는 영리하고 과감한 슬라이딩까지. 야구에서 도루는 단숨에 득점권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야구의 흥미를 배가시켜 주는 상당히 매력적인 플레이다. 단독도루가 가능한 주자가 출루하면 공격하는 쪽의 관중석이 들썩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도루왕들의 인기는 홈런왕 못지 않았다. 해태 타이거즈와 태평양 돌핀스를 오가며 5번의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한 김일권은 여전히 '대도의 상징'으로 남아있고 젊은 야구팬들에게는 해설위원으로 더 유명한 이순철도 혁역 시절 세 차례나 도루왕을 차지했다.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역시 1985년 도루왕을 포함해 통산 284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유격수 수비와 더불어 도루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도루 타이틀의 가치가 가장 올라간 시기는 '독사' 전준호와 '바람의 아들' 이종범(LG트윈스 2군 총괄·타격코치)이 경쟁했던 1993년이었다. 입단 후 첫 두 시즌 동안 242경기에서 51도루를 기록한 전준호는 1993년 첫 2년의 기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75도루를 기록했다. 1993년 루키였던 이종범도 73도루를 기록하며 전준호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 해 두 선수의 도루왕 경쟁은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왕 경쟁 만큼이나 뜨거웠다.

 1993 시즌이 끝난 후 전준호가 방위로 입대하자 이종범이 1994년 84도루를 기록하며 전준호의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1년 만에 갈아 치웠다(이는 현재까지도 한 시즌 최다도루 기록으로 남아있다). 반대로 이종범이 군복무를 한 1995년에는 전준호가 69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탈환했다. 전준호와 이종범은 현역 시절 각각 550도루와 510도루를 기록하며 역대 도루 부문 1,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준호와 이종범의 시대가 끝난 후에도 정수근(1998~2001년)과 이대형(kt 위즈,2007~2010년)이 각각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하면서 도루왕 계보를 이어갔다. 특히 이대형은 도루왕을 차지한 4년 동안 모두 5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며 전준호의 기록을 깰 수 있는 1순위 후보로 꼽혔다. 2005년에는 LG의 박용택이 도루왕에 오르면서 '4번타자 도루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아직 전준호의 반도 오지 못한 박해민, '도루실종시대' 굳어질까 

2000년대 중·후반을 지배하던 이대형이 2011년 34도루로 부진(?)하면서 도루 타이틀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 들었다. 오재원(두산)과 이용규(한화 이글스), 김종호,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등이 번갈아 가며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이들 중 누구도 이대형의 계보를 이을 만한 '대도'가 되진 못했다. 

그렇게 마땅한 도루왕 후보가 없던 KBO리그에 새롭게 떠오른 선수가 바로 삼성의 외야수 박해민이다. 주전으로 도약한 2014년 36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박해민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4년 연속 도루왕은 KBO리그 역사에서 오직 정수근과 이대형만 밟았던 고지로 김일권,전준호,이종범 같은 대도들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다.

하지만 2015년 60도루로 생애 첫 도루왕에 등극했던 박해민은 2016년 52개,2017년40개,2018년36개로 해마다 도루 숫자가 떨어지고 있다. 올해까지 박해민의 통산 도루는 224개로 아직 전준호의 기록에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내년이면 어느덧 대졸 8년 차에 한국 나이로 30세가 되는 박해민이 20대 중반 때처럼 많은 도루를 시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2014년과 2015년 96도루를 기록하며 전준호 코치의 유력한 후계자로 떠올랐던 NC의 2루수 박민우도 연차가 쌓이면서 도루 시도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주전 도약 후 첫 3년 동안 116도루를 기록했던 박민우는 최근 2년 간 단 28도루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2년 연속으로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던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통산 176도루)이 장타를 버리고 도루에 집중할 확률도 매우 낮다.

현재 현역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슈퍼소닉' 이대형(505개)이다. 하지만 이대형은 작년 무릎 수술을 받으며 올해 도루를 1개도 추가하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 kt의 외야는 멜 로하스 주니어,유한준,강백호,오태곤이 붙박이 1군 선수로 자리 잡았다. 만약 이대형이 FA 계약 마지막 해인 내년 시즌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전준호의 550도루는 한 동안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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